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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미래의 미라이>와 <천사의 아이들>

   



<나의 왼발> <아버지의 이름으로>로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거장 짐 쉐리단 감독의 2002년 작 < In America >는 국내에 들어올 당시 <천사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을 선보였다. 이 제목은 딱딱한 느낌의 원제와 달리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를 잘 표현했다 할 수 있다. 아이는 순수하고 착하며 본인이 성장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의 성장을 이끈다. 여기에 마음에 품은 슬픔과 걱정을 달래주는 따스한 위로와 위안을 건넨다.
 
<천사의 아이들>은 막내아들 프랭키를 잃은 조니와 새라 부부가 두 딸 크리스티와 아리엘을 데리고 아일랜드를 떠나 미국 뉴욕을 향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부부가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아파트 꼭대기 층으로 이사를 한 이후는 프랭키를 잃은 상실감과 지켜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이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막내아들이 생각나는 아일랜드를 떠나 뉴욕에 정착하기로 결정한다.
 
첫째 딸 크리스티는 죽은 프랭키가 세 가지 소원을 이뤄준다고 말한다. 귀엽고 똑똑한 딸은 그 세 가지 소원을 슬픔에 찬 부모님을 위해 사용한다. 첫 번째 소원은 미국 입국 심사 때이다. 크리스티는 슬픔에 찬 부모님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소원을 빈다. 두 번째 소원은 자존감이 떨어진 아버지를 위해 사용한다. 조니는 이티 인형이 가지고 싶다는 아리엘을 위해 인형 뽑기 내기를 하게 된다. 인형을 따면 모든 돈을 돌려주지만 따지 못하면 도전할 때마다 2배의 금액을 내야만 된다.
    



조니는 한 달 치 집세까지 손을 대며 인형을 따고자 한다. 그는 새라에게 말한다. 더 이상 아이들에게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고. 크리스티는 조니가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두 번째 소원을 빈다. <천사의 아이들>이 프랭키가 준 소원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말한다면 <미래의 미라이>는 쿤의 타임리프를 통해 감정에 자극을 준다. 4살 소년 쿤은 여동생 미라이가 태어나자 자신의 사랑을 빼앗겼다 생각, 미라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 급기야 장난감으로 미라이를 때리기에 이른다.
 
이런 쿤의 행동에 부모는 아픔을 겪는다. 아이들을 두고 직장에 나가봐야 되는 엄마나 처음 가사를 보게 된 아빠는 미라이를 싫어하고 미워하는 쿤에게 섭섭하면서 미안한 감정을 느낀다. 그런 쿤 앞에 미래에서 온 학생 미라이가 나타난다. 쿤은 미라이를 통해 타임리프를 경험하며 가족의 역사와 마주한다. 성질이 급하고 화를 잘 내는 어머니의 왈가닥한 어린 시절을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며 전쟁을 통해 다리를 다쳤으나 강인함을 자랑하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통해 용기를 얻게 된다.
    



천사 같은 아기 미라이는 갈등을 겪고 있는 가족을 위해 미래의 자신을 통해 오빠 쿤을 성장시킨다. 쿤은 미래에서 온 미라이를 통해 부모를 이해하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며 무엇보다 가족의 역사를 통해 미라이와의 만남은 우연히 아닌 운명임을 알게 된다. 쿤은 타임리프를 통해 한 단계 성숙해진다. 이 두 작품에는 천사 같은 아이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다. <미래의 미라이>에서는 강아지 윳코가 그 역할을 해준다.
 
환상 속에서 성인남자가 된 윳코는 쿤이 태어나기 전 가족에게 가장 사랑받는 존재는 자신이었다는 걸 알려주며 사랑은 독차지하는 게 아니라 나누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또 미래에서 온 미라이와 쿤 사이에서 두 사람이 어색하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천사의 아이들>의 마테오는 에이즈 환자이다. 아래층에 사는 흑인 남자 마테오를 조니는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편견이 없는 아이들은 조니를 좋아하고 새라 역시 마테오에게 마음을 연다.
 
하지만 마테오가 새라를 좋아하고 있다 착각한 조니는 그에게 따져 묻는다. 이에 마테오는 답한다. 자기가 사랑하는 건 새라가 아닌 조니라고. 천사 같은 아이들과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조니가 너무 부러워 견딜 수 없다고. 그 순간 조니는 자신이 잃은 것보다 가진 게 얼마나 큰지 알게 된다. 프랭키를 잃은 상실에 빠져 소중한 가족을 바라보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티는 조니를 위해 마지막 소원을 빈다.
    



마테오가 죽은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크리스티는 마지막 소원을 빈다. 그리고 조니에게 말한다. 프랭키는 마테오 아저씨가 지켜줄 것이라고. 그러니 이제 그만 프랭키를 잊어달라고. 천사 같은 크리스티는 아빠의 내면에 지워지지 않는 슬픔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아픔이 지워지길 바랐다. 천사는 신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중개자 역할을 한다. 신이 전지전능함으로 인간의 운명을 결정 짓는다면 천사는 그 길잡이가 되어 인간이 성장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두 작품 속 '천사' 같은 아이, 크리스티와 미라이는 각각 세 가지 소원과 타임리프를 통해 아버지 조니와 오빠 쿤이 겪는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주면서 동시에 성장시킨다. 때론 아이가 어른보다 성숙하며 어른보다 더 남을 생각하고 배려한다. 그래서 어른은 아이의 성장에 감명 받고 미소를 짓게 된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천사의 아이들'을 통해 깊은 감동과 따스한 위로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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