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빋과 리나와 함께
아침 8시에 나는 리나랑 나빋과 바나힐로 가는 투어 버스에 올랐다. 20분 동안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그곳은 민속마을과 디즈니랜드 같은 놀이동산도 있어서 입장료가 상당히 비싼 곳이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숲의 느낌이 한국과 다른 것은 열대림 같은 나무들 때문인 것 같다.
내려올 때는 제법 큰 폭포도 보였다. 또 커다란 벽처럼 거대하고 판판한 바위도 있었는데, 크기가 작은 산만이나 했다.
그러나 민속마을이라는 것은 그냥 라운지 정도의 크기였고, 특별할 것은 전혀 없었다. 산을 끼고 있어서 큰 면적을 자랑하는 놀이동산도 한국보다 나을 것은 없었다.
나빋과 리나가 아니었다면, 장장 7시간에 걸친 이 투어가 내게 고역스러울 만큼 지루했을 것 같다.
다낭에 머무르면서 이 도시는 뭔가 휑하니 빠진 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미케 비치와 바나힐 빼고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데도 이곳이 베트남 여행의 중심지가 된 것은 근교에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후에, 그리고 화려한 등불의 도시 호이안을 끼고 있어서인 것 같았다.
시내에는 안 가봤던 참이라 호텔에서 1시간 정도 쉬다가 함께 나가보기로 했다. 리나가 한국 마켓에 가보고 싶다 해서 롯데마트에 갔다. 화장품 가게를 들여다보고 있는 우리 옆에 머쓱하게 서있던 나빋은, 그냥 둘이서 시간 보내라고, 자기는 다른 곳에 가겠다고 했다.
내가 목욕용품과 선크림을 고르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이, 리나가 사라졌다. 나는 3층의 매장을 몇 바퀴나 돌면서 그녀를 찾다가 못 찾고 결국 1층 입구로 내려왔다. 가슴이 덜컹했다.
지루해서 가버렸을까? 나빋과 연락이 돼서 둘이 만나기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마치 이웃집에서 아이를 좀 부탁했는데 잃어버린 것처럼 안절부절못했다.
딥에게 페메로 사정 얘기를 했더니, 리나는 아직 3층 계산대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리나는 옷을 하나 샀다고 했다. 우린 함께 푸드 코너에서 저녁을 먹었다. 비빔밥이 2500원이어서 그걸 시킬까 했는데, 리나가 치킨 누들 수프를 시켜 나눠먹자고 했다.
막상 나온 것은 램프 위에서 끓고 있는 생선 수프에, 야채를 넣고 국수를 말아먹는 형태의 음식이었다. 아주 맛있었다. 그녀는 잔돈 지폐로 하트를 만들어서 내게 주었다.
의외로 내 입에 너무 맞는 음식을 먹고 난 나는 기분이 급 좋아졌다.
리나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함께 보기로 했다. 리나는 한국영화, ‘신과 함께’를 보고 싶어 했지만, 난 이미 본 데다가 2시간 30분 동안, 최근에 이미 본 영화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Maze Runner’를 보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내 취향이 아닌 영화였지만, 그런대로 재미있게 보았다.
10시 30분이 다 되어 영화관을 나오니, 거리는 조용하고 어두웠다. 어떻게 택시를 불러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도 리나가 카카오 택시 비슷한 택시를 불렀다. 우리는 호텔 리셉션 청년에게 물어물어 페이스북 친구를 맺었다.
이번 여행은 베트남 현지인들과의 만남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까지의 여행은 주로 관광객들과의 만남이 주를 이루었었는데. 녹 부부, 리나, 딥.
호이안의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또 누구를 만나게 될까? 바나 힐 투어 중에, 나빋은 미썬 투어를 갈 계획이라며 그곳에 대한 배경 얘기를 해주었다.
나는 미썬에는 혼자 다녀왔다. 동행이 있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을 곳이다.
그는 내가 사진 찍는 것을 보면서, 콜롬비아에 가면 정말 좋을 거라며 강력 추천했다. 나더러 영어를 정말 잘한다며 국제학교 같은데 다녔냐고 물었다. 내가 영어 교사였다고 하니까, “아! 어쩐지.” 하면서 미스테리가 하나 풀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행 중에 “Nice to meet you.” 류의 단순한 문장 몇 개로만 사람들과 소통하다가, 나를 만나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리나와 나빋은 내일 후에로, 모레는 미썬, 그리고는 무이네를 거쳐 호치민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