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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처럼 보이고 싶은 치타의 아쉬운 위력

넷프릭스 영화 <야차>

  


2월 <소년심판> 이후 넷플릭스는 3월 화제가 될 만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개하지 않으며 조용히 한 달을 보냈다. 한 달 단위로 구독료를 내는 구독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잠잠했던 봄맞이나 다름이 없는 순간이다. 4월을 맞이해 넷플릭스는 스페셜 코미디 <셀럽은 회의 중>을 공개했다. 여기에 이어 영화 기대작인 <야차>를 8일 공개한다. 이 작품은 지천명 아이돌 설경구와 <오징어 게임>의 박해수가 주연을 맡으며 기대작으로 손꼽혔던 영화다.     


첩보 액션 장르의 이 영화는 중국 선양을 배경으로 한국, 북한, 중국, 일본이 엮인 동아시아 대규모 비밀공작을 다룬다. 이 점에서 알 수 있듯 스케일이 큰 영화로 국내에 스파이 장르 액션영화가 드물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선양은 전 세계 스파이들의 집결지로 질감이 거친 도시라는 점에서 두뇌게임과 하드보일드 액션을 동시에 선보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그 장점을 살리기 위해 메인에 내세운 캐릭터가 ‘야차’다.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 전담 블랙팀의 리더인 지강인은 ‘야차’라는 별명으로 불릴 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에 나선다. 그의 팀원들 역시 강인을 따라 도덕적인 관념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인다. 이들은 임무 수행을 위해서는 폭력은 물론이고 살인에 납치, 감금도 행한다. 도입부 선양의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강인의 액션 장면은 거친 질감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분명히 나타낸다.     



강인 역의 설경구는 <불한당>을 시작으로 입은 섹시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거칠고 야성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작품이 지닌 질감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창조해낸다. 강인과 대립을 하는 검사 지훈 역의 박해수 역시 남성적인 매력이 도드라진 배우라는 점에서 인상적인 충돌을 그린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좌천된 검사인 지훈은 다시 기회를 잡기 위해 거짓 보고서를 올리는 블랙팀을 감사하기 위해 선양을 향한다.    

 

강인과 지훈의 첫 만남과 갈등을 다룬 초반부는 꽤나 흥미롭다. 나락으로 떨어진 지훈은 그 어떤 지옥이라도 갈 기세로 산양을 향한다. 한국에서 야차는 무섭고 잔인하며 사람을 잡아먹는 살인귀로 묘사가 된다. 살인에 감금은 물론이고 지훈에게 주먹을 날리는 강인과 그 팀원들은 제목의 의미를 제대로 살린다. 열탕지옥에서 인간을 튀기는 잔혹한 야차의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 듯하다.     


이 작품은 나현 감독의 전작 <프리즌>을 떠올리게 만든다. <프리즌> 역시 수컷냄새가 진동하는 영화였고 한석규와 김래원이라는 스타배우를 투톱으로 내세웠다. 흥미로운 소재로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점 역시 동일하다. 그리고 단점이 되는 지점들도 같다. 한석규와 김래원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프리즌>처럼 <야차> 역시 설경구와 박해수의 매력을 살릴 만한 포인트를 잡아내지 못한다.     



강인의 경우 ‘야차’가 지닌 잔혹함과 정의를 지킨다는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캐릭터다. 초반 전자의 의미를 강하게 가져오려다 보니 후자의 의미를 살리는 과정에서 캐릭터의 매력을 반감시킨다. 강인의 캐릭터가 강하다는 점은 같은 강으로 대립하지 않는 지훈에게는 부담이라 할 수 있다. 강한 충돌도, 찰떡 케미도 선보이지 못하는 건 물론 브로맨스를 발산하는 구성도 아니다.      


전개의 측면에 있어서는 기존 첩보 액션 장르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야차>만의 장점이 부족하다. ‘한국형’이라는 이름을 붙인다면 불모지 장르를 개척했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을 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프리즌> 때처럼 큰 틀에서의 이야기는 흥미를 자극하나 흐름에 있어 매끄럽게 엑셀을 밟지 못한다.   

  

<야차>는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기대작이란 타이틀과 두 주연배우가 지닌 기대치를 생각했을 때 더 많은 걸 보여줘야 했다. 더구나 첩보 액션에 있어 MBC 드라마 <검은 태양>이 초반 거칠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야차>의 질감은 호랑이처럼 보이고 싶어 이빨을 드러낸 치타처럼 보인다. 강한 치악력으로 관객을 물어 잡아야 하는 순간들을 놓쳐버리는 아쉬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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