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자이다 함께가 되는 즐거움
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원데이 투어다. 출발 시간이 빠르지 않아서 아침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게 좋았다. 아침 식사를 하는 식탁의 뷰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픽업하러 온 기사가 오늘 투어는 세븐 레이디즈라고 한다.
‘헬로우!’ 하고 인사하며 뚝뚝 트럭에 탔는데 다들 뚱하다. 내가 남자가 아니어서 실망했나? 나도 좀 실망인걸.
뚝뚝 뒤쪽이 열려 있어서, 도로 풍경이 근사하게 보였다. 그러나 상당한 속도를 내고 있어서, 이러다 굴러 떨어지는 건 아닌가 조금 불안했다.
내 앞의 두 여자는 싸우기라도 한 것처럼 표정들이 정말 뚱하다. 아무도 서로 얘기하지 않는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달린 후, 우리는 Lod Cave에 도착했다. 내가 내려서 동행들을 보고 웃으며, “와우! 차 타는 게 지치네”하자, 그때서야 모두들 얘기를 시작했다.
내 옆에 앉은 고등학생 같은 걸은 덴마크에서 온 대학생으로 이름이 카밀이었다. 친구 모니끄와 함께 왔는데, 그녀는 몸이 안 좋아서 운전석 옆에 앉아왔다. 그 옆의 두 여성은 독일에서 온 파올라와 헬렌느. 처음에 난 파올라가 나란히 앉은 카밀의 엄마인가 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명의 뚱했던 걸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여행 중인 이스라엘인이었다.
로드 케이브는 가 본 동굴 중 상당히 특이한 곳이었다. 유니폼을 입은 안내원은 중년의 태국 여성이었는데, 석유등 같은 것을 들고서 깜깜한 동굴로 우리를 이끌었다. 동굴 안이 처음엔 서늘했는데 갈수록 더워졌고, 등불 때문인지 숨 쉬기가 힘들었다. 산소가 좀 부족할 때의 느낌이었다.
동굴 탐험 도중에 보트를 타고 이동하는 구간도 있었다. 사공은 등불 하나에 의지해 어두운 동굴의 물길을 저어갔다. 나는 내 앞에 앉은 여자의 역광 실루엣을 사진으로 찍었다.
다음 코스는 ‘시크릿 핫 스프링’이었다. 이동하면서 우린 좀 더 본격적인 대화에 들어갔다. 독일 여성 파올라가 나더러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서, 너무 늦기 전에 하고 싶었던 일을 하기 위해 퇴직했다고 했다.
몇 살이냐고 물어서 말해주었더니 “뭐라고?” 좌중이 화들짝 하며,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이스라엘 걸은 말도 안 된다며 우리 엄마랑 같은 나이대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했다.
파올라와 헬렌느는 내가 자기네보다 두어 살 어린 줄 알았다고, 너무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일을 그만두었다는 내 말에, 대체 뭐가 늦었다는 거지 하며 의아했었다고 한다. 비결이 뭐냐고 묻기에, 내가 애들처럼 철이 좀 없다고 했다.
온천은 뜨겁지도 않고 그렇다고 차갑지도 않은 게, 딱 적당한 온도였다. 사람들이 많지 않아 무척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물도 깨끗해서 물아래 자갈들이 투명하게 들여다보였다. 난 사진을 찍고 싶다며 물 밖으로 나가서 카메라를 가져왔다.
“목욕하는 여신들!” 하며 사진을 찍었다.
전에 캐나다에 갔을 때, 나나이모의 산속 호수에서 함께 갔던 세 명의 걸들과 함께 수영을 했는데, 그때 사진을 찍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었다.
우린 수학여행을 하듯 원 데이 코스들을 잠시 들렀다가, 다시 차 타고 이동하기를 반복했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캐년에 일몰을 보러 갔다.
캐년이라 이름하기에는 좀 작았지만 독특하고 근사한 곳이었다. 올라가는 길의 나무들도 이국적이었다.
성벽처럼 이어진 산길 여기저기에 제각기 자리를 잡고 흩어져 있는 젊은 군상들. 풍경과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무척이나 자유롭고 평화로워 보였다. 눈이 번쩍 뜨일 만한 풍경은 아닌데, 어쩐지 편안하고 푸근한 느낌. 그것이 Pai인 모양이다.
돌아오는 길에 헬렌, 파올라와 함께 워킹 스트리트에서 갖가지 음식 수레들을 탐방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망고 스티키 라이스, 팟타이와 오믈렛, 과일 스무디, 태국식 수수부꾸미, 피망으로 싼 치킨 구이, 꾸스꾸스 샐러드, 그리고 만두까지. 하나같이 너무 신선하고 맛있는 음식들이었다.
그중 어떤 음식은 바나나 잎으로 만든, 반지 함 크기의 귀여운 용기에 담겨있어 보기에도 깜찍했다.
나는 계속 얻어먹다가, 바에 가면 내가 술을 한 잔씩 사겠다고 했다.
파올라가 바나나 팬케익을 사고 있는 남자에게 맛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한 조각 먹어보라고 주어서 나누어먹기도 했다. 그는 이 수레의 바나나 팬케익이 베스트라고 했다.
헬렌은 나에게 사람들과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했다. 내가 한국에서는 완전 다른 모습이라고 했더니, 그녀는 여행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때문인 것 같다고 한다.
자기도 독일에서 같으면, 방금 바나나 팬케익을 두고 남자랑 했던 대화 장면 같은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렇다. 여행을 하면 여행자의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대하기 때문에, 일상의 모든 것과 확연히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여행을 떠나는 것인지 모른다. 일상을 떠나는 것, 일상을 사는 태도를 떠나는 것, 그것이 여행이다.
바나나 팬케익을 마지막으로 음식 순례를 끝낸 우리는 어제 내가 보아둔 라이브 바가 있는 거리로 접어들었다. 그들은 그 거리는 아직 가보지 못했다며 신기해했다.
라이브 바는 일차로 어쿠스틱 연주를 했다. 집시 음악처럼 마음을 쥐어짜는 것 같은 음악이 너무 좋고, 바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바에 온 사람들도 젊은 배낭 여행자들 일색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이라 편안하기도 했다. 약간 히피 분위기도 느껴졌다. 헬렌과 파올라는 너무 좋아했다.
다음 여행지를 묻기에, 콜럼비아나 쿠바에 관심 있다고 했더니, 쿠바에 가면 살사를 배워야 한다면서 파올라가 일어나서 잠시 춤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살사! 배우고 싶다.
9시 반까지 택시 타러 여행사에 가야 하는데, 9시 15분까지 빼곡히 시간을 채웠다.
아! 또 한 번의 멋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