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
한국계 작가인 제니 한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키싱 부스>와 함께 넷플릭스를 대표하는 하이틴 로맨스 시리즈다. 주인공 라라 진이 자신이 짝사랑했던 남자들에게 부치지 못했던 다섯 통의 편지들이 전달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며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2021년 2월 12일 공개된 시리즈의 3번째 편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는 성인의 관문에 선 라라의 모습을 담는다.
여느 하이틴 로맨스의 커플들처럼 라라와 피터는 오랜 갈등과 오해를 반복한 끝에 안정된 연인관계에 골인한다. 대학 진학을 앞둔 두 사람은 함께 스탠퍼드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한다. 피터와의 캠퍼스 로맨스부터 결혼 이후까지 달콤한 상상에 빠진 라라. 이 기대를 배반하듯 라라는 스탠퍼드에 떨어지고 만다. 그나마 버클리 대학교에 합격해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는 라라.
친구들과 함께 떠난 졸업여행에서도 라라와 피터는 즐겁게 지내지만, 라라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불편함이 자리 잡는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기 마련이다. 피터와 사랑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은 갑작스런 뉴욕대 합격으로 눈길이 가게 만든다. 어차피 몸이 멀어진 거,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긴 것이다. 피터는 이런 라라의 선택을 일종의 배신이라 여긴다.
피터의 이런 마음은 아버지에게서 비롯된다. 피터의 아버지는 가족을 떠나 새로 가정을 꾸렸다. 아버지에 대한 애증을 지닌 피터는 라라마저 자신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감정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이 감정은 고등학교 졸업파티인 프롬에서 절정에 이른다. 새로운 시작을 앞둔 라라와 피터는 성인이 되는 관문 앞에서 또 다른 위기를 겪는다. 과연 두 사람의 로맨스가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가 작품의 핵심적인 재미요소다.
이번 3편은 서비스편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도입부 라라 진의 가족이 서울로 여행을 떠나는 장면이나 졸업 여행에서 과거의 라이벌 젠을 비롯해 친구들과 유쾌한 하루를 보내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시리즈 팬들이 기대할 만한 장면들을 다수 보여준다. 이런 장면들을 다수 구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갈등 구조가 상당히 약하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의 갈등은 이전 두 편에 비할 때 상당히 연하다.
이 시리즈의 첫 번째 등장을 생각해 보자. 라라는 자신이 쓴 다섯 통의 부치지 못한 편지가 동생 키티에 의해 전달되며 곤란한 상황에 처한다. 학교 퀸카 젠과 연애 중이던 킹카 피터는 헤어진 젠의 관심을 돌리고자 라라와 가짜 연애를 시작한다. 질투심과 소유욕이 강한 젠은 과거의 절친인 라라에 적대감을 보이고, 피터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라라에게 점점 빠져든다. 이 삼각관계의 구조가 핵심적인 재미를 이끌어 내며 로맨스에 쫄깃함을 더했다.
2편인 ‘P.S. 여전히 널 사랑해’ 역시 이런 삼각관계에 중점을 뒀다. 라라는 잘 나가는 피터와의 연애에 부담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편지를 받은 조던의 차분하고 수수한 매력에 빠져든다. 흔들리는 라라에 당황한 피터가 다시 젠에게 돌아가려 하려는 등 두 주인공의 요동치는 감정을 통해 흥미롭게 갈등 관계를 구성했다. 로맨스 영화가 흥미롭게 전개되려면 두 주인공을 외부에서 흔드는 인물이 있어야 한다.
이번 3편에는 그런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갈등이 끝난 소강상태에서 대학 문제는 큰 산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이전 두 편을 통해 이보다 더 큰 위기를 이겨낸 두 사람의 강한 사랑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하이틴 로맨스는 뻔한 전개와 결말을 지니는 대신 캐릭터의 매력을 통해 사랑을 말한다. 헌데 이 작품은 지난 두 편을 통해 캐릭터에 익숙해졌기에 사랑에 있어 호기심을 유발해내지 못한다.
이런 익숙함은 이전에 느꼈던 신선함을 잃어버리는 아쉬움을 보여주기도 한다. 처음 이 시리즈가 등장했을 때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이유는 하이틴 로맨스의 주인공이 동양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원작자 제니 한은 여주인공을 백인으로 바꾸자는 제작사의 제안을 거절했고 이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동양인 여주인공의 등장은 신선함을 줬고, 미국 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K-POP이 어우러져 10대 감수성에 맞는 작품이 탄생했다.
신선함이 희석된 점과 갈등구조의 약화는 아쉬움으로 남지만 오히려 팬무비의 성적을 지녔다는 게 호재로 보이기도 한다. 두 번이나 갈등과 오해를 이겨낸 두 주인공 앞에 또 다른 위기를 만들어 내는 건 피로감을 유발할 확률이 높다. 자꾸 외부인물에 흔들리는 두 주인공의 모습에 그들에 대한 애정도 잃을지 모른다. 라라와 피터의 사랑을 안전하게 지키는 선택을 통해 팬무비의 미덕을 선보인다.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 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