들어가는 말
나만을 위한 경제공부
- 들어가는 말
2000년 내가 막 대학생이 되었을 때 로버트 기요사키라는 작가가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냈다.
부자들이 알려주는 돈과 투자의 비밀을 소개한 책이라는 소개 글을 보고 나도 바로 책을 샀다.
내 돈을 주고 그것도 내가 직접 산 최초의 책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부자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런 아빠가 나한테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만 하고 책을 덮었다. 나도 나중에 꼭 부자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그렇게 대학 생활을 하고 군대를 갔다.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르게 직업군인으로 군대를 갔다.
직업군인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인터넷에서 봤다. 그래서 직업군인으로 입대를 했다.
왜냐면 나한테는 돈이 필요했다. 그 돈으로 유학을 가고 싶었다.
난 부자가 되고 싶었고. 부자가 되려면 좋은 대학, 좋은 대학원, 유학, 대기업 입사
이렇게 순차적으로 해야 된다고 배웠다.
부모님, 선생님, 주변 모든 사람들 모두가 그렇게 나한테 알려주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에 나온 쥐 경주 이야기를 내 주변에서도 똑같이 하였고, 난 세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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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가 우리에게 <쥐 경주>를 설명했다.
평균적인 교육을 받고 열심히 일하는 대개의 사람들의 삶은 비슷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는 학교에 갑니다.
부모는 아이가 공부 잘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 대학에 가는 것을 기뻐합니다.
아이는 졸업을 하고 때로는 대학원에 간 후 예정된 길을 밟습니다.
즉, 안전하고 안정된 직장이나 직업을 찾습니다.
아이는 의사나 변호사 같은 그런 직업을 갖게 되거나 혹은 군인 되거나 공무원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는 돈을 벌기 시작하며 신용카드가 도착하고 마침내 쇼핑이 시작됩니다.
돈이 두둑해진 아이는 자기들 같은 젊은 사람들이 가는 곳을 가고, 사람들을 만나고 데이트를 시작하고, 때로는 결혼도 합니다.
이제는 인생이 멋져 보입니다.
성공한 것 같고, 미래는 밝아 보이고, 집과 자동차, 그리고 TV를 사게 됩니다.
휴가도 가고 아이도 낳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시작되는 거죠.
행복한 부부는 직장 생활이 극히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며 더 열심히 일합니다.
승진도 해야 하고 보수도 더 받아야 하죠.
보수가 높아지고 아이가 더 생김에 따라 더 큰 집이 필요합니다.
두 사람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착한 직원이 되고, 회사를 위해 더 헌신적으로 일합니다.
다시 학교에 가서 더 전문적인 기술도 습득합니다.
이것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죠.
일부는 다른 부업도 갖습니다. 그래서 수입이 점차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세금도 더 내야 하고 새로 산 큰 집의 재산세도 내야 합니다.
사회 보장 세금도 올라가며 그 밖에 이런저런 세금이 더 붙습니다.
보수는 높아졌는데 돈은 다 어디로 갔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뮤추얼 펀드를 사고 신용카드로 식료품을 삽니다.
아이들은 대 여섯 살이 되며 미래에 자녀들을 위해 쓸 대학 학자금과 자신들의 퇴직연금을 미리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집니다.
35년 전에 태어난 이 행복한 부부는 이제 <쥐 경주>에 갇힌 채 평생 동안 일에 몰두합니다.
이들은 회사의 주인을 위해서 세금을 내야 하는 정부를 위해서, 그리고 융자금과 신용카드를 갚아야 하는 은행을 위해서 일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얘기합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안정된 직장이나 직업을 찾아라.>
이들은 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않습니다.
다만 자신들의 순진함으로 득을 보는 사람에게만 배웁니다.
그리고 평생 열심히 일합니다.
이런 과정이 열심히 일하는 또 다른 세대에게 전달됩니다. 이것이 바로 <쥐 경주>입니다.
로버트 기요사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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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쥐 경주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그게 답인 줄 알았다.
7년간의 군 생활을 마치고 전역을 했다. 모은 돈으로 공부를 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다른 고민도 있었다.
내가 모은 6천만 원이 공부를 하고 나면 다시 0원이 된다는 거였다. 그러면 난 다시 돈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6천만 원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됐다.
