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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주의 감독에 대한 이해

작가주의 감독의 등장은 누벨바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전까지 감독은 작가가 쓴 글을 영상으로 만드는 기술자의 역할이 강했다. 하지만 ‘새로운 물결’을 뜻하는 누벨바그 운동이 19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벌어지면서 감독이 스스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하는 작가주의 감독이 등장하게 됐다.     


누벨바그의 핵심적인 인물이자 작가주의 사조를 퍼뜨린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은 <400번의 구타>를 시작으로 앙트완이란 인물을 창조해내 같은 배우를 기용, 그의 이야기를 5부작으로 만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는 배우에 따라 앙트완의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이 작품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본인의 삶이 작품에 녹아있다. 자신의 삶이나 생각, 사상을 작품에 담아내는 게 작가주의 감독의 특징이다.     


이런 작가주의 감독의 작품은 감독의 개성과 사상, 고유의 특질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가 개봉한다고 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떠올린다. <걸어도 걸어도>, <어느 가족>,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 등 그가 선보인 작품들의 대부분이 가족 관계를 다룬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켄 로치 감독의 경우는 노동계층을 다룬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트로츠키주의자임을 내세우는 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노동계층 또는 투쟁을 보여주는 이들이다.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예술에도 검열을 시도한 마거릿 대처에 대한 반감이 담긴 작품들을 선보였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른 노동문제를 보여준다. 최근작 <미안해요, 리키>의 경우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지만 실상은 본사에 의해 통제당하는 택배 운전기사의 문제점을 소재로 했다.     


장 뤽 고다르 감독과 홍상수 감독은 영화에서 그들의 삶을 알 수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과 함께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인 장 뤽 고다르는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한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화에 사상을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의 작품 <중국 여인>은 마오쩌둥 사상을 보여주며 당시 그가 마오쩌둥에 심취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커리어의 흐름에 따라 당시 어떤 생각을 지녔는지 알 수 있는 감독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다. 그의 영화 속 남성들은 대부분의 직업이 예술가다. 본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작품 속 남자 주인공 역시 연령대가 높아진다. 그의 작품 속 남성들은 다소 찌질하게 묘사되며 노골적인 욕망을 표현한다. 불륜사건 이후에는 그 상대인 배우 김민희를 연달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작품 속 김민희가 겪는 상황이나 내뱉는 말은 두 사람의 불륜에 관한 이야기처럼 들린다.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를 볼 때는 그 삶에 대한 조사나 작품 전체(또는 대표적인 작품 몇 편)를 관람하는 편이 좋다. 같은 소재를 어떻게 변주하는지 알 수 있고, 감독의 삶이 어떻게 작품에 투영됐는지를 찾을 수 있다. 작품 해석에 있어서도 감독의 스타일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를 봤을 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모르는 관객은 후반부의 잔인함에 생뚱맞음을 느꼈겠지만, 그를 아는 관객은 제 버릇 개 못준다는 생각에 킥킥 웃음을 내뱉었을 것이다.     


역사를 공부할 때 중요한 건 흐름이다. 단편적인 지식의 집합체가 거대한 기류를 형성하기에 그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줄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다.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도 마찬가지다. 작가의 삶과 작품을 이해하면 더 깊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작가주의 감독의 영화는 그의 사상과 삶이 담겨있는 역동적인 흐름이다. 한 감독을 정해 그의 영화를 깊게 파다 보면 한 사람에 대해 깊이 알게 되는 즐거움과 전문가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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