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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베트남 여인

- 베트남, 다낭

by Annie


새벽 3시쯤 잠든 것 같은데 아침 여섯 시부터 위층이 소란하다. 위층이 식당인가? 소음이 너무 컸다. 더 이상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나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14층의 식당은 바다 전망이 훌륭했다. 그러나 조식은 그냥 그랬다. 동남아 음식이 나에겐 잘 맞지 않는다. 그래도 후에에서 녹이 해주었던 점심은 너무 훌륭했다.


오늘도, 내일도 비 예보가 있었는데, 대체 남은 이틀 동안 난 이곳에서 뭘 하지? 다시 날씨를 확인해보니 다행히 내일은 비 소식이 없다. 그럼 내일은 ‘바나 힐’에 가고 오늘은 그냥 한적한 카페에 가서 글을 쓰자.


그렇게 마음을 먹었는데, 호이안이 이곳에서 택시로 40분이면 그리 비싸지 않을 텐데. 그럼 굳이 다낭으로 돌아와 하루를 묵을 필요 없이 거기서 바로 아침에 다낭 공항으로 직행할 수도 있겠다 싶어 리셉션에 물어봤다. 편도 15달러밖에 안 한다. 그리고 왕복으로 공항까지 30달러에 데려다준다고 한다. 어차피 버스 타려면 터미널까지 택시 타고, 버스비까지 하면 12달러. 그래 택시로 가자.


리셉션 레이디, 딥은 내게 오늘의 계획을 묻는다. 비 걱정은 말란다. 일기예보 안 맞는다고. 하늘을 보라고, 비 안 온다고.

오전에 레이디 부다, 마블링 마운틴 돌아보는데 택시 40달러. 그리고 좀 쉬었다가 저녁에 호이안에 다녀오란다. 오늘은 보름달이 뜨는 날이라, 다른 날과 분위기가 정말 다르다고.

바나 힐은 내일 50달러에. 그녀는 신속하게 나의 일정을 만들었다.


어제 리셉션에 물었을 때, 바나 힐이 110달러라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오늘 투어와 내일 투어 다 합친 가격이다. 오늘 호이안은 그녀가 함께 가주겠다고 했다. 자기는 멀미 때문에 차를 못 타니 오토바이로 가겠다고 했다.

오전 투어는 그냥 그랬다. 택시로 시내 한 바퀴를 돌았다고 여기면 되고, 오가는 길에 다낭 해변을 조망할 수 있어서 그것으로 만족했다. 비싼 택시비를 치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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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겠다고 하고 4시 30분에 로비에서 딥을 만나기로 했다. 올라와 자려고 하는데 또 소음이 들렸다. 참다못해 리셉션에 전화했더니, 딥이 확인하고는 방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두 배는 큰 트윈 룸이었다.

채팅을 하다 보니 잠이 쉽게 오지 않을 것 같아 미니바의 와인 가격을 확인했더니 30만 동(15,000원)이었다. 음, 나쁘지 않네. 와인 오프너를 요청했더니 딥이 올라와 와인을 따주고 다른 직원에게 녹이 사준 과일을 깎아오도록 시켰다.


정말 유능한 직원이다. 영리하고 빠르다. 녹이 내게 마음을 주었다면, 딥은 탁월한 업무 감각으로 자신과 고객 모두를 만족시키는 사람이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으러 갔을 때는,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는 나를 딥이 큰 소리로 불렀다. 사업 수완이 좋은 그녀가 오늘은 또 무슨 제안을 하려는지, 밥 먹고 리셉션에서 커피 마시며 얘기하자고 한다.

그런데 난 아침에 떠나기 전까지 조금은 차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그냥 방으로 돌아왔다. 짐 챙기고 막 글을 좀 쓰는데 그녀가 방문을 두드렸다.


호텔 택시가 지금은 바쁘니 다른 기사를 불렀다고. 호이안에 내리면, 그 기사에게 30달러를 주면 된다고. 호이안에서 스파 하려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그리고는 리셉션에 직접 가서 환전도 해주었다.

정말 도움은 많이 되는데, 그녀가 이 모든 과정에게서 뭔가 이득을 취하고 있다는 게 분명하게 느껴졌다. 어쩐지 진심으로 나를 돕는 게 아니라 조금은 이용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설령 그녀가 조금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게도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했다. 어쨌든 그녀의 도움으로 호이안 구경도 잘했고, 투어도 저렴하고 다양하게 했다. 썩 훌륭한 투어는 아니었으나 그녀가 추천하지 않았어도 난 별 선택의 여지없이 했을 투어들이다. 그것도 조금 더 비싼 가격으로. 어쩌면 동행도 없이 혼자서. 그러니 우리 둘 다 좋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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