장사를 해야 하는지,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
그런 고민 중에 투자권유를 받았다.
좋은 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투자회사에 다니는 지인이었다.
그 지인은 나에게 좋은 투자처를 알려준다고 했다. 친하니까 알려준다는 거였다.
대신 다른 사람 누구한테도 알려주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가격이 올라간다고 안 된다고 했다.
참고로 난 말을 참 잘 듣는다.
그래서 아무한테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리고 6천만 원인 전 재산을 투자했다.
근데 조금 아쉬웠다. 확실한 거라는데 그러면 더 해도 되지 않겠냐고 물었다.
지인은 그래도 된다고 했다.
어차피 1년 안에 2배 이상으로 불어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이건 무조건 확실한 정보라고 했다.
난 은행으로 갔다. 그리고 대출을 받았다. 그것도 최대한도로.
31살인 나한테 최대 대출금액은 5천만 원이라고 했다. 은행원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군인이라 이자도 싸게 해주는 거라고. 그래서 횡재했다고 생각하고 5천만 원을 대출받았다.
그리고 그 돈도 투자를 했다. 총 1억 1천만 원이라는 거금이었다.
전역을 하고 몇 개월 동안 1억이 2억이 됐다고 했다. 조금만 더 있으면 3억은 될 거라고 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난 너무 기뻤다. 마치 당첨된 복권을 들고 있는 기분이었다.
난 그 당첨금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당첨금을 찾아서 유학을 갔다 와도 2억은 남았다. 집을 사두고 유학을 다녀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난 유학도 다녀오고 집도 있고 좋은 회사에 다니는 30대 중반의 나를 상상했다.
그런데. 몇 개월 후 지인이 갑자기 연락이 되질 않았다.
너무 바빠서 그런 줄 알았다. 그 외엔 다른 무엇도 생각할 수 없었다.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로 몇 개월이 지났다. 그때까지도 난 그냥 개인적인 일이 있는 줄로만 알았다.
그렇게 또 몇 개월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왔다.
번호가 아주 많았다. 처음 보는 번호였다.
뭐지. 궁금한 생각에 전화를 받았다. 그 지인이었다.
난 너무 반가웠다. 너무나 반가웠다. 내 당첨된 복권을 가지고 간 사람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복권을 사라졌다. 그것도 꽝이다.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투자한 회사가 망했단다. 지인도 전 재산 투자했다가 망했단다. 도망 다니느라 연락을 못했단다.
미안하단다.
가족들과 헤어지고 본인은 지금 필리핀에 있단다. 언제 한국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단다.
나한테 너무 미안하단다. 울면서 계속 그렇게 이야길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지인이 너무 불쌍했다. 근데 생각해보니 갑자기 나도 불쌍했다.
내 돈은 다 사라졌다. 군 생활 동안 열심히 모았던 돈이 다 사라졌다.
유학의 꿈도, 내 집의 꿈도 사라졌다.
그리고 빚이 생겼다. 5천만 원이라는 빚이 생겼다. 내 통장이 갑자기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일을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포기할 수가 없었다. 그러기엔 내가 너무 젊었고 난 꼭 부자가 되고 싶었다.
쥐 경주에서 꼭 빠져나가고 싶었다.
나에게 부자아빠는 없었지만 내가 부자아빠가 돼주고 싶었다. 내 자식에게.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다. 내가 모르면 언젠가는 또 이런 일이 생길 것 같았다.
또 당하긴 싫었다. 내가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격증을 따고 자산관리사가 됐다. 강의를 하러 다녔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이야기했다. 공부하라고. 돈 공부하라고.
모르면 나같이 된다고.
공부하자. 부자가 되는 길은 내가 아는 것이 먼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알려주는 것이다. 내가 공부했던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다.
나만을 위한 경제공부.
나만을 위해서 경제를 공부하자.
미국 100달러 지폐의 주인공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의 글이 인상적이다.
“기억하라. 시간은 돈이다. 기억하라. 신용은 돈이다. 기억하라. 돈은 번식하는 성질이 있어 돈이 돈을 낳는다.”
화폐의 미래를 보려면 역사를 읽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