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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재미를 주는 히어로 영화 5편

바야흐로 히어로 영화의 시대다. 마블은 자신들의 세계관을 두텁게 구축하면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이들의 문화라 여겼던 히어로 물은 영화를 통한 성공적인 시리즈 화에 정착하면서 성인 관객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는 물론 후발주자인 앤트맨과 블랙팬서, 다시 리부트한 스파이더맨 역시 흥행 대열에 합류했다. 후발주자 DC 역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원조 히어로 슈퍼맨과 배트맨은 물론 홍일점 원더우먼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DC발 히어로물의 희망을 쏘았다. 히어로 영화가 대중화된 만큼 오늘은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독특한 재미를 주는 히어로 영화 5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 내 장래희망은 슈퍼히어로 <킥 애스>


영화 <스카이 하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슈퍼히어로의 자식들을 가르치는 히어로 학교를 다룬 영화다. <인크레더블>이 그렇고 <해리 포터>가 그러하듯 ‘능력’이라는 건 대를 통해 물려받는 특별한 유전자의 힘처럼 여겨진다. 그렇다면 장래희망을 슈퍼히어로로 정할 순 없는 걸까. 슈퍼히어로는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될 수 있는 좁은 문인 걸까. <킥 애스>의 독특한 아이디어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세상에는 악당이 넘쳐나고 사람들은 히어로를 원하는데 아무도 히어로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히어로를 해야 되지 않을까.


히어로 오덕 데이브는 아웃사이더에 멸치남이지만 히어로가 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동네 양아치들에 의해 죽도록 맞고 배에 칼을 찔려 수술실을 향한다. 여기서 그는 몸에 철판 몇 개를 넣으면서 맞아도 아프지 않은 어설픈 히어로가 된다. 물론 그가 악당을 처단하는 핵심적인 역할이라면 영화의 재미는 덜했을 것이다. 주인공이 강한 맛으로 보는 히어로 영화인데 비실비실하니 말이다. 이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캐릭터는 힛 걸이다. 복수를 원하는 아버지 데이먼에 의해 살인병기로 키워진 힛 걸은 깜찍한 외모와 대비되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킥 애스>는 포스터부터 영웅의 생김새까지 3류의 냄새를 풍긴다. 극장용 영화로 부족한 거 같은 느낌을 주기에 패스하기 쉬운 영화다. 하지만 재미에 있어서는 1류라고 할 수 있다. 액션에는 힘이 팍 실려 있으며 진중하거나 철학적인 고민을 통한 지루함을 주지 않는다. 음식점으로 따지자면 외관이 누추하고 손님도 별로 없어서 잘못 들어왔나 싶지만 음식 맛과 서비스 하나는 일품인 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거칠고 곤란하긴 하지만 ‘시대에 히어로는 필요하고 누구나 히어로가 될 수 있다’는 영화의 교훈은 의미 있는 목소리가 생각한다.



* 능력을 가진 자가 모두 히어로가 되는 건 아니다 <크로니클>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들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이가 특별한 능력을 지니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러다 사건에 휘말리고 자신의 능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한 두 번의 좌절을 겪은 인물은 용기를 지니고 적과 맞서며 결국 히어로가 된다. 하지만 빛이 꺼지면 어둠이 오듯 히어로와 빌런은 한 끗 차이이다. 밝은 부분이 크면 히어로가 되지만 어두운 부분이 짙으면 빌런이 된다. <크로니클>은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고등학생 세 명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들은 초능력을 통해 사소한 장난을 치며 지내지만 이내 자신들의 능력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능력은 호기심을 넘어 변화에 대한 공포로 다가온다. 그리고 가정 학대에 시달리는 소년 앤드류는 불안한 능력처럼 불안전한 정서를 이기지 못하고 폭발해 버린다. 영화는 후반부 액션을 터뜨리기 전까지 대사가 주를 이루나 지루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인물들의 변화가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들과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좌절-훈련-강화를 반복하는 구성에서 벗어나 호기심에서 공포, 추구에서 자제로 접어 들어가는 변화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간다.


이는 페이크 다큐의 일종인 파운드 푸티지와 슈퍼 히어로의 조합이 주는 묘한 신선함이라 할 수 있다. 소년들은 평범하고 그들이 보여주는 이야기도 평범하나 일상에 일어난 변화는 평범하지 않다. 공포의 느낌을 자아내는 기술은 이런 격차에서 발생한다. 히어로를 다루고 있지만 히어로가 아닌, 능력이 있는 자가 모두 히어로가 될 수 없다는 영화의 이야기를 기술적인 측면을 통해 더욱 효율적으로 표현한다. 



* 악의 처단은 올바른 행위인가 <뇌남>


대부분의 히어로 영화에서 히어로는 악을 처단한 후 그들을 경찰에 넘긴다. 히어로도 어찌되었건 인간이고 인간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가고 있기에 사회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어떤 히어로는 철저하게 어둠에 숨어 악을 죽인다. 우리는 이런 이들을 다크 히어로라 부른다. 대부분의 히어로물들이 살인까지 가지 않는 이유는-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살인을 택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독자층이 청소년층이라는 점, 이들에게 사회의 규칙을 깨부수는 편견을 심어주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있다. <뇌남>이 그리는 히어로는 살인을 택하는 다크 히어로다.


