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라야 델 칼멘, 멕시코
찰리는 다음날 아침 일찍 칸쿤으로 떠났고, 나는 호스텔 정원에서 캐롤리나를 만나 함께 아침을 먹었다. 우리는 함께 비치에 가기로 했다. 간단한 물품들을 챙겨서 호스텔을 나섰다.
우린 파라솔과 썬배드를 대여하고, 그 위에 누워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맥주와 스낵을 시켜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었다.
난 바다에 들어가지는 않았고, 늘 하던 대로 공책에 일기를 쓰기도 하고 셀카를 찍기도 했다. 내게 바다는 그냥 낭만적이고 편안한 장소일 뿐, 그곳에 앉아 맥주와 다른 음료를 마시거나,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여유와 아름다운 뷰를 즐기는 곳일 뿐, 선탠이나 수영을 위한 곳은 아니다.
갑자기 비가 내려 식당 안으로 대피했다. 사람들이 모두 식당 안으로 들어와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우린 간단한 스낵을 주문했다. 바다를 향해 열려있는 이 식당은 흥겨운 음악소리와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뒤섞여 활기가 넘쳤다.
비 내리는 바다에는 두어 명의 사람들이 여전히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나도 그들처럼 비 내리는 바닷속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안될 게 뭐람.’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바다를 향해 뛰었다. 시원했다. 비와 바닷물이 차갑기도 했지만 마음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조금 미친 짓을 할 때 쾌감을 느낀다.
캐롤리나는 내가 그렇게 바다에 뛰어든 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보여주었다. 마음에 들어서 친구에게 보냈더니 그녀가 코멘트를 보내왔다.
“영상을 보면서 놀라는 두 가지! 어쩜 저리 혼자서도 여행을 만끽하며 다닐 수 있을까.. 참 용감한 여자다. 또 하나는 어쩜 저리 발랄 상큼할 수 있을까... 누가 그녀를 오십대라고 짐작이나 하겠나..!”
기분 좋은 리액션이다. 다른 이의 여행에 나는 이렇게 반응해줄 수 있을까?
나도 식당 처마에서 흰 비치 로브를 날리며 담배를 피우는 캐롤리나의 동영상을 촬영했다. 캐롤리나 없었다면, 난 해변에서 오늘처럼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여행에서 만나는 동행은 축복이다.
저녁에 호스텔 정원에서 마주친 캐롤리나가 내일 버진 아일랜드에서 바비큐 파티를 한다는데,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일 코즈멜 섬에 가서 1박을 하고 올 예정이고 이미 호스텔 예약도 해놓았다고 했더니, 갔다가 오후 늦게 코즈멜 섬에 들어갈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리셉션 가이에게 물어보니 파티는 오후 5시쯤 끝날 거라고 했다. 코즈멜 섬에 들어가기에는 좀 늦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버진 아일랜드라는 섬에서의 바비큐 파티에도 무척 마음이 끌렸다.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찌할까 조금 망설이다 코즈멜 섬에는 모레 가기로 결정했다.
캐롤리나와 나, 그리고 나타샤는 동굴 레스토랑이라는 곳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 비밀의 숲처럼 생긴 그곳은 실내가 아닌 열린 공간처럼 보였다. 여기저기 자유롭게 흩어져 있는 테이블 배치도 근사했고, 은은하고 멋진 조명이 그곳을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었다.
나는 레드와인과 과카몰리를, 캐롤리나와 나타샤는 화이트 와인에 각기 내가 모르는 이름의 음식들을 주문했다. 그곳에서 마신 와인도, 먹은 음식도, 우리가 나눈 얘기도 모두 참 맛있었다.
나타샤는 내일 코즈멜 섬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