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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저널리즘'의 자세를 말하다

영화 <베로니카 게린>



기자는 사회 내부의 자정 작용을 이끄는 직업 중 하나다. 사회 곳곳의 부정부패를 취재하고 알리면서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한다. 기자가 문제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왜곡한다면,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 사회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없다.


1994년 아일랜드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당시 불법 마약거래 발생률은 최고조에 달했다. 매일 1만5000여 명이 헤로인 주사를 맞았고 심지어 14살짜리 마약중독자도 있었다고 한다. 심각한 마약 중독에 시달렸지만 거대한 카르텔에 겁을 먹은 시민들과 경찰, 그리고 기자들은 침묵했다.


교회 비리와 부패법인 등의 범죄기사를 쓰며 저널리스트로 이름을 알리고 있던 베로니카 게린은 자신이 취재하던 폭력조직과 마약과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심층취재를 준비한다. 영화 <베로니카 게린>은 아일랜드를 바꾼 위대한 저널리스트 베로니카 게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베로니카 게린은 당시 아일랜드 전역에서 문제가 되었던 마약 문제에 대한 기사를 기획한다. 그녀가 준비하는 기사는 단순히 현상에 대한 보고가 아닌 마약밀매 범죄조직의 정체에 대한 폭로 기사이다. 베로니카 게린은 정보원 존 트레이너를 통해 길리건이라는 갱단의 거물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를 취재해 마약 유통 범죄에 대한 실체를 낱낱이 공개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베로니카의 주변 동료들은 그녀를 만류한다. 당시 마약 조직은 거대한 카르텔을 이루고 있었고 이들을 건든다는 건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목숨 역시 위협을 받는다는 의미였다.


베로니카 게린은 길리건을 찾아가고 그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힌 순간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한다. 법 위에 선 길리건은 베로니카 게린에게 직접적인 압박을 가한다. 저격수가 그녀의 집 창문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가 하면 집에 잠입한 괴한에 의해 총상을 입기도 한다.


그럼에도 베로니카 게린이 마약 카르텔 취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누군가는 해야 될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널리즘은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이라는 기본 책무를 지닌다. 기자들의 진실을 향한 노력은 사회의 잘못된 관습과 사상, 그리고 법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동반한다.


    


권력자의 횡포와 협박은 누구에게나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런 두려움에 굴복하고 오히려 붙어서 이득을 취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침묵의 자세를 현명하다고 여기는 사회도 있다. 하지만 그런 사회는 결국 병들고 망가지기 마련이다. 당시 아일랜드는 마약에 중독된 이들이 증가하면서 사회를 이끌어 갈 동력을 잃어버렸고 일반 국민들은 마약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인 거대 카르텔의 횡포 앞에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병이 들면 치료를 해야 한다. 누군가는 국가를 위해 나서야만 했지만 어떠한 권력도 이들을 견제하지 못했다. 이에 베로니카 게린은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기 보다는 자신이 누군가가 되기로 결정한다. 그의 선택은 직업이 지닌 윤리의식이라 볼 수 있다. 직업이 사회적인 가치를 지니는 건 그 윤리의식에 있다. 정당하고 깨끗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것, 사회의 순기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직업이 지닌 윤리의식이다.


<베로니카 게린>은 사건이 지닌 흥미나 스릴감에 주목하기 보다는 베로니카 게린이라는 한 개인이 지닌 윤리의식과 사명감, 그리고 용기를 통해 실현된 진정한 저널리즘과 사회의 변화를 조명한다. 최근 국내 언론은 가짜뉴스, 오보, 편향된 기사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한 명의 용기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총보다 더 강한 힘을 지닌 '기사'를 강조한 이 작품은 진정한 저널리즘의 자세를 보여준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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