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 안녕
아침에 알렉스도 일정을 바꾸어 산 미겔 아옌데 행에 합류했다. 승용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나 분위기는 버스를 탔을 때와는 아주 달랐다. 우리는 취향에 맞는 음악을 마음껏 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맑고 쾌청한 날씨, 선명하게 파란 하늘과 온갖 무늬를 만들어내는 하얀 구름 떼, 도로 양쪽으로 탁 트인 벌판과 낮은 구릉, 키 작은 나무들도 차와 함께 달리는 것 같았다. 아름답고 자유롭고 유쾌하다.
산 미겔 아옌데에 도착해서 얼마 걷지 않아, 우린 마음에 드는 브런치 식당을 발견했다. 실내이긴 한데 투명 천정 덮개가 있고 벽이 없는 양쪽은 열려 있어서 야외나 다름없지만 아늑한 실내 분위기도 느껴지는 곳이었다.
터진 양쪽에서 산들바람이 불어왔고 위에서는 환한 햇살이 비쳤다. 음식도 깔끔하고 맛있어서 우린 그 식당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알렉스는 한국 영화, ‘기생충’을 봤는데, 진짜 훌륭한 영화라고 틀림없이 골든 글로브 상을 받을 거라고 했다. 내가 글을 쓸 거라고 했더니,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읽어야 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그냥 단순한 인터넷 기사나 그런 것 말고, 고전을 읽어야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정말 천재라고 느꼈다며, 휴대폰에 저장해 둔 몇 구절을 인용해서 들려주었다.
거의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참고는 되었다. 귀국하면 꼭 읽어봐야지 하며.
난 어제저녁부터 함께 하며 내 여행을 정말 즐겁고 풍요롭게 해 준 그들, 여기까지 차로 데려다준 마틴과 또 그 마틴을 만나게 해 준 알렉스에게 고마움을 담아 브런치를 대접하겠다고 했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폼나게 식사 대접을 할 수 있어서 너무 뿌듯했다.
알렉스는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우리와 헤어져야 했다. 우린 번갈아 여러 번 포옹하며, 서로 감사하고 서운해했다. 알렉스가 떠나고, 마틴과 나는 투어 버스로 시내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작은 동네의 좁은 길에 차가 너무 많아서 투어버스는 움직이는 시간보다 교통정체로 서있는 시간이 더 많았고, 버스로 돌만큼 큰 곳도 아니었다.
투어가 끝나고 버스에서 내려 걸을 때는, 딱 중심지 백 미터 정도를 빼고는 별 볼 것도 없는 데다, 덥고 목마르고 힘들었다. 마틴도 최악의 투어라고 했다.
마틴은 오늘 테우티우아칸까지 네 시간을 더 운전해가야 한다. 나를 호스텔 앞까지 데려다주었는데, 그 앞에서 테우티우아칸까지 자기와 함께 가면, 그곳은 멕시코 시티와 가까우니 차비도 절약하고 좋지 않겠느냐고 했다.
나야 더 바랄 나위 없이 좋았지만 문제는 숙소였다. 그가 숙소를 검색해 보더니 주변에 호스텔도 없고, 자기가 묵을 곳은 너무 값이 올라버렸다고 했다.
결국 그 계획은 불발되고 우리는 다시 아쉬움의 포옹을 했다. 그는 내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면, 와서 자기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주었다.
과나후아토의 호스텔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알렉스와 마틴과의 짧은 동행은 쨍한 아침 햇살처럼 신선하고 기분 좋았다.
호스텔에 짐을 풀고 나서 근처를 한 바퀴 돌아보고, 오는 길에 과일과 맥주를 샀다. 이미 어둑해진 루프 탑에서 혼자 과일과 맥주로 저녁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