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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을수록 더 빛나는 별빛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


별은 밤이 어두울 때 더 밝게 빛난다. 저 멀리 우주에서 있다 하더라도 별은 그 빛나는 존재만으로 희망이 된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이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느낌의 영화다. 정적인 리듬과 시적인 감성으로 우주를 담아내며 스페이스 리터러처(Space literature)의 매력을 선보인다.     


2049년, 지구는 대기 문제로 더는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 되어버린다. 이에 인류는 생존을 위해 피난대열에 오른다. 한때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연구를 거듭했던 박사 오거스틴은 이 행렬에 동참하는 걸 거절한다. 그는 북극에 위치한 천문대에 남아 지구와 함께 종말을 맞고자 한다. 불치병에 걸린 그는 혼자 식사를 하고 와인을 마시며 지난날을 돌아본다. 그 나날은 즐거운 시간도 있었지만 후회의 순간도 존재한다.     


스스로 쓸쓸한 죽음을 택한 오거스틴은 천문대 안에서 소녀 아이리스를 발견하고 절망한다. 그는 아이리스를 피난 대열에 합류시키기 위해 무전을 쳐 보지만 아무도 받지 않는다. 오거스틴은 과거 지구와 같이 인류가 살 수 있는 또 다른 행성의 가능성을 연구했다. 그의 말에는 진실도 있었지만, 연구 성과를 위한 거짓도 있었다. 미래세대를 위한 어른의 역할을 해내지 못한 오거스틴은 마지막으로 후회 대신 희망에 가능성을 걸어보기로 한다.     


오거스틴이 교신을 위해 아이리스와 함께 다른 기상관측소까지의 이동을 택한 그때, 우주에서는 목성 위성의 생명체 정착 가능성을 탐사하는 임무를 마친 에테르호와 다섯 명의 대원들이 돌아오고 있다. 그들은 우주선 안에서 홀로그램으로 만든 가족,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만큼 소중한 사람들과 떨어져 있던 시간이 그립다. 통신담당 설리는 지구와 교신을 시도하지만 몇 주째 답이 오지 않는다.     


지구의 상황을 모르는 에테르호는 자체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쉽지 않다. 그들 모두 지구에서 기다리고 있을 이들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귀환경로를 이탈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야만 한다. 이런 에테르호와 오거스틴의 상황은 우주처럼 고요한 위기를 보여준다. 오거스틴과 아이리스는 지구에 단 둘이 남겨졌고, 에테르호 역시 우주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작품은 이들의 만남을 통해 희망을 그려낸다. 이 작품의 배우이자 감독인 조지 클루니는 원작 소설보다 마크 L. 스미스의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어 작품을 택했음을 밝혔다. 원작소설의 경우 오거스티의 후회를 중점으로 진행되는 반면, 시나리오는 희망과 구원의 의미를 담는다. 이는 현재 인류가 처한 상황과도 연결을 이룬다. 현 인류에게 필요한 건 과거에 대한 후회가 아닌 구원의 메시지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현재의 상황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환경문제로 인한 이상기후와 생태계 파괴로 야생동물과 인간의 서식지가 가까워진 건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몰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이 작품에서 지구가 처한 상황 역시 환경문제로 인한 대기오염이다. 이런 상황에 필요한 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이다. 지구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이겨낼 수 있는 만남이 필요하다.     



그래서 영화의 하이라이트 장면은 오거스틴과 설리의 교신 장면이 된다. 지구의 외톨이와 우주의 외톨이가 어둠 속에서 서로란 별을 발견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 둘은 서로에게 희망이자 구원의 의미가 된다. 북극이란 공간이 지닌 새하얀 눈과 우주의 어둠은 색채적인 조화를 이루고, 개인에서 가족과 인류애로 확장되는 감정은 따뜻한 메시지를 전한다. 여기에 서정적인 전개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한 편의 시를 읽는 기분을 준다.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넷플릭스가 시도한 SF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묵직한 힘을 지닌 영화라 할 수 있다. 슬픔을 가득 품은 우수의 눈빛을 보여주는 오거스틴 박사 역의 조지 클루니는 연기는 물론 연출에 있어서도 잔잔한 흐름 속에 섬세하게 메시지를 담아내는 유려함을 보여준다. 12월 9일 극장 개봉 후 12월 23일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이 글은 언론사 오마이뉴스에 먼저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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