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내 친구들은 모두 죽었다>
1998년 작인 프랑스 블랙코미디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독특한 전개, 쓰디쓴 웃음으로 여전히 회자되는 작품이다. 한 추리소설 작가가 생일 날 배우자로 맞이할 가능성이 있는 네 명의 남자를 초대했다 예기치 못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이 소동극은 인물 사이의 관계를 촘촘하게 그리며 예기치 못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 과정과 이에 따른 주인공들의 선택을 잔혹하면서도 코믹하게 그려낸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폴란드 영화 <내 친구들은 모두 죽었다>는 틴에이지판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라 할 수 있다. 다수의 인물들이 지닌 관계를 촘촘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이들이 얽힌 소동극을 발랄하면서도 잔혹하게 그려낸다. 작품의 시작은 어젯밤까지 파티장이었으나 다음날 집단 학살 현장이 된 한 자택으로 두 명의 형사가 출동하면서 시작된다. 형사들은 다수의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 아연실색한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일한 생존자는 “내 친구들은 모두 죽었어요”라면서 절규한다. 대체 지난 밤 어떤 일이 있었기에 총부터 칼, 목을 매단 시체까지 다수의 학살이 발생한 걸까. 이런 호기심이 피어날 즈음 작품은 전날 밤을 향한다. 젊은 남녀들이 모여 광란의 밤을 즐기는 평범한 파티장이었던 이곳이 변하게 된 건 아나스타샤가 그의 연인 보그단과 싸우면서다. 보그만과 싸운 아나스타샤는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필리프를 유혹한다.
두 사람은 파티를 연 마레크 아버지의 서재에서 관계를 갖던 중 총을 발견한다. 사건을 저지르는 주인공의 행동은 평범하지 않다. 총을 들고 관계를 맺던 아나스타샤는 상대에 도취된 나머지 실수로 총을 발사하고, 그 총은 서재로 들어오려다 두 사람을 발견하고 나가려던 마레크의 몸을 관통한다. 아나스타샤의 사고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레크의 시체를 옆방에 숨기는 과정에서 굳이 총을 들고 가고, 이 총을 두 명의 콜걸이 발견하며 사태는 악화된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지옥 같다. 이 지옥은 성직자와 피자 보이 캐릭터를 통해 블랙코미디의 색으로 잘 표현된다. 종교에서 지옥에 간다는 의미는 세속에 속한 죄를 범할 때다. 그 죄는 살인, 폭력, 섹스 같은 불결한 것으로 치부되는 요소다. 파티를 즐기는 청춘들은 이 요소를 모두 품고 있다. 파티를 통해 성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가 하면 약물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마치 짐승처럼 파트너를 차지하기 위해 폭력을 행사한다.
이런 지옥 같은 욕구들은 뭉치고 뭉쳐 결국 살인으로 연결된다. 파티에 참석한 성직자는 콜걸들의 유혹에 주를 찾는다. 주와 마주한 그는 왜 내게 욕구를 주었느냐며 이건 모두 주의 탓이라며 쾌락을 즐긴다. 이런 성직자의 모습은 블랙코미디 특유의 씁쓸한 웃음을 자아내며 세기말적인 분위기로 작품이 선사하는 아수라장의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킨다. 블랙코미디에서 빠질 수 없는 비극은 피자 보이를 통해 완성된다.
피자 보이는 파티장에 피자 배달을 왔다 비극에 빠진다. 가난한 화학공학생인 피자 보이는 피자 배달로 번 돈으로 학비를 대면서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의 병원비를 댄다. 돈을 주겠다며 집으로 들어간 마레크가 살해당하며 피자 보이는 돈을 받지 못해 직장에서 해고당한 건 물론, 어머니가 요리 중 실수를 해 화재로 목숨을 잃게 된다. 마레크의 시체에서 꺼낸 피 묻은 돈을 물로 닦던 중 해고 통보를 받는 피자 보이의 모습은 이런 비극성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 피자 보이의 존재는 이 영화가 왜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 같은 웰메이드 영화와 연결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아수라장을 만드는 영화는 많다. 이 작품보다 더 기발하게 상황을 연결하는 작품 역시 즐비하다. 허나 ‘왜’ 이런 일이 발생 했나 설명해주는 영화들은 드물다. 그저 현상을 보여주고 재미를 찾으라는 오락성에 치중한 구성을 선보인다. 영화는 현상이 아닌 이야기다.
작품은 이 일이 화학작용 때문이라 말한다. 피자 보이는 화학이 세상의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학문이라 말한다. 화학은 각기 다른 원소가 만나 생기는 작용을 연구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 역시 수많은 사람들이 만나 생기는 작용으로 이뤄진다. 어떤 만남은 운명이 아닌 듯 어떤 작용도 없지만, 어떤 만남은 강한 작용으로 큰 변화를 일으킨다. 끔찍한 아수라장은 수많은 원자가 만나 펼쳐진 화학작용임을 보여주며 소동극의 근본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