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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반려인이 기다렸다는 그 영화

영화 [멍뭉이]


올 3월 1일, 서로 다른 결을 지닌 두 편의 한국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을 쓰리톱으로 내세운 ‘대외비’는 범죄 느와르 장르의 강렬하고도 어두운 이야기를 마초적인 매력으로 담아냈다. 유연석, 차태현 주연의 ‘멍뭉이’는 반려견을 통한 드라마를 통해 몽글몽글한 질감을 선사하는 영화다. 서로 다른 관객층을 노린 두 편의 작품이 함께 개봉하면서 극장가 봄의 시작을 풍성하게 만들 준비를 끝마쳤다.     


‘멍뭉이’는 천반 반려인을 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반려견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을 생각해 보자. 주인공(보통 어린 아이)은 반려견과 강한 유대관계를 맺는다. 두 사람 사이에는 우정을 쌓을 만한 일들이 펼쳐진다. 이후 반려견에 위기가 닥친다. 사건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타의에 의해 보금자리에서 떠나게 된다. 이후 반려견이 다시 주인의 품에 돌아오기 위해 분투하는 모험서사와 귀환서사가 펼쳐진다.     


반려견의 귀여움과 매력을 강조하면서 감동을 주기에 필살무기로 사용되는 이 서사를 ‘멍뭉이’는 택하지 않는다. 대신 현대사회에서 반려견 문화를 폭넓게 다룬다. ‘응답하라 1994’를 통해 부드러운 매력을 보여준 유연석과 다수의 예능에서 친근한 인상을 선보인 차태현을 내세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를 보라.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처럼 특정 집단의 문화에는 그 대상 자체보다 부모(보호자)의 역할이 더 큰 법이다.     



작품은 두 주인공, 그 중 민수의 드라마를 중점으로 두 남자의 여정을 그린다. 민수에게 반려견 루니는 특별한 존재다. 어머니와 단 둘이 살던 그는 혼자 남게 되면서 루니에게 의지하며 슬픔에서 벗어났다. 다만, 그 어떤 드라마 보다 더 충격적인 반전이 그를 고민에 빠뜨린다. 청혼을 한 여자친구가 사실 개털 알레르기가 있고, 그동안 루니와 만날 때는 약을 먹었다는 고백을 한다.     


새로운 가족을 만들기 위해 민수는 어쩔 수 없이 루니에게 새 집사를 찾아주기로 결정한다. 사촌형 진국이 SNS 셀럽이란 걸 알게 된 그는 집사찾기에 도움을 줄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집사 후보들을 만나는 과정이 뼈대를 이룬다. 반려견 대신 반려인을 중심으로 일종의 모험서사를 전개한다. 마치 나영석표 예능처럼 편안하고 잔잔한 분위기를 통해 두 배우의 매력을 강조한다.     


청정한 분위기를 지향하는 영화는 모든 인물들을 착하게 설정한다. 극의 갈등은 착한 사람들이 서로를 배려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다. 유연석의 부드러운 매력은 이 과정에서 더욱 힘을 얻는다. 이런 민수의 캐릭터성을 제대로 서포트 하는 게 진국이다. 차태현이 보여준 붙임성 있어 보이는 모습은 여정 중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내는 힘으로 작용한다.     



귀여운 반려견들과 특별출연은 극의 매력을 더하는 요소다. 김유정, 우도환, 김지영, 박진주, 강신일 등 다수의 배우들이 특별출연으로 재미를 준다. 민수X진국이 여정 중 갈수록 반려견이 늘어나는 건 웃음 포인트다. 귀여운 댕댕이들의 모습은 작품에서 기대했던 팬서비스를 충족시킨다. 청랑감이 느껴지는 모험과 제주의 풍경에 빠져 있다 보면 이야기는 민수를 통해 귀환서사의 완성으로 관객을 이끈다.     


민수는 여정의 끝에서 ‘가족’이란 질문에 당도한다. 루니의 집사를 찾기로 결심했던 순간의 질문을 다시 품게 된 것이다. 애완동물이 반려동물로 명칭이 변경된 이유는 가족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소유물이란 인식이 강했던 이전과 달리 하나의 생명이자 동반자로 그 인식이 높아지면서 문화 역시 확장되었다. 다만, 천만 반려인에 이르는 속도를 반려인의 성숙함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기견, 시골에서 반려견의 처우 문제는 물론 반려견을 또 하나의 가족이 아닌 진정한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인식의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귀여운 반려견을 보러 갔다가 반려인으로 교훈을 얻게 되는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끼게 되는 영화다. 올 봄, 반려동물을 포함한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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