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미끼 파트2]
쿠팡플레이 화제의 시리즈 ‘미끼’가 파트2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시청자들을 훅 낚아챌 다양한 미끼를 준비했다. ‘어느날’ ‘안나’ 등 웰메이드 오리지널 시리즈로 호평을 자아낸 쿠팡플레이는 ‘미끼’ 파트1을 통해 이런 흐름을 이어가는 성과를 냈다. 촘촘하면서도 밀도가 높은 이야기로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냈다. 2000년대 벌어졌던 사기범죄들을 전반적으로 다루며 사기공화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그림자를 장르물의 매력으로 버무렸다.
‘미끼’ 파트2는 파트1의 떡밥을 회수하면서 미스터리의 실체를 점점 밝혀나가는 흥미로운 구성을 선보인다. 그 매력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상남자로 돌아온 근짱, 구도한의 본격적인 활약이다. 도한은 잘 나가는 로펌 소속 변호사에서 강력반 형사가 된 인물이다. 그의 변화를 만든 여동생의 죽음과 관련된 사건이 파트2에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 사건의 배후에는 파트1 마지막 회차에 등장한 다정이 있다.
다정은 사기사건 피해자가 모두 선하지만은 않음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노상천 때문에 죽을 뻔했던 그녀는 이후 사기꾼이 되어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다정이 벌인 사기사건과 도한 여동생이 연관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왜 그가 노상천의 이름이 언급되는 연쇄살인 사건에 집중하는지 그 이유를 보여준다. 상천과 나연에 비해 그 전사와 원동력이 부각되지 못했던 도한에게 강한 탄력을 부여한다.
여기에 변화도 보여준다. 강한 마초적인 질감으로 사건을 파고 들던 형사에서 한 발짝 뒤에 서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냉철한 변호사의 옆얼굴을 갖춘다. 그간 피해자 단체를 통해 꾸준히 마주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노상천이란 이름을 각인하게 된 것이다. 나선처럼 사건의 변두리에 위치했던 도한이 그 중심에 합류하면서 현재의 도한 VS 과거의 상천이라는 대결구도를 잡았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요소다.
두 번째는 노상천의 죽음 여부를 감추려는 자들의 정체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사기 사건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건 권력자들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홍선 감독은 이 드라마가 2000년대 초중반 일어났던 사기 사건들을 종합해서 녹였다고 했지만 그 중 핵심이 되는 사건, 특히 노상천의 캐릭터가 모티브로 삼은 건 조희팔이다.
그의 죽음은 여전히 그 진위를 의심받고 있으며 당시 그에게 뇌물을 받았던 것으로 보도된 고위직 인사들이 ‘혐의없음’으로 수사결과가 향하면서 더욱 음모론을 키웠다. ‘만약 조희팔이 죽지 않았다면?’이라는 미스터리로 시작된 작품은 노상천이라는 이름을 지우려는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잡고 있다면 어떨까 라는 흥미로운 전개를 선보인다. 그 이름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걸 막기 위해 사건을 조작하고 꾸미는 듯한 무리가 등장한다.
이들의 공포를 부각시키는 인물은 종훈이다. 파트1에서는 과거 강직한 형사에서 지금은 노상천 비호 무리의 일원이 된 모습을 보여준 변절자였다. 파트2에서는 이 배신이 노상천의 계략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을 보여준다. 각성한 종훈은 도한과 손을 잡지만 진실을 감추려는 무리에 의해 철퇴를 맞게 된다. 한명의 사기꾼이 아닌 그가 만든 검은 돈과 관련된 무리 전체를 상대해야 한다는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는 무게감을 준다.
세 번째는 ‘그래서 노상천은 살아있습니까?’라는 질문이다. 이 드라마가 던진 가장 큰 미끼는 노상천의 생존여부다. 과거와 현재의 교차로 진행되는 과거 파트는 ‘노상천 비긴즈’다. 이 파트의 재미있는 점은 노상천 역시 사기 피해자라는 점이다. 처음에는 복수로 시작했던 그의 악행은 사기의 이해를 향한다. 당한 사람이 바보라는 사회적인 인식을 체감한 그는 많은 돈을 벌어들이고자 한다.
사기 범죄의 무서운 점은 그 재산의 피해와 함께 정신적으로 나락에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은 순진하고 멍청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다른 범죄와 달리 사기는 그 규모가 클수록 더 보호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며 그 규모를 불린 노상천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는 그의 생존여부와 함께 ‘왜’라는 의문부호가 따라온다. 그 생사가 권력층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생사여부가 밝혀진 후에도 미스터리에 빠져들 수 있는 뒷심을 갖추는 열쇠가 된다. 과연 노상천은 살아있을까? 살아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맛있는 떡밥들이 하나 둘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는 ‘미끼’ 파트2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