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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만난 K-드라마, 성공적인 크리쳐물을 선보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


<킹덤>의 글로벌 성공 이후 넷플릭스는 한국 드라마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보여주고 있다. 앞서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라쓰>, <사이코지만 괜찮아> 등 한국 드라마들이 연달아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믿고 보는 K-드라마’ 열풍이 불었고, <스위트홈>은 그 절정을 보여줬다. 이 크리쳐물은 넷플릭스 일일 글로벌 드라마 차트 3위에 오르며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장르물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은 넷플릭스의 자본력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이전 국내시장의 경우 좋은 컨텐츠를 영상화할 수 있는 도전정신이나 자본력이 부족했다. 김은희나 김은숙 작가가 종편을 택한 이유도 자본력을 키우거나 새로운 장르적인 시도를 보이려고 할 때면 제작환경에 막히기 때문이었다. 넷플릭스는 과감한 투자로 이 틀을 깨주었고,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웹툰의 적극적인 영상화에 나서고 있다. 이런 시도는 실험적이라 여겼던 <스위트홈>의 성공적인 실사화를 이끌어냈다.     


자살을 꿈꾸던 소년, 세상에 나오다     


작품은 소년 현수가 그린홈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작된다. 이곳 그린홈은 서울 변두리에 있는 아파트로 각자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다. 한 명 뿐인 경비에게 모든 일을 다 맡기고, 내부에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침대마저 빼게 하려는 것으로 볼 때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사는 공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곳으로 온 현수의 소망은 자살이다. 그는 8월 25일 날짜를 정해 자살을 결심하고 현실을 잊기 위해 컴퓨터 게임에 몰두한다.    

 

세상이 싫어 자살을 하려던 현수에게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세상이 먼저 멸망해버린 것이다. 갑자기 코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이던 사람들은 괴물로 변해버린다. 이 괴물은 사람을 사냥하며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현수는 자신도 코피를 흘리는 증상을 보임을 알게 된다. 헌데 그는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 괴물이 되었지만 인간의 정신을 지닌 현수는 아래층 아이들이 괴물에 의해 위기에 처한 걸 보게 된다.     


이때 그에게 손을 내미는 인물은 두식이다. 두식은 현수에게 아이들을 구하고 싶냐고 묻는다. 자살을 꿈꾸던 소년은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다. 세상에 나온 현수는 두 가지를 경험한다. 첫 번째는 자살을 결심하게 만들었던 인간의 냉혹하고 이기적인 모습, 두 번째는 그에게는 판타지와 같은 따뜻하고 애정이 넘치는 오래 전 기억에 남아있던 모습이다. 그는 이 따뜻함이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되어 괴물과 맞선다.     


왜 인간은 괴물이 되어버렸나     


이 작품의 핵심적인 미스터리는 ‘왜 인간이 괴물이 되어버렸나’이다. 작품 속에서 괴물로 변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극한의 상황에 몰린다. 흥분을 하면 괴물이 되는 거처럼 보여 진다. 이보다 확실한 이유는 현수의 과거를 통해 설명된다. 평범한 고등학생이던 현수는 왕따를 당하면서 삶이 망가진다. 활발하고 친구도 많았던 그는 부모마저 자신을 외면하자 큰 상처를 받는다. 이때 그가 느끼는 감정은 답답함이다.     


괴물로 변하는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답답함을 느낀다. 이 답답함은 거미줄 같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그린홈에서 첫 번째로 괴물화가 진행되는 인물은 경비다. 경비는 주민들에 의해 계속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 관계에서 최하층에 위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멸시와 경멸, 폭력을 받다 보면 따뜻한 마음을 잃어버린다. 결국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다만 괴물 중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 독특한 괴물이 등장한다. 현수의 경우가 절반은 괴물이고 절반은 인간인 반면, 이들은 괴물의 형상을 하고도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도와주는 모습도 보인다. 이는 답답한 상황이 인간에 대한 원망과 고통에서만 비롯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작품 속 상황처럼 인류가 멸망의 위기에 접어든 상황도 답답함을 유발한다. 이럴 때 죽음을 맞이한 이들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오합지졸 그린홈, 철통요새가 되다     


그린홈에 사는 주민들은 예전 MBC 예능 <무한도전>의 표현을 빌리자면 평균 이하다. 이들은 모두 빈곤과 사회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없는 아픔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괴물이 나타났을 때 가장 먼저 무너지기 좋은 조건은 다 타고났다. 가난할수록 마음은 이기적으로 변한다. 다툼도 많아진다. 이럴 때 집단을 통제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강인함과 냉철함이다. 놀랍게도 이 그린홈에는 리더 역할을 해주고, 전투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다수 존재한다.     