작품은 두 명의 인물을 대조시킨다. 어린 시절부터 살인병기로 키워진 스즈키 이치로와 모든 인간은 죄를 뉘우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신념을 지닌 정신의학자 마리코이다. 스즈키는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할 악인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원하는 반면 마리코는 피해자가 영원히 간직할 슬픔과 완전한 악은 없다 믿기에 용서와 계도를 통한 공존의 세상을 원한다. 이 작품은 히어로 영화에서는 생략되나 사회에 있어서는 고민이라 할 수 있는 악의 정리와 관련되어 있다. 범죄자 문제에 있어서도 사형이 우선이 되어야 하느냐 교화가 우선이 되어야 하는 의견은 끊임없이 충돌을 반복하고 있다.


사회의 정화 시스템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때 히어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뇌남>은 이런 질문에 흥미로운 답을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만화가 원작이라는 점 때문에 등장하는 문제점-어린 여자아이가 악당으로 등장하고 경찰들이 쩔쩔매는 어쩔 수 없는 설정-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나 기존의 히어로 무비와는 다른 질문과 색깔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영화다.



* 갑 앞에선 답이 없는 한국산 히어로 <염력>


<염력>은 용산 참사를 소재로 삼고 있다. 그러기에 이 영화에서 통쾌한 반란이나 화끈한 한 판은 기대하기 힘들다. 애니메이션 감독 때부터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조명해 왔던 연상호 감독은 한국판 히어로를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한국 사회가 지닌 기형적인 구조 안에서 제 아무리 영웅이 등장한다 한들 무엇을 이뤄낼 수 있겠느냐는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은행 경비원 석헌은 신비한 초능력을 얻어도 그 능력을 카바레에서 마술을 부리는데 사용하는데 그에게는 세상을 바꾸거나 불의를 바로 잡겠다는 의지가 없다.


커피믹스 하나 꽁쳤다는 이유만으로 혼이 나는 그의 신세에 갑은 사회적인 벽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그는 엄마를 죽인 용역업체 직원들과 맞서 철거민에 가담한 딸 루미를 만류한다. ‘갑’ 홍 상무는 경찰을 이용해 석헌을 잡아오는 건 물론 세상에는 바꿀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훈계한다. 한국 사회에 히어로가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 작품은 보여준다. 갑 편에 선 공권력과 언론, 이에 현혹되듯 같은 주장을 내뱉는 국민들. 영화는 말한다. 히어로의 등장을 바랄 게 아니라 히어로가 등장할 수 있는 세상을 먼저 만들어 주어야 된다고 말이다.


선이 확실하게 승리할 수 없는 세상에서 히어로는 빛을 발할 수 없다. 용산 참사의 과정을 바라보면서 감독은 저런 빌런들을 상대로는 그 어떤 히어로가 등장해도 이긴 게 진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라 생각했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한국판 히어로를 그려낸 게 아닌가 싶다. 앞서 말했듯이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 쾌감이 부족한 이야기와 애니메이션 감독이 가질 수 있는 문제점인 과장된 특수효과가 단점으로 다가온다.  



* 히어로와 빌런을 나누는 건 사회의 구조다 <메가마인드>


<메가마인드>는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이라는 점, 캐릭터가 귀엽다는 점에서 깊이가 부족한 히어로 영화처럼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만큼 깊이 있게 히어로에 대해 고찰한 작품은 드물다고 생각한다. 히어로 무비의 특징은 히어로의 능력이 특별한 만큼 빌런의 능력 역시 비상하다는 점이다. 능력을 좋은 의도로 사용하면 히어로가 되고 나쁜 의도로 사용하면 빌런이 된다. 동시에 나쁜 의도로 능력을 사용하는 빌런에 대항하면 히어로가 되는 게 사회가 히어로와 빌런을 나누는 기준이다.


그렇다면 빌런이 능력을 악에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는 다른 행성이 멸망하면서 캡슐을 통해 지구로 이동하는 두 아기 외계인(메가마인드와 메트로 맨)을 보여준다. 메가마인드는 당당함과 거리가 멀고 생긴 것도 작은 체격에 인간과 다르게 생겼다. 반면 메트로 맨은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다. 메가마인드가 교도소에 떨어져 죄수들과 유년시절을 보낸 반면 메트로 맨은 좋은 가정에서 사랑받고 자랐다. 자연스럽게 같은 학교에 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대우를 받게 된다. 한 명은 사랑받는 모범생으로 다른 한 명은 왕따로.


영화는 환경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보여주면서 능력이 아닌 구조가 히어로와 빌런을 나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히어로와 빌런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의미와 같다. 어디가 앞이고 뒤이냐는 정해진 규칙(사회의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선인 메트로 맨이 사라지자 메가마인드가 의욕을 잃고 방황하는 모습은 악이 있어야 선이 존재한다는 사회적인 관습을 보여줌과 동시에 결말에 이르러서는 이런 구조 변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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