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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 이것이 영화계의 '생태교란종'


먼저 시사회로 <범죄도시>를 만나고 왔습니다. 뒤에 감독님과의 즐거운 대화가 있었지만 그 부분은 생략하고 영화에 대한 평만 써볼까 합니다.

<범죄도시>는 간만에 시간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저 몰입하면서 보다 보니 끝이 난 작품이다.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 일대의 조선족 폭력조직들과 강력반 형사들과의 유착을 보여주며 영화는 시작한다. (사실 유착이라고 묘사했지만 그냥 인간적으로 지내며 폭력이 다스려지고 있던 것뿐. ㅎㅎ) 두 개의 조선족 폭력조직과 하나의 한국 폭력조직, 그리고 그 일대를 관할하는 금천경찰서 강력반 형사들. 형사 마동석이 꾸려놓은 생태계는 나름 평화롭다. 그의 말 한마디면 조폭들도 순순히 따르려 한다. 하지만 난데없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또 다른 조선족 조폭이 등장한다. 바로 윤계상이 연기한 장첸. 장첸은 부하 단 두 명을 거느리고는,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 뺀다고 가리봉동 두 개의 폭력조직을 먹어버린다. 돈이면 다 하는 그는 매춘, 도박, 임대업 등 가리지 않고 손을 대가며 착취를 일삼는다. 이 과정에서 그 동네 일대는 민간인, 깡패 가릴 것 없이 피해를 입는다. 수틀리면 도끼로 손모가지를 자르고 죽이는 것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칭찬하고 싶은 것 몇 가지를 꼽자면 일단 조악하지 않은 플롯이다. 왠지 많이 본 것 같으면서도 예측이 쉽지 않았던 구성적 탄탄함은 몰입에 속도를 더해주던 중요한 요인이라고 본다. 인물, 집단들 간의 관계도 처음에는 약간 헷갈리긴 하는데 오히려 그렇게 직접 머리를 쓰게 하고 자꾸 파악하려고 하게 만들어서 한국 영화 특유의 저렴한 느낌이 덜했다. 이 영화가 간혹 <청년경찰>과 비교된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영화보다 훨씬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청년경찰>은 다소 허황되고, 조선족-악 한국인-선 구도가 너무 감춰지지 않고 드러나 왠지 허술한 느낌을 들게 했다. 반면 이 영화는 가해자-피해자 구도만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그 피해자는 또 대부분 조선족이라서 그 부분에 관한 비난의 여지가 있을까 싶다.

또한 19세 판정을 받은 부분에 있어서는 이미 얘기가 나오는 것처럼, 얼마 전 관람한 <브이아이피>와도 비교해 봄 직했다. 우선 잔인성에 관하여. 잔인한 것을 잘 못 보는 사람이라면 범죄도시가 충분히 잔인할 것이나, 나는 <브이아이피>를 보고도 그다지 우려한 만큼의 충격을 받지 못 한 사람이라서 딱히 할 말이 없다. 차라리 좀 더 생산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소재의 허황성이 어떨까 한다. <브이아이피>는 ‘북한 고위 공직자 자녀의 싸이코패스적 행동 + 미국 CIS + 한국 국정원의 콜라보’라는 허황된 소재를 갖다 써서 보는 내내 ‘아 저거 너무 오바한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드는 등 몰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미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는 시작부 암전 화면에서부터 자꾸 ‘정말 그대로 일어났고, 일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과잉 연출이랄 게 없었다. 이 부분에서는 곧 다루겠지만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이 한몫하기도 했을 것이며, 감독이 제작사와 끊임없이 투쟁해가며 소신을 지킨 것으로부터 기인했다고도 생각한다.

무대인사에서 밝힌 만큼 배우들은 1000대 1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발탁된 사람들이라 한다. 어쩐지 연기를 매우 잘해서 그저 푸-욱 빠져서 감상하게 만들었다. 또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바로 윤계상의 재발견인데, 나는 윤계상이 이토록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소싯적에 아이돌로 잘 나갔을 때 좋아하긴 했지만 이제는 연기 팬으로서 그를 지켜보고 싶을 정도다. 조선족 조폭 우두머리 장첸의 이미지가 쉽게 안 잊혀서 조만간 꿈에 나올 것만 같다. 마동석은 대사 하나하나가 애드립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대사를 자기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마성의 배우다. 근육질 몸매로 인해 아무래도 역할에는 제약이 있겠지만, 최민식, 송강호를 잇는 한국의 명배우가 될 깜냥을 보았다. 나머지 배우들도 사실 얼굴과 이름 모두 생소하기는 하지만, 이번 영화 이후에도 계속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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