처음 괴물이 나타났을 때, 가장 빠른 판단력을 보여준 건 은혁이다. 그는 소화기로 괴물을 쫓아내고, 열었던 아파트 입구를 닫게 한다. 그는 현수를 따로 격리시키면서 전투원으로 부리는 냉철함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면에는 입양한 동생 은유를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만큼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그는 모두가 살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이 과정에서 욕을 먹는 나쁜 리더를 자청한다.     


은혁이 스스로 욕을 먹는 리더가 되었다면, 이경과 상욱, 현수는 원치 않게 전투원의 역할을 한다. 은혁은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아파트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셋을 반강제로 전장으로 보낸다. 특수부대 출신의 소방대원 이경은 은혁에 의해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기억 때문인지 헌신을 다해 주민들을 지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밑바닥 삶을 살아온 상욱은 맨몸으로 괴물들과 맞설 수 있는 괴력의 소유자다. 사람을 찾기 위해 이곳에 온 그는 주민들을 통해 처음 따뜻함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싸운다. 현수는 반이 괴물이란 이유로 격리를 당하면서 싸울 때는 맨 앞에 서는 부당한 상황에 있다. 그럼에도 이곳에서 유일하게 빛을 느낄 수 있기에, 자신을 쓸모 있는 사람으로 여겨주는 공간이기에 최선을 다한다. 이런 현수의 모습은 결국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데 성공한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스위트홈’     


처음에는 갈등과 불신으로 가득했던 스위트홈의 주민들은 점점 하나로 뭉친다. 이를 통해 살아남기 힘든 환경에 놓인 그들은 하나의 가족처럼 뭉치게 된다. 이 관계를 잘 보여주는 캐릭터가 재헌과 지수다. 한때 알코올 중독자였던 교사 재헌은 아무런 조건 없이 칼을 들고 지수를 지키고자 한다.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곁을 떠나간 지수는 자신을 지켜주는 재헌마저 혹 위험을 당할까봐 염려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걱정하는 사랑을 보여준다. 시한부 인생의 길섭과 하반신 마비의 두식이 집을 나와 무리에 합류하는 것도 집단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바라는 건 아무것도 없다. 이는 가족의 헌신적인 사랑과도 같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헌신이다. 무언가를 바라기 때문이 아니다. 이유 없는 사명감을 지니고 열과 성을 다해 세상과 맞서 싸운다.     


작품의 공간이 되는 아파트는 굳게 닫힌 철문으로 단절된 느낌을 준다. 1층에 모인 주민들은 같은 동네에 살면서도 서로 모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한 자리에 뭉치면서 공동체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가족 같은 따뜻함을 지니게 된다. 이는 현대사회의 단절과 이기심을 의미하는 아파트란 공간을 ‘스위트홈’으로 만드는 마법 같은 판타지를 보여준다. 괴물의 표현 못지않게 이런 드라마적인 구성능력은 감정을 자극하는 힘을 선보인다.     


다음 시즌에도 이어질 임무, ‘살아남아라’     


이 작품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인물들의 목적이 하나로 집약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드라마를 선보이지 않으니 장르적인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그 목적은 하나다. 바로 ‘살아남아라’다. 세상이 멸망했다 하더라도 목숨이 붙어있는 한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 처음에는 구조를 기다리던 그린홈 주민들은 대통령도 괴물화가 진행되면서 군대에 사살당하고, 군이 권력을 잡자 생존전략을 바꾼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닌 자신들이 집단을 이뤄 살아나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식량을 구하기 위해 아파트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우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로를 물색하려 할 때, 그들을 방해하는 건 인간이다.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다룬 모든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설정하는 핵심적인 적은 인간이다.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상처를 받고 고통을 겪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인간이다. 때문에 인류 종말의 상황에서도 적은 인간이 된다.     


이번 1탄이 괴물들과의 사투를 주로 다뤘다면 2탄은 인간, 그리고 현수와 같은 반인반괴(半人半怪物)가 주적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린홈 주민들의 생존을 향한 사투 역시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1탄에서 핵심 캐릭터를 제외한 주요 캐릭터가 다수 하차한 만큼 2탄에서는 어떤 캐릭터들이 등장할지도 관심 포인트다. 한국 크리처물의 새 지평선을 연 만큼 더 향상되어야 할 괴물의 그래픽과 다소 아쉬웠던 액션 표현은 질감을 살려야 할 숙제라고 본다.  



*이 글은 온라인 영화 매거진 씨네리와인드와 블로그에 먼저 게재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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