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스퀘어드 러브>
MBC 예능 <놀면 뭐하니>를 통해 유행처럼 번진 ‘부캐 놀이’는 각 장소나 역할에 따라 또 다른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걸 의미한다. 부캐는 본래 게임에서 온 단어로 본래 사용하던 캐릭터 외에 새로 만든 부캐릭터를 줄여 부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트로트를 부를 때는 유산슬이라는 부캐가 된다. 이 작품 <스퀘어드 러브>는 서로의 부캐를 통해 만난 두 남녀가 펼치는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두 주인공은 각자 다른 이유로 부캐를 만든다. 초등학교 교사 모니카는 아이들과 가까이 지내며 놀이 위주의 수업을 진행하는 초등학교 수학 교사다. 교육에 대한 명확한 신념이 있을 만큼 교사란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그녀는 모델 클라우디아라는 부캐를 지니고 있다. 모델 일을 할 때면 갈색의 웨이브가 진 긴 생머리 가발과 렌즈를 끼고 촬영장을 향한다. 부캐 클라우디아는 잘 나가는 모델이다.
다소 노출이 심한 모델 일을 한다는 점에서 부캐를 생성한 거처럼 보이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아버지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가 된 아버지는 직원에게 속아 빚더미에 앉게 된다. 교사 수입으로는 빚을 갚기 힘든 상황이기에 모니카는 아버지 몰래 모델 일을 해 돈을 번다. 그녀가 부캐를 만든 건 아버지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빚을 갚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모델 일을 하러 가던 그녀는 차가 고장나 히치하이킹을 시도한다. 이때 그녀를 태우는 남자가 같은 모델 일을 하는 엔조다. 첫 만남부터 티격태격한 두 사람은 촬영장에서 키스하기에 이른다. 두 사람의 사이가 처음에 삐걱대는 이유는 엔조가 허영심을 지닌 인물이란 점 때문이다. 엔조의 본명은 스테판으로 그는 성공을 위해 그가 속한 회사의 대표와 동거하는 건 물론, 예쁜 여자만 보면 작업을 거는 플레이 보이다.
클라우디아와의 촬영에서 사고를 친 엔조는 대표와 동거하던 집에서 쫓겨나며 본래 캐릭터인 스테판으로 돌아간다. 살 집도 없는 스테판은 형의 집에 머물면서 집 나간 형수를 대신해 조카를 돌본다. 이 조카의 담임이 모니카이고, 모니카의 부캐인 클라우디아와 엔조가 사랑에 빠지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본캐와 부캐를 오가는 두 선남선녀 주인공의 로맨스가 연애세포를 자극하는 달달함을 준다.
이런 달달함은 로맨틱 코미디의 장르적 매력을 충족시킨다. 다만 그 맛이 다소 초등학생 입맛이다. 로맨틱 코미디는 코미디 장르의 요소가 들어가기에 유치한 측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과장된 캐릭터성과 두 주인공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성숙한 로맨스와는 거리가 있다. 지성과 미모를 동시에 겸비한 소녀가장과 철없지만 매력적인 플레이 보이라는 두 주인공의 설정은 로맨틱 코미디에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다만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이 단조롭다 보니 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사랑에 빠졌는지 그 설렘을 찾기 힘들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매력적인 이유는 남녀 주인공이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오해했던 부분을 풀어가는 측면에 있다. <엠마>, <오만과 편견> 같은 제인 오스틴의 고전명작이 선보인 포인트가 여전히 주류로 사용되며 클래식하지만 확실하게 감정을 자극한다.
헌데 이 영화는 그 포인트가 빠져있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설정했지만 이들의 합을 구성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왜 엔조가 클라우디아를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 여기에 외부에서 긴장감을 자아내야 할 두 악역의 동력이 약하다. 엔조를 좋아하는 여자대표와 모니카가 클라우디아 임을 눈치 챈 아버지 회사 직원은 각자 두 주인공을 위기에 빠뜨리는 역할을 받았으나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이들에게 동력이 부족하단 점 때문이다. 여자대표는 엔조와 비슷한 바람둥이 스타일이다. 갑자기 그녀가 헌신적으로 자신보다 낮은 직위에 있는 엔조에게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설정이 흥미를 주지 못한다. 회사 직원 역시 한 번의 협박 이후 그럴싸한 위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모니카의 캐릭터가 굳이 교사일 필요가 있나 하는 의문이 들 만큼 회사 직원 역시 굳이 넣을 필요가 있는 캐릭터였나 생각이 들 만큼 미비한 존재감을 보인다.
<스퀘어드 러브>는 두 주인공을 통해 네 개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더 흥미로운 로맨스를 형성해낼 수 있었다. 허나 달달함을 보여줄 장면을 구현해내지 못하며 말 그대로 ‘부캐 놀이’에 머무른다. 영화적인 매력보다는 잘생기고 예쁜 두 주인공 얼굴을 구경하며 웃고 떠드는 놀이에 가까운 측면을 보여준다. 한 마디로 영화 혼자 신이 난 기분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키싱 부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등 웰메이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선보여 왔다는 점에서 다소 아쉬운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