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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달콤한 유혹,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문예지 등단과 추천하는 작가가 되는 방법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당하게 되는 유혹이 있다. 바로 ‘작가’라는 칭호다. 필자가 20살 때 겪은 일이다. 당시 문학 공모전이 하나 났었는데 작가만 출품하는 대회였다. 그런데 그걸 잘 모르고 문의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으신 분은 내가 작가인 줄 알고 말끝마다 ‘네, 작가 선생님, 선생님’을 붙였다. 매슬로우의 욕구충족 이론에 의하면 사람은 어느 정도 안전의 욕구가 채워지면 이후에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를 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집단이나 모임에 들어갈 때는 아무하고나 관계를 맺는다. 먼저 이 집단에서 자신을 알리고 친해지고자 하는 소속감의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다 집단에서 자리를 잡고 나면 존중받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관계에 있어 정리를 한다. 나에게 관심이 없거나 대화에 있어 존중이 없는 사람하고는 굳이 대화를 나누거나 시간을 보내지 않게 된다.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무언가를 이루고자 하는 과도기나 격변기가 일어난 후에는 안정기에 접어든다. 그 안정기에 피어나는 게 존중의 욕구다.


작가는 그 존중의 욕구를 아주 잘 충족시킬 수 있는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사람에게는 자존감이란 게 있고 이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아무 일이나 해내기 힘들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라기에는 좀 과하지만......)이 있기에 일터에서도 존중받고자 한다. 그런 이들에게 작가란 참으로 좋은 이름일 것이다. 헌데 글을 쓰는 건 정말 돈이 되지 않는다. 다른 일을 하면서 부업으로 글을 쓴다면 모를까 혹은 인터넷 웹소설 작가가 되거나 웹툰 작가라면 모를까 문학으로 돈을 번다? 참으로 힘든 일이다. 많은 작가들에게 그런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조심해야 되는 게 문예지에서 주는 작가라는 이름이다. 필자는 작가가 될 수 있었다. 이 실력에 신춘문예는 힘들다. 스스로 그 한계를 알고 있다. 운이 좋으면 될 수 있겠지만 누구에게나 필살기가 있고 나는 아직 그 필살기를 날카롭게 다듬을 만큼 재주가 있지 않다. 문예지는 종종 붙는다. 그리고 전화를 하라고 하거나 전화가 온다. 하는 말은 항상 같다. 돈을 주면 등단을 시켜주겠다.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70까지. 액수도 제각각이다. 그 돈을 내면 문인으로 이름이 올라가고 작가가 되는 것이다. 등단했다는 인터뷰가 실리고 말이다. 헌데 생각해 보라. 당신이 취업을 했는데 취업한 곳에서 일을 가르쳐 줄 테니 돈을 내라고 한다. 그리고 취업했으니 매달 사무실 이용 금액을 내라는 말도 덧붙인다. 돈을 내고 문예지로 등단을 하는 게 이런 경우다. 말로는 돈을 내면 홍보를 해주겠다고 하지만 매년 신춘문예로 데뷔하는 수많은 작가들조차 기억되지 않는 게 문학계의 현실이다. 신문마다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다고 하소연인데 문예지는 얼마나 읽겠는가. 대한민국 대표 신문들이 주관하는 신춘문예도 홍보가 잘 되지 않는데 문예지가 홍보해 준다고 한들 파급력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그렇게 등단을 하면 끝이 아니다. 대다수의 문예지들이 등단을 조건으로 문예지 정기구독을 강요한다. 그런 식으로 독자를 만들어 문예지를 유지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글 쓰는 건 돈이 안 된다. 그러니 작가를 꿈꾸는 젊은 문인들에게 작가라는 명함을 팔아 돈을 버는 게 문예지들의 현실이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가라는 이름을 사야 크게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정한아 작가의 <친밀한 이방인>에서도 묘사되었듯 작가라는 직업은 예전처럼 우러러 보는 직업도 아닐뿐더러 너무 흔하다. 막말로 필자도 책을 2권낸 작가다. 인터넷에 찾아보면 책도 판다. 필자는 이 두 권의 책을 내는데 개인 사비는 한 푼도 쓰지 않았다. 굳이 작가라는 명함을 얻고 싶다면 문예지를 통한 등단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즘은 문예지도 많아 어느 수준 이상의 글만 써낼 수 있다면 등단을 할 수 있다. 다만 그런 방식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작가의 길을 가는 것이 더 좋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추천하는 방법 첫 번째는 인터넷 활용이다. 개인적으로 웹소설 사이트(네x버 웹x설, 문x아 등)는 비추하는 바이다. 우선 경쟁이 너무 강하고 신작 노출이 유용하지 않다.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장점은 있으나 흥미위주의 작품들이 많기에 문학성을 가진 작품을 쓰고 싶은 분들에게는 강력 비추다. 필자의 경우도 한때 웹소설에 도전하려고 모임도 들어가고 투고도 해보았지만 배워온 글과 너무 다르고 흥미위주와 캐릭터위주의 구성에 염증을 느끼고 포기했다.(웹소설을 비난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웹소설과 소설 사이에 차이가 분명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다.) 블로그 등 개인이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꾸준히 연재를 하거나 작품을 올리는 방법을 추천한다. 초반에는 노출빈도도 적고 반응도 없어 실망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꾸준한 도전은 발견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당신의 공간을 보물창고를 발견한 거처럼 기뻐할 것이고 이런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글의 가치가 알려질 것이다.


