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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재미, 감동을 모두 잡은 흥미로운 좀비 영화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7월 12일 개막해 22일 폐막한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당시 기자는 타카하시 히로시 감독(<링>과 <여우령>의 각본으로 유명한)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당시 타카하시 감독에게 이번 영화제에서 어떤 영화를 가장 인상 깊게 보았느냐고 물어보았는데 그의 대답은 <원 컷 오브 더 데드>였다. 마침 기자도 오후 일정으로 이 영화를 보기로 되어 있어서 상당히 기대가 되었다. 상영 전 출연 배우들의 무대 인사는 유쾌했고 준비해 온 짧은 한국어 인사에는 정성이 보였다.

인사를 마친 배우들은 관객들과 함께 객석에 앉아 영화를 관람하였다. 제목 그대로 '원 컷'으로 진행되는 37분의 원 테이크 촬영은 신선하고 독특했다. 하지만 피식하는 웃음으로 끝내는 허무한 개그와 임팩트가 부족한 공포, 색다르지만 좋다고 표현하기는 힘든 구성은 앞서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배우들에게 미안해질 만큼 즐거움을 주기 부족했다. 

만약 성급한 관객이라면 상영 도중에 먼저 자리를 뜰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담하건데 원 테이크 좀비 호러 무비가 끝난 뒤 펼쳐지는 이야기는 올해 최고의 좀비 호러 코미디라 할 만큼 공포와 웃음,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는 앞서 원 테이크 좀비 호러 영화를 보여준 뒤 한 달 전, 이 작품이 촬영되기 이전으로 시간을 돌린다. 주인공인 감독 히구라시(하마츠 타카유키 분)는 '빠르고 싸고 퀄리티는 그럭저럭'이라는 모토 아래에서 활동하는 재현 장면, 노래방 영상 감독이다. 그는 새롭게 개국하는 좀비 채널에서 방영될 작품의 감독 제안을 받는다. 조건은 카메라 한 대로 원 테이크 촬영에 생방송 진행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의 모토에 따라 그럭저럭 만들 생각에 제안을 받아들인다.

히구라시의 딸 마오(마오 분)는 감독이 꿈이지만 아버지와 정반대 성향의 소유자이다. 안약으로 눈물을 흘리려는 꼬맹이를 붙잡고 실제로 울라고 강요하는 그녀. 한 마디로 타협을 모르는 불 같은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녀는 카즈유키(나가야 카즈아키 역)라는 배우에게 관심을 가진다. 과거 배우 출신이었지만 캐릭터에 너무 몰입하는 문제로 꿈을 포기한 히구라시의 아내 나오(슈하마 하루미 분)는 마오에게 카즈유키를 보여주기 위해 촬영장으로 데리고 간다.



히구라시의 모토대로 그럭저럭 준비되어 가는 촬영. 하지만 감독 역과 메이크업 아티스트 역 배우가 교통사고로 출연하지 못하게 되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이에 대역으로 히구라시와 나오가 촬영에 투입되기로 결정한다. 이 작품의 재미는 이 지점에서 온다. 예정대로 진행될 줄 알았던 촬영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생기면서 상황이 흔들린다. 관객들은 앞서 원 테이크로 촬영된 완성본을 보았기에 그 비하인드에 숨겨진 진실에 웃음을 터뜨린다. 관객들이 허무하거나 아쉽게 느껴졌던 지점들이 참으로 기상천외한 이유로 발생했다는 걸 알게 되기 때문이다.

앞서 원 테이크 좀비 영화가 공포를, 이 영화의 촬영 중 예기치 못한 사태들이 웃음을 주었다면 히구라시 가족의 이야기는 감동, 촬영을 준비하는 과정은 풍자를 보여준다. 히구라시는 '감독은 주어진 상황에 맞춰 영화를 찍으면 된다'는 일본 영화계의 풍토에 따라 자신의 의견을 내지 못하는 감독이다. 이런 일본 영화계의 문제점은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링>을 통해 헐리웃으로 가기 전 <라스트 씬>이라는 영화를 통해 지적한 적 있는데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에도 <라스트 씬>과 같은 일본 영화계의 문제점들이 담겨 있다.


제작 조건에 따라 영화를 찍어야만 하는 감독, 소속사 핑계를 대며 하기 싫은 건 다 빼려는 연기력이 부족한 아이돌 출신 배우, 개똥철학과 고집으로 감독 위에 서려는 배우, 촬영장이나 작품의 완성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좋은 기획력과 흥미를 지닌 작품만 나오면 그만'이라는 제작자의 자세 등. 이 영화는 일본 영화계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이런 영화계의 풍토 때문에 극 중 히구라시는 밥은 먹고 살 수 있지만 자신의 의지대로 작품을 찍을 수 없고 마오는 꿈을 이루기 힘들다.

딸은 아버지와 같은 꿈을 꾸지만 그 형태가 다르다.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지 못하는 히구라시는 딸 앞에서 당당할 수 없고 감독으로서 자존심이 없는 아버지를 딸은 사랑하고 존경하기 힘들다. 이 두 사람은 <원 컷 오브 더 데드(작품 속 좀비 영화의 제목)>를 촬영하면서 의기투합한다. 딸 마오는 배우가 꿈이었던 어머니 나오가 용기를 내 다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게 하고 연출가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도 지키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도와 결국 작품을 완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족의 화합은 물론 처음에는 자기 생각과 고집만 부리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하나로 의기투합하는 과정은 진한 동료애를 느끼게 만든다. 이 영화가 제28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 제20회 우디네 극동영화제 관객상,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EFFFF 아시아 영화상 등 굵직한 상을 수상한 이유는 이 점에 기인한다. 기존의 좀비 호러라는 장르의 영역에 드라마와 코미디, 풍자를 더해 더 깊고 넓게 만들어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조금은 난감할 수 있는 원 테이크 좀비 영화로 시작하는 도입부와 B급 좀비영화가 떠오르게 만드는 포스터가 있다. 이 점들을 이겨(?)낸다면 공포와 코믹, 감동을 동시에 잡아내는 좋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100년 후에 봐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게 모토라는 우에다 신이치로 감독의 말처럼 훗날 다시 봐도 좋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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