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아메리칸 머더: 이웃집 살인 사건>
2018년 개봉작 <서치>는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표현의 참신함에 대해 고찰하게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맥북 속 화면을 바탕으로 풀어냈다. 페이스북과 영상통화, 뉴스화면 등을 활용해 온라인상에서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신선함을 선사했다. 영화를 비롯한 영상매체는 OTT와 유튜브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영상물 범람의 시대에 좋은 이야기만으로 승부를 거는데는 한계가 있다. 이제는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핵심적인 요소로 떠오른다.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서치>는 이 메신저를 독특하게 선택하면서 차별화된 스릴러의 매력을 보여줬다. 이런 시도는 크리스 와츠 사건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머더: 이웃집 살인 사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2018년 미국 콜로라도 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사건 기록과 주변 지인들의 증언으로 구성되는 범죄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공식을 비트는 기교를 선보인다.
그 기교의 핵심은 페이스북이다. 피해자 샤넌이 페이스북에 남긴 일상기록을 바탕으로 그녀의 일상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남편 크리스토퍼를 제외한 일가족이 실종되었는지를 추리한다. 이 작품은 <서치>처럼 이 과정을 주변 지인들이나 사건을 담당한 경찰의 인터뷰가 아닌 스마트기기를 통한 기록물을 중심으로 풀어간다. 먼저 실종의 순간을 당시 출동한 경찰의 바디캠을 통해 보여준다.
바디캠은 객관적인 상황을 관객에게 인식시키는 역할을 한다. 다큐멘터리가 지닌 기록에 충실하며 증거에 있어 주변 지인의 증언에 의한 감정이나 선택이 개입하는 걸 막는다. 수사 과정 역시 크리스의 심문 과정을 촬영한 장면과 뉴스 장면을 바탕으로 진행한다. 그 사이 빈 공간을 채우는 건 관객과 함께하는 추리다. 이 추리는 샤넌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다. 이 지점이 <아메리칸 머더: 이웃집 살인 사건>이 지니는 포인트다.
페이스북은 일상의 모든 것을 기록하는 일기장과 같다. 일상이 전부 기록되기에 페이스북을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생활패턴이나 감정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에이드리언 매킨티의 소설 <더 체인>을 보면 페이스북을 이용해 상대에 대한 정보를 알고 범죄대상으로 삼기도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반대로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를 풀어내는 시도를 선보인다. 샤넌이 남긴 기록 속에서 그녀에게 위해를 가할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아본다.
샤넌이 찍은 가족 영상과 친구들과의 통화내역,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는 모두 사건 해결을 위한 단서로 작용한다. 이 영상을 바탕으로 샤넌이란 인물에 대해 추리를 시작한다. 그가 왜 크리스를 만났고 시댁과 어떤 이유로 갈등이 생겼는지를 보여주며 부부 사이에 생긴 그림자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샤넌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부터의 페이스북 기록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추리극의 구성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런 구성은 사건의 결말을 공개한 후 그 원인을 찾아가는 다큐의 추적 형식이 아닌 결말부를 뒤에 배치하며 함께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 영화나 소설의 방식을 차용한다. 바디캠-페이스북-CCTV를 순차적으로 활용해 현재진행형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 형식적인 측면에 매몰되어 다큐멘터리가 지닌 본질인 사회성과 시의성을 잊는 실수를 하지 않는 미덕 역시 갖춘다.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살인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 촉구다. 다큐멘터리는 매년 미국에서 살해당하는 여성의 3분의 1이 배우자나 연인에 의해 살해당한다고 밝힌다. 샤넌을 비롯해 주변 지인들이 그녀와 주고받은 기록들은 사건해결의 단서가 될 만큼 이들 부부의 문제는 주변에서도 눈치 챌 만큼 분명했다.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인 가정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남긴다.
다큐멘터리는 연출자가 정해준 방향에 따라 관객이 생각을 지니게 되는 구성적인 특징이 있다. 연출자가 보여주는 증거와 증언이 선택적 정보로 활용된다. 이 작품은 기록이 되는 영상을 관객과 함께 감상하며 사건 속으로 들어가는 구성을 통해 기록의 탐색에서 벗어나 현장감을 투영하는데 성공한다. 기존의 연출 방식에서 벗어나 사건을 재구성하며 매체가 지닌 표현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