다음 브런치도 하나의 방법이다. 브런치의 장점은 별다른 노력 없이 글이 예쁘게 나온다는 점이다. 블로그의 경우 기술이 없으면 글이 예쁘게 정돈된 느낌을 주지 못한다. 그래서 블로그마다 격차가 크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도 모양이 별로면 손이 안 가듯 글이란 것도 화면에 예쁘게 담기지 않으면 읽기가 싫어진다. 브런치는 그런 점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전문적으로 쓴 듯한 느낌을 주며 알아서 예쁜 그릇에 담아주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최근에 블로그보다 애용하는 게 브런치다. 다만 인터넷 활용의 단점은 앞서 말했듯 접근성이 높지 않다. 인터넷에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수도 상당하다. 필자의 경우 비교적 잘 풀린 편이다. 친구나 후배들 혹은 선배들 중 글을 훨씬 잘 쓰지만 잘 안 알려진 분들이 허다하다. 홍보는 개인이 노력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두 번째 방법은 출판사 투고다. 필자는 예전에 인터넷에서 글을 하나 잘못 본 적이 있다. 신춘문예에 붙지 못하면 출판사 투고는 되지 않는다. 출판사 투고는 더 힘들다는 글. 드라마 <파랑새의 집>에서도 방송작가를 꿈꾸는 강영주가 작품을 PD에게 내지만 PD는 짜장면 그릇 받침으로 수십 작품을 두는 장면을 본 사람들이라면 평가자들이 얼마나 하찮게 응모자들의 작품을 생각하는지 잘 알 것이다. 실제로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너무 많고 출판사 사람들이 하루 종일 그 작품들만 잡고 있을 수도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작품들은 제대로 읽히지도 않은 채 버림받는다. 하지만 출판사와 신춘문예 사이의 갭을 생각해야 한다. 신춘문예는 상당히 보수적이다. 심사위원의 입맛에 맞는 글을 우선시한다. 반면 출판사는 수입성이 우선이다. 독자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글, 재미있는 글을 출판 목적에 둔다. 


책으로 나올 만한 분량의 글을 가지고 있다면 출판사 투고를 추천한다. 특히 그 작품이 자신이 보기에도 재미가 있으며 남들이 흥미를 느낄 만한 글이라면 말이다. 흥미를 느낄 만한 글이 아니라도 괜찮다. 작품성이 있다면 출판사에서 그 가치를 알아봐 줄 것이다. 필자가 출판사 투고를 추천하는 이유는 개인출판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첫 작품은 비교적 쉬웠는데 두 번째 작품은 수정을 너무 많이 해야 했다. 반대편에서 문제가 생겨도 내가 출판하는 거니 내가 수정을 다 해야 했다. 출판사의 경우 사소한 문제는 출판사가 알아서 처리해 주니 힘들지 않다. 개인 출판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먼저 출판사에 투고부터 해보자. 개인출판은 정말 할 게 아니다.


세 번째는 개인출판이다. 앞에서 너무 짜증나서 저렇게 쓰긴 했지만 문예지를 통한 작품 홍보보다는 차라리 개인출판이 수익성에서도 훨씬 이득이고 광고하기에도 유용하다. 개인출판은 세 가지 점에서 힘들다. 첫 번째는 표지다. 표지를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디자인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편하다. 돈이 있으면 디자인을 구매해도 된다. 다만 구매는 만족이 힘들 것이다. 필자는 첫 책을 과감하게 디자인했고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었다. 나름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두 번째 책 표지를 친구한테 부탁한 걸 보니 괜히 했다 싶었다. 두 번째는 수정 작업이다. 출판사의 경우 수정 작업을 작가도 하지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헌데 개인출판은 오직 작가만 해야 된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지만 친구들이 내 꿈에 관심이 많고 열정이 있지 않고서야 대충 보기 마련이다. 개인출판 해서 작품이 나왔는데 오탈자가 많으면 하...... 그것도 그거대로 스트레스다. 마지막이 이번 작품을 내면서 겪은 고충이다. 원래는 4월 말에 작품이 나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편집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필자가 책이 어떻게 나오는지 모르니 출판 본을 받아보고 경악했다. 만약 출판사에서 작품을 냈다면 생길 수 없는 일이다. 


시집이다 보니 모양이 중요해서 수정을 신청했다. 그런데 수정은 일괄수정으로 5월 11일 이후에 가능하다고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어제 오전에 받아본 수정본에 오류가 있었다. 이번에는 출판사 쪽에서 편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 그 오류 수정은 내가 해야 했다. 하, 참으로 힘든 과정의 연속이었다. 그럼 개인출판의 장점은 뭔가. 한 마디로 자유롭다. 자기가 내고 싶은 작품을 낼 수 있다. 필자가 낸 첫 번째 책을 보면 알겠지만 저런 주제로 책을 내주는 출판사는 없다.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출판은 책을 낼 수 있고 적지만 돈을 벌 수 있다. 개인적으로 개인 출판은 부크크를 추천한다. 필자도 학창시절 몇 번 개인출판을 알아봤는데 가격이 상당했다. 몇 권 정도를 필수적으로 제작해야 했는데 집에 책을 쌓아둘 수도 없어서 포기했다. 그런데 부크크는 책을 파일로 가지고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하는 방식이니 작가가 가격 부담을 짊어질 필요가 없다. 작가도 필요하면 한 권만 주문하면 된다. 


앞서 말했듯 등단 작가 칭호를 얻고 싶고 문인이 되고 싶다면 문예지 등단을 추천한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내고 싶다면 문예지 등단보다는 다른 길을 추천하는 바이다. 개인 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그렇다면 돈을 최대한 적게 들이는 게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내용들을 잘 몰라서 많은 돈을 쓰시는 분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또 필자가 한참 예전에 들었던 돈내고 파는 작가 명함이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글을 잘 써서 신춘문예로 등단하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p.s. 참고로 다음 주 월요일에 개인출판으로 시집이 출판됩니다. 홍보글 올리겠지만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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