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사로잡을 <승리호>가 담아낸 우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승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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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과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두 편의 영화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의 작품은 높은 수준의 스토리텔링과 장르적인 재미를 만족시키며, 국내에서 시도하기 힘든 장르들을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늑대소년>에서는 순정 판타지를, <탐정 홍길동>에서는 고전 홍길동을 바탕으로 필름 누아르의 색을 입힌 영웅을 창조해냈다. 이런 점 때문에 <승리호>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국내 최초 SF영화임에도 기대를 받았다.


기존에 시도해본 적 없는 과감한 시도지만, 조성희 감독이라면 걸출한 작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한 만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 마땅한 개봉 일자를 잡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결국 제작비를 보전 받을 수 있는 넷플릭스행을 택했고, 이 선택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국내 영화시장에서 보기 힘든 획기적인 시도와 기대감을 충족시킬 영화를 극장이 아닌 방구석 1열에서 감상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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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성에 더해진 SF의 매력


조성희 감독은 작품에 특정한 국적을 넣지 않는다. 이 점이 국내에는 생소한 장르물을 시도함에도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다. 그의 무국적성은 국내에서 생소한 장르가 주는 이질감을 최소화시키는 힘을 보여준다. <승리호>는 이런 무국적성을 더 강하게 보여준다. 작품은 2029년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으로 인해 인류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으로 변해버렸다.


우주 위성궤도에는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UTS가 만들어진다. 이곳은 지구와 달리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우주에는 우주쓰레기를 주워 파는 청소부들이 있다. 이들은 우주에서 돈을 벌어 지구에 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한다. ‘승리호’ 역시 이런 우주청소선이다. 조종사 태호와 장선장, 기관사 타이거 박과 기술자 로봇 업동이로 구성된 이들은 오히려 항해를 하면 할수록 빚을 지면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린다.


이런 승리호의 모습은 주변 다른 우주청소선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탈출하기 힘들지만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여기에 UTS와 겪는 빈부격차의 문제는 전 세계인이 공통으로 겪는 빈곤과 빈부격차 문제를 다루며 인종과 언어가 달라도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언어가 등장하지만, 미래에 등장한 번역기를 통해 자유롭게 소통을 나누며 국내에서 만들어진 SF 영화임에도 어색함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선택은 자연스럽게 다양성의 가치를 작품에 담아낸다. 인종도, 성별도, 언어도 각기 다르지만 생존과 공존이란 공통의 목적을 위해 힘을 합친다. 업동이가 남자 목소리이지만 여자 로봇이란 점, 우주에는 위도 아래도 없이 모두가 그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는 대사가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이런 점은 전 세계를 무대로 한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딱 맞는 작품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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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상상력


작품은 기존 SF영화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고유한 정체성으로 신선함을 보여준다. 우주선이 중심이 된 우주에서의 싸움이나 로봇 업동이, 로봇 같은 슈트를 입은 제국군 등 ‘스타워즈’ 시리즈가 남긴 유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특히 후반부 우주청소선과 UTS 부대의 전투 장면은 이런 느낌을 강하게 준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지구의 위기도 다양한 SF영화에서 보여줬던 소재다. 이런 익숙함은 장르적인 매력을 자아낸다.

SF 장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로봇과 우주에서의 전투를 보여주며 쾌감을 자아낸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생소하면 이것이 맛있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익숙한 맛을 바탕으로 색다름을 더하는 게 맛집의 비결이다. 이 영화가 지닌 신선함은 ‘우주청소선’ 승리호에 있다. 우주를 구원하는 이들을 우주청소부로 설정하며 재미를 준다. 여기에 범상치 않은 구성원들을 통해 각자의 캐릭터성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과거 UTS 부대원이었으나 퇴출당한 속물처럼 느껴지는 실리주의자 태호, 우주해적단을 이끌었던 걸걸한 카리스마의 장선장, 지구에선 잔인한 갱단 두목이었지만 우주에서는 애정이 넘치는 타이거 박, 전투용 로봇이나 이제는 사람을 지키는 웃음 담당의 업동이 등 개성 넘치는 인물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며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힘을 보여준다. 이런 몰입은 인간형 로봇인 아이 도로시를 만나면서 이들이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되는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간다.


관객이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가족 같이 따뜻한 사랑을 느껴가는 전개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다. 장르물이 후반부에 갑작스레 감동을 주려 하면 거부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이 작품은 예외다. 앞서 탄탄하게 주인공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고 관객과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 감정적인 격화를 이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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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통할 콘텐츠의 탄생


<승리호>의 방향성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PC주의와 일맥상통한다. 다양한 인종이 각자의 언어로 말한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보여준다. 기존의 작품들이 외국인이 등장해도 더 강대국이라 여기는 국가의 언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각자가 각 국가의 대표가 된 거처럼 각자의 언어로 말하며 이런 힘의 논리나 격차에서 벗어난 다양성을 표현한다.


다음으로는 환경문제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호아킨 피닉스 등 할리우드 스타들은 물론 세계적인 셀럽들은 환경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그 심각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보통 SF영화에서 환경문제로 지구가 파괴되면 돌아갈 수 없기에 우주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환경문제는 소재 측면에 머무른다. 반면 <승리호>는 환경오염이 주제이자 전개의 핵심이 된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강하게 보여준다.


글로벌한 흐름을 따르면서 ‘한국 작품’이란 정체성을 잃지 않는 미덕을 선보인다. ‘승리호’에 부착된 태극기는 지구를 구하는 커다란 임무를 대한민국이 책임지게 되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는 세계를 지키는 내용의 작품을 미국이나 중국이 만드는 거처럼 과한 애국심의 표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다양성의 가치와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이를 파훼하는 높은 수준의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승리호>는 별미와 같은 작품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느낌을 국내 상업영화의 색에서 내면서 오묘한 맛을 낸다. 코믹과 액션을 통해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감동 코드를 적절하게 가미한다. 세계관에 있어 고유한 정체성을 시도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한국영화가 우주에 찍은 첫 번째 발자국으로는 손색이 없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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