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통일 앞둔 한반도에 나타난 '종이의 집'

넷플릭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을 통해 한국콘텐츠가 넷플릭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 넷플릭스는 <지금 우리 학교는>, <D.P.>, <오징어 게임>, <스위트홈>의 차기 시즌을 확정하며 한국 콘텐츠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넷플릭스에서 가장 큰 사랑을 받은 시리즈 중 하나인 <종이의 집>의 한국판 리메이크다. 한국 콘텐츠의 파급력에 자체 플랫폼 최고 오리지널을 리메이크 하며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작품은 통일을 앞둔 미래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하며 원작처럼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교수라 불리는 수수께끼의 인물은 남한과 북한의 범죄자들을 모아 공동경제구역의 조폐국에서 인질극을 벌일 계획을 세운다. 스토리의 재미는 이 작전이 지닌 기발함이다. 현금이나 인질을 통한 협상이 아닌 새로운 돈을 찍어내 탈출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을 선보인다.     


여기에 범죄의 핵심 인물인 교수가 조폐국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협상단을 감시하고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 역시 흥미를 자극하는 요소다. 원작이 선보였던 인기 코드를 고스란히 활용하면서 이야기의 측면에서 재미를 보장한다. 변수는 남북한이란 코드다. 이 코드는 긴장감을 자극하는 소재다. 분단이란 소재를 강도단과 인질에게 모두 부여한다. 북한수용소 출신으로 강도단의 리더인 베를린은 분단을 이끄는 캐릭터다.     



인질들을 출신에 따라 나눈 베를린을 서로를 감시하게 한다. 적국으로 오랜 시간 대립해 온 남과 북 사이의 갈등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는 살인을 하지 말라는 교수의 말을 어기는 모습도 보인다. 이에 강도단은 베를린을 따르는 쪽과 끌어내리려는 쪽으로 나뉜다. 이때의 분열은 출신이 아닌 이해관계에 따라 성립된다. 작품 속 강도단은 베를린을 제외하고는 인간적인 면모가 강한 모습을 보인다.     


영화 <히트>가 보여준 차가운 경찰과 따뜻한 도둑이란 컨셉을 가져오며 상반된 온도차로 매력을 보여준다. 외부의 협상단은 이성적이고 차가운 면모를 지닌 반면 내부의 도둑들은 인질에 대한 온정이 느껴지는 태도를 보인다. 때문에 베를린과 함께 인질로 붙잡힌 조폐국장이 주된 빌런 역할을 하며 내부 갈등을 증폭시킨다. 여기에 교수가 남한 협상전문가 우진에게 접근해 정보를 알아내다 죄책감에 이르는 과정은 드라마적인 재미를 준다.     


원작에 기반한 스토리는 흥미를 주지만 연출과 캐릭터는 아쉬움을 남긴다.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비주얼과 특수한 상황을 바탕으로 매력을 발산한다. 다만 이 매력이 극 안에서의 케미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는 않는다. 극과 캐릭터가 따로 노는 질감이 강하다. 대사를 통한 티키타카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베를린과 나이로비의 경우 개성을 과하게 가져간 측면이 있다.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에만 충실하다 보니 섞이지 않는다.  

   


연출과 대사가 캐릭터를 극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멋을 줄 수 있는 요소들만 상투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절반의 효과를 거둔다. 원작이 있는 작품인 만큼 포인트가 되는 지점들을 확실히 제시하는데 이를 효과적으로 연출해내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만 스토리와 비주얼의 힘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위력이 상당하다. 원작을 관람하지 않은 경우 더 큰 몰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구성의 측면에서 보면 조폐국 내부와 외부 사이의 밀도를 촘촘하게 설정하면서 양쪽의 유기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매 화마다 인상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건 건 물론 반전으로 볼 수 있는 장치들을 통해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대중적인 입맛에 맞는 보장된 이야기가 있기에 오락적인 측면에서 높은 만족을 자아낸다. 남과 북이란 소재는 여기에 더해진 양념으로 해외에서 더 신선하게 바라볼 측면이 있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넷플릭스에게 있어서는 특별한 시도였을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다수의 오리지널 제작보다는 대작에 거액을 투자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음을 알린 바 있다. OTT 시장의 과열 속에서 킬러 콘텐츠 생산에 주력할 뜻을 밝힌 것이다.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은 어쩌면 그 시작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최고와 최고가 뭉친 만큼 이 작품을 향한 구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지는 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호랑이처럼 보이고 싶은 치타의 아쉬운 위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