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야 델 칼멘, 멕시코
코즈멜 섬에 가서 무엇을 할지는 잘 모른다. 다만 스노클링을 미리 예약해두긴 했다. 물이 무척 깨끗한 곳, 아름다운 곳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스노클링을 예약한 여행사에서 일러준 대로 배가 정박하는 곳에 가서 알려준 이름의 사람을 찾으면 되는 것이다.
난 안에 수영복을 입지 않고 갔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우리와 일행인 듯 함께 기다리던 여자에게 물어보니, 한 건물을 가리키며 거기 식당에 가면 옷도 갈아입고 스노클링 후에 샤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거기 가서 물었더니, 저쪽에 가면 화장실도 있고 거기서 옷을 갈아입으면 된다고 흔쾌히 안내해주었다. 어떻게 이렇게 인심이 좋을 수가 있는지 궁금했다.
보트의 선장은 카리스마와 유머를 겸비한 사람이었다. 보트에 탄 열 명이 넘는 이들 중에 나는 수영을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구명조끼를 입긴 했지만 안전요원이 내 옆에서 내 튜브를 끌며 전체 그룹을 안내했다.
스노클링은 필리핀의 보라카이 섬에서 해본 후로 십수 년 만에 해보는 건데, 그때에 비하면 거의 스킨 스쿠버 수준의 바닷속 풍경과 탐험이었다.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기 위해 보트에 다시 타서 휴식을 취하는데, 온몸이 물에 젖어있는 데다 바람이 세게 불어서 몹시 추웠다. 오들오들 떨다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다시 물속에 들어갔다.
안전 요원이 보트에서 홍보했듯이 사진 촬영을 권했는데, 우리 돈으로 25,000원 정도 하는 꽤 비싼 가격이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그래도 나중에 보면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 그냥 그러라고 했다.
이만하면 충분히 했다 싶은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다시 배에 오른 우리는 추워서 덜덜 떨며, 차가운 맥주나 소다 같은 음료를 마신 후에 다시 물속에 들어가야 했다.
이쯤 되면 놀이가 아니라 거의 훈련이다.
바다 위에서 여유롭게 맥주를 즐기는 영화 같은 멋진 기분과는 영 거리가 멀었다. 그냥 그들이 준비한 이벤트의 한 부분일 뿐이었고, 가뜩이나 추운데 얼음 붓는 격이었다.
그렇게 세 차례의 긴 스노클링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던 그 식당으로 갔더니, 주인이 안에 있는 샤워장에서 샤워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샤워장은 아주 흥미로웠다. 루프 탑에 기둥이 하나 세워져 있고 꼭대기에 수도꼭지가 하나 매달려 있어서, 물이 한줄기로만 쏟아졌다.
게다가, 가림 막 없이 열려있어서 오픈 샤워를 해야 하는 곳이었다. 그나마 하나뿐이어서 남자를 포함한 몇 명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샤워라기보다는 수영복을 입은 채로 거의 물을 맞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이 식당이 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가는, 여기서 샤워를 마친 사람들 대부분이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할 수 있었다.
나도 바다가 보이는 식탁에 앉아 점심을 먹었다. 다 좋은데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젖은 머리로 그 바람을 다 맞고 있는 것이 조금 걱정이었다. 스노클링은 좋은 경험이긴 했지만, 그 외에 이 섬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도 없었고 시간도 많지 않았다.
하루 밤을 여기서 묵는다면 여유롭게 알아보고 뭔가 시도를 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플라야 델 칼멘으로 돌아가야 해서 그럴 수도 없었다. 그냥 가까운 곳을 조금 돌아보는 수밖에 없었다.
근처는 크고 작은 쇼핑몰들이 모여 있었다. 조금 걸어 다니다가 스타벅스가 보여 그곳에 잠시 정착했다. 실내는 에어컨 때문에 추워서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그리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아니었다.
그렇게 돌아갈 페리를 기다리며 비실비실 돌아다니다 배를 타고 돌아왔다.
버진 아일랜드에서 하루를 보내느라, 코즈멜 섬 1박 예약을 취소하고 다시 현재 호스텔을 예약했다. 하지만 그전에 사용하던 룸은 이미 예약이 차 버려서 다른 룸으로 옮겨야 했다.
저녁에 정원에 나가보니 기타 연주와 노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이곳 호스텔의 정원은 정말 쿨한 공간이다. 커다란 나무들이 둥그렇게 정원을 감싸고 있어서 외부와는 완전히 차단된 것이, 독립적이면서도 열린 곳이다.
한쪽 바에서는 어느 날엔 바비큐를, 어느 날엔 간단한 음식을 주문할 수 있고, 맥주와 칵테일도 판매하는 명실상부한 야외 바였다. 그리고 투숙객들은 그 음식과 음료들을 주문하지 않더라도 그냥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바에 와있는 느낌이다.
코즈멜 섬에서 돌아와 호스텔에 들어섰을 때, 바의 테이블에 알렉스가 일행과 함께 앉아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 반갑게 인사했다. 알렉스도 반가워하며 함께 있던 이를 친구라고 소개했고, 나를 그 친구에게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난 간단하게 인사만 하고 리셉션에 맡겨둔 캐리어와 짐을 들고서 안내받은 룸으로 갔다. 이번에는 이층이었다. 몹시 피곤했고 감기 기운도 있었다. 그래서 다시 정원으로 나가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층 침대에서 맞은편 아래층 침대를 내려다보니, 그곳에 알렉스가 이어폰을 낀 채 눈을 감고 누워있었다. 어, 알렉스가 있는 룸이었네.
확실하게 감기에 걸려 몸이 아픈 나는, 알렉스를 발견하고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쩐지 그가 아픈 내 곁을 지켜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안심 가운데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