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여, 안녕
칸쿤에 도착했다. 구글맵을 보니 도보로 8분 거리였다. 백팩까지 세 꾸러미의 짐을 메고 밀며, 그러다 그것들을 몇 번씩 넘어뜨리며 호스텔에 도착했다. 체크인까지 시간이 남아서 일단 짐을 보관실에 맡기려고 하는데, 리셉션 레이디가 제안을 했다.
이 호스텔에서는 비치 앞에 휴게 공간과 음료를 이용할 수 있는 ‘비치 클럽’이라는 것을 운영하고 있는데,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으니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했다. 버스 비는 왕복 40페소로 저렴했다.
처음에는 사양했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었고, 그렇게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버스 티켓을 끊었다.
셔틀 미니 밴에 함께 탄 미국 청년 둘과 루마니아 걸, 루치아나와 일행이 되었다. 미국 청년들은 편안하고 재미있는 친구들이었다. 밴에서 내린 후에 나는 루치아나와 함께 비치를 돌아다녔는데, 가는 곳마다 그 청년들과 마주쳤다.
루치아나와 나는 비치 바로 앞의 바에 들어가 과카몰리와 1리터짜리 주스를 시켜 먹으며 신나게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지금은 스페인의 마요르카 섬에 남편과 함께 산다고 했다. 아기를 갖기 전에 하는 마지막 여행일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기를 언제 가질지는 결정하기가 참 쉽지 않은데, 아마 2년 내에는 갖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여행의 좋은 점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는데 우린 열렬히 공감했다. 우린 서로 바다를 배경으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바에 있을 때, 그 두 청년이 우리 옆을 지나면서 우리가 거의 다 먹은 과카몰리 접시를 보면서 아쉬워했다. 둘이서 무엇을 할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루치아나와 나는 바를 나와 해변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어느 호텔 앞을 지나는데, 안에서 마이크 소리와 요란한 함성소리가 들렸다. 호텔 수영장 주변에서 무슨 투숙객들을 위한 이벤트가 있는 모양이다. 칸쿤이 신혼여행지로 각광을 받고있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인기를 끌 것 같다.
바다 물빛이 참 예뻤다. 맑은 청록 빛이다.
우린 한참을 걸어 나무 그늘 밑에 비치 타월을 깔고 앉았다. 난 루치아나에게 며칠 전에 해변에서 본 탑 리스의 멋진 여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나도 한 번 그래 보고 싶다고 했다.
그때 그 멋진 여자를 보았던 곳처럼 사람이 드문 곳도 아니었고, 분위기도 영 딴판이었지만, 잠시 망설인 끝에 난 감행하기로 했다.
누가 본들, 설사 호기심을 갖고 본들 무슨 상관이람.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고, 내가 그들을 위해 내 욕망을 억눌러야 할 이유도 없었다.
난 루치아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 부탁한 뒤, 비키니 탑을 벗어버리고 바다에 뛰어들었다.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고 괜찮았다. 돌아와 찍힌 사진을 보니, 바다를 향해 힘차게 뛰어가는 자유로운 여성이 그 안에 있었다.
충동적인 위시 리스트 하나를 또 달성해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