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올 여름 한국영화계의 흥행 물길을 열어줄 영화

영화 [밀수]


2023년 한국영화계는 상업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은 작품이 한 편도 나오지 않으면서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범죄도시3>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말이다. <범죄도시3>의 천만 관객 돌파는 여름방학 시즌을 앞둔 한국영화계에 순풍을 기대하게 만드는 돛을 달아줬다. 과연 이 기류에 탑승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모으는 한국영화가 연달아 개봉을 대기 중이다. 그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 <밀수>다.     


<밀수>는 한국 상업영화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 다수의 히트작을 선보이며 최동훈, 김용화와 함께 작품성과 흥행력을 겸비한 감독으로 자리매김 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사회적 이슈(베테랑, 부당거래)나 실제사건(모가디슈)을 바탕으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며 큰 사랑을 받아왔다. <밀수>는 실화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해양 액션 스릴러를 완성했다.    

 

70년대 군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해녀와 밀수라는 서로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두 소재를 결합해 재미를 준다. 공장이 들어선 뒤 바다가 오염되면서 일거리가 줄어든 해녀들은 뜻밖의 유혹을 받는다. 바다 속에 던진 물건을 건져 올리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밀수의 세계를 알게 된 것이다. 당찬 해녀 춘자는 해녀들을 이끄는 리더 진숙을 설득해 이 일에 가담한다. 허나 문제가 발생하면서 두 사람 사이는 갈라지게 된다.    


 

모든 걸 잃은 진숙은 홀로 도망친 순자가 자기들을 밀고했다 생각하고 배신감을 느낀다. 서울로 올라간 순자는 큰 건수를 물고 다시 군천으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밀수 산업을 준비하는 순자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해녀들은 깊은 감정의 골을 사이에 두고 동업을 시작한다. 이 사업에 전국구 밀수 1인자 필삼과 군천 밀수판을 꽉 쥐고 있는 장도리가 가담하면서 판이 커지게 된다.     


영화는 피카레스크 장르답게 각자의 욕망에 충실한 6명의 인물을 등장시키며 치열한 캐릭터 열전을 선보인다. 밀수 사업 판을 벌이려는 춘자, 필삼, 장도리와 해녀들을 지키려는 진숙, 검거율 100%에 도전하는 세관 계장 장춘, 정보통 옥분까지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면서 타인을 위협하는 욕망을 발산하는 캐릭터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때문에 푸른 바다는 강하기에 투명하고 깊은 욕망을 액션으로 담아내는 배경이 된다.   

  

캐릭터 열전이 초중반부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릴러의 묘미라면 해녀액션은 후반부 클라이맥스를 책임진다. 이 액션에서 통쾌함과 진한 워맨스가 느껴지는 건 해녀라는 직업에 담긴 고난과 역경의 의미 때문일 것이다. 해녀는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위험이 높은 직업이다. 오랜 시간 잠수를 해야 하기에 직업병으로 잠수병, 이명 등을 지니고 살아야 한다. 여기에 이들은 조선시대에는 공물 문제로, 일제강점기에는 잠수부들이 해산물을 쓸어가면서 역사적으로 고통을 겪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공장부터 해녀들을 착취하고자 하는 밀수꾼들까지 외부의 위협 속에서 하나로 힘을 합치는 모습은 연대와 유대라는 강한 워맨스를 보여준다. 이 워맨스에 강한 쾌감을 더하는 건 통쾌함으로 대표되는 하이스트장르의 묘미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6명의 캐릭터는 서로를 의심하며 속고 속이는 치열한 눈치싸움을 펼친다. 극적인 전환을 시도하는 반전을 몇 차례 선보이며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여기에 ‘물길을 아는 자가 돈길의 주인이 된다’는 문구를 통해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최종승자가 된다는 거창한 의미를 담아낸다. 복고풍 스타일에 흔히 말하는 대규모 블록버스터가 아닌 만큼 다소 체급이 작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거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위력을 이야기, 특히 하이스트장르를 통해 담아낸다. 오락적인 흥미에 더해 스토리의 완성도에 집중해 온 류승완 감독의 힘이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다.     


김혜수와 염정아의 워맨스, <모가디슈>에서 호흡을 맞춘 조인성이 책임진 액션, 반전매력의 박정민, 코믹의 고민시, 명품조연에서 주역과도 같은 역할을 맡은 김종수까지. 명배우들을 완벽하게 끼워 맞춘 퍼즐이 만든 시원하고 통쾌한 그림이 올 여름을 시작하는 한국 텐트폴 영화로 제격인 <밀수>라 할 수 있다. 앞으로 개봉할 한국영화 기대작들에게 성공을 위한 물길을 열어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검은 조직+코하 러브라인, 역대급 극장판이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