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개인이 지닌 역사의 의미에 관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 디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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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꽃이라고 하면 단연 오리지널 콘텐츠다.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만나볼 수 있기에 꾸준히 넷플릭스를 신청하는 이유가 된다. 때문에 넷플릭스 입장에서도 자체 콘텐츠의 질적인 측면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에 넷플릭스가 시도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작품성 또는 흥행성이 보장된 원작을 가져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세계적 또는 자국에서 이름난 창작자와 함께 협업하는 것이다.


<더 디그>는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존 프레스턴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저명한 연극 연출가인 사이몬 스톤이 연출을 맡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만큼 영국의 고전적인 매력을 전하는 작품에 주로 출연한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언 애듀케이션>,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의 캐리 멀리건이 프티리 역을, <잉글리쉬 페이션트>, <해리 포터> 시리즈의 랄프 파인즈가 배질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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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디그(The Dig)>는 제목 그대로 유물을 파내는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만 들으면 한국영화 <도굴>이나 <인디아나 존스>처럼 신나는 모험극이 떠오른다. 이 작품은 잔잔한 드라마 속에 과거 유물과의 만남을 통해 인간의 삶을 통찰하는 작품이다. 오락적인 재미보다는 철학적인 깊이가 돋보인다. 이런 전개는 작품을 전반적으로 감싸는 전쟁의 위험이 삶이 지닌 두려움과 마주하는 순간과 연결된다.


1939년 영국 서픽, 프리티 부인은 저택의 사유지에 있는 둔덕을 파달라는 의뢰를 유물을 발굴하는 일을 하는 배질에게 맡긴다. 배질은 흔히 생각하는 고고학자와 거리가 멀다. 가방 끈이 짧은 그는 사설로 유물 발굴 의뢰를 받는다. 해당 유물을 발견하고 전문적인 견해를 보여주기 보다는 땅을 파는 일을 전문적으로 한다. 때문에 작품의 제목은 ‘파다’의 뜻을 지닌 ‘더 디그’가 된다.


프리티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자신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할 일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둔덕에 무엇이 묻혔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작업을 진행하던 배질은 흙더미에 파묻히는 등 위기의 순간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일을 끝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발견한 유물의 정체는 ‘배’다. 헌데 이 배가 보통 배가 아니다. 과거 앵글로색슨족이 타던 배라는 고고학자의 견해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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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영국인의 기원과 연관된 중요한 발견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박물관 직원을 직접 파견하게 된다. 박물관 직원은 배질 대신 자신들이 작업을 마무리하겠다 하고, 프리티는 이를 승낙한다. 프리티는 갑작스런 엄청난 발견에 두려움을 느낀다. 남편의 죽음과 자신의 시한부 삶에 대한 공포를 느낀 그녀는 조용히 삶을 마감하고 싶어 한다. 때문에 모든 일의 마무리를 자신의 손을 떠나 영국 정부에 맡기기로 한다.


배질 역시 처음에는 프리티와 같은 생각을 한다. 가방 끈이 짧은 자신이 감당하기에 큰일이라 여기고 손을 떼라는 박물관 직원의 말을 받아들인다. 허나 자신의 일에 자긍심을 잃지 말라는 부인의 말에 힘을 얻은 그는 프리티를 설득한다. 이에 프리티는 자신의 사유지에서 발견된 유물이란 점을 강조하며 발굴 작업을 배질과 함께 끝낼 것을 주장한다. 삶의 마지막 순간, 그녀는 주체적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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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오랜 시간 숨겨진 유물이 현대의 역사에 영향을 끼쳤듯,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모든 시간은 인류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음을 주장한다. 영화에는 ‘과거 누군가 우연히 동굴에 손바닥을 찍은 이후부터 인류는 끊어질 수 없는 역사의 끈을 만들게 됐다’는 대사가 등장한다. 역사를 연구하는 방법에는 미시사(微視史)라는 게 있다. 미시사는 인간 개인이나 소집단을 바탕으로 알아내는 역사적 사실을 의미한다.


당시의 생활양식, 재판기록, 일기 같은 사소한 기록 하나하나가 미래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 된다. 우리가 인터넷에 남기는 소소한 글 하나하나 역시 후대에는 역사가 될지 모른다. 일상적인 순간이 역사가 되듯, 우리의 삶 역시 순간 하나하나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때문에 프리티도, 배질도 배를 발견한 순간 정부와 겪는 충돌에서 물러서지 않는다. 그 용기가 또 다른 관계와 순간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주제의식을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 배질이 프리티 아들의 소원을 이뤄주는 장면이다. 프리티의 아들은 유물인 배 위에서 엄마와 함께 달을 보는 게 소원이라 말하고, 배질은 이를 이뤄준다. 이때 배는 과거, 아들은 미래를 의미한다. 마치 이들이 배를 타고 달을 향해 항해하는 듯한 모습을 하나의 프레임에 담아내면서 삶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모험과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나아가는 역사의 의미를 되짚는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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