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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모성의 이면을 말하다 <헝그리 하트>




약 1년 전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준말인 '안아키' 사이트가 사회적인 문제로 급부상했다. 이 카페의 회원들은 31년 경력의 한의사를 믿고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으로 아이를 치료하려 했다. 예를 들면, 아이가 감기에 걸려 고열에 시달려도 약을 먹이지 않는 식이었다.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안아키' 회원 엄마들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이 상당했다. '아동학대'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7월 '안아키' 카페 운영자 한의사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천만 원을 선고 받았다. 
 
'안아키' 사건은 현대의학에 대한 불신이라는 편견과 내 아이를 위한 자연치료라는 고집이 낳은 결과로 보인다. 올해 큰 논란이 있었던 '미미 쿠키' 사건은 이런 부모들의 마음을 악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내 아이에게 좋은 유기농 제품을 먹이고 싶은 열망을 이용, 대형마트 판매 제품을 유기농 수제 제품이라 속여 팔면서 문제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고 생각이 있다. 올바른 철학과 생각을 타인과 함께하는 건 귀감이 될 수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독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부모의 이런 고민에 도움을 줄 영화가 있다. <헝그리 하트>(2014)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하는 두 부부가 출산 후 겪게 되는 갈등을 다룬 작품이다.
    



주드(아담 드라이버 분)와 미나(알바 로르와처 분)는 차이나 레스토랑의 자그마한 화장실에 갇힌다. 그러나 강렬한 첫 만남에서 서로에게 반한 두 사람은 격렬한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리고 눈 깜짝할 새에 결혼에 골인한다. 사랑이라는 강한 감정 하나로 어떠한 위기도 극복할 거라 믿었던 두 사람은, 또 다른 사랑 앞에 갈등을 겪게 된다. 바로 '아기'였다. 아기를 임신하면서 미나는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고 이는 주드를 곤란하게 만든다.
 
미나는 채식주의자 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비건(Vegan)'이다. '비건'은 고기는 물론 우유, 달걀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뜻한다. 완전 채식을 하는 그녀는 자신의 아기 역시 채식주의자가 되길 원한다. 하지만 완전 채식은 아기가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받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아기의 성장을 지체시킬 뿐만 아니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주드는 주치의에게서 심각한 경고를 받게 되고 고민에 빠진다. 그는 아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미나는 완고하다.

CCTV 같은 구조로 인물을 관조하듯 바라보는 영화의 카메라나 무서울 정도로 아기에게 채식을 시키는 걸 집착하는 미나의 모습은 마치 공포영화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주드가 미나 몰래 잘게 쪼갠 햄을 아기에게 먹이다가 미나에게 들통난 장면은 섬뜩함을 유발한다. 
 
그러나 <헝그리 하트>는 미나라는 인물이 지닌 극단적인 모성을 보여주며 캐릭터를 입체감 있게 표현한다. 첫 번째는 임신한 미나가 점술집을 방문하는 장면이다. 무음으로 진행되는 이 장면에서 미나는 미소를 지으며 점술가와 대화를 나누고 배를 쓰다듬는다. 그녀에게는 뱃속의 아기의 앞날이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하다. 
    



아기와 함께 바닷가를 걸어 다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아기를 바라보는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환한 표정은 평범한 어머니의 모습처럼 보인다. 미나가 극단적인 고집을 부리는 원천에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때로 사랑은 삐뚤어진 방식으로 표현된다. 이는 주드 역시 마찬가지다. 주드는 아기와 미나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미나 몰래 산책을 하겠다며 아기를 데리고 나가 유제품이나 잘게 자른 햄을 먹인다. 이렇게 줄타기를 하는 이유는 사랑 때문이다. 주드는 미나도 아기도 사랑하기에 두 사람을 다 지키고 싶어 한다.
 
때론 사랑이라는 이름이 더 가슴을 아프게 만든다. 사람이 지닌 편견과 고집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더 강하게 발현된다. <헝그리 하트>는 한 어머니의 아집과 모성애의 이면을 보여준다. 그녀의 선택은 아기를 죽음의 고통으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그녀가 품은 사랑, 그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음을 영화는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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