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예쁜 마을, 트리니다드

- 쿠바

by Annie


아침에 나는 트리니다드를 향해, 그리고 수잔은 다른 곳을 향해 각각 다른 콜렉티보 택시를 탔다. 7시간 넘게 콜렉티보 택시를 타고 오면서, 난 또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너무 고생스러웠던 것이다. 엉덩이가 짓무를 것 같았고, 화장실에 가고 싶을까 봐 중간에 물조차도 마시지 않았다.


한동안 머릿속에 소설을 구상하다 꾸벅꾸벅 졸았는데, 그야말로 몇 시간 동안 햇빛에 얼굴을 그대로 노출시켜버렸다. 다행히 일찌감치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긴 했지만. 그래도 이마와 목, 팔 등은 무방비로 햇빛에 노출되었다.


수잔이 예약해준 까사는 너무나 훌륭했다. 더블 배드 두 개가 놓인 깨끗한 룸은 멋진 욕실을 갖추었고 뒷문을 열면 베란다로 이어지는데 그 너머엔 나무들이 우거져 있었다. 그곳을 혼자 쓰는 자유로움이라니.


게다가 루프 탑은 올망졸망하고 예쁜 화분들이 벽면 선반에 줄줄이 놓여있고, 바닥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근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예쁘고 한 층을 더 올라갈 수 있게 되어 그곳에서는 사방으로 트리니다드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밖에 나가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미니 사비체와 치킨 수프, 망고 주스를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즐겼다. 망고 주스도 그냥 물이 섞인 주스가 아니라 원액 슬러시였다.

오늘 밤엔 이곳에서 파티가 열린다니 까사에서 조금 쉰 후에는 파티에, 그리고 천운으로 함께 갈 동료가 있다면 클럽에도 갔으면 한다. 어쨌든 이곳에 있을 때 살사를 추어 볼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있으면 좋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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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 1 (58).jpg 까사의 루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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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 1 (52).jpg 첫날 점심을 먹은 레스토랑


레스토랑을 나와 비칠 비칠 주변을 돌아보았지만 트리니다드는 그냥 작은 마을 같았다.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광장 위로 광장 너비만큼의 계단이 비탈을 이루고, 계단 중간중간에 양쪽으로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있다.

그곳엔 사람들이 가득 앉아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야외무대의 밴드 연주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무리들 가운데서 나는 혼자였다.


호스텔이 아닌 까사나 호텔에서 묵었을 때 안 좋은 점은 동행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말은 그 지역을 혼자서 정처 없이 걸어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동네는 옹기종기 붙어있는 건물들이 원색과 파스텔 색으로 섞여있어, 알록달록하니 예쁘긴 하다. 그러나 그 밝음을 함께 나누며 즐거워할 동행이 없어서 참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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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표와 숙소 예약 때문에 막막해하며 계단에 앉아 있는데, 한 층 아래 계단에서 한국말이 들려온다. 두 아가씨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 사촌지간인데 동생 한 명과 셋이 왔다고 했다.

콜롬비아에서 쿠바로, 그리고 이제 멕시코로 나와는 반대 방향으로 여행 중이었다.


콜롬비아에서는 카르테헤나가 가장 좋았다고 했다. 보고타에서 그곳까지 비행기 값이 3만 원밖에 안 했다고. 그곳에서 3일 머물렀단다. 예약은 한국을 통해서 하거나, 아바나 시내에 항공사가 있는지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것도 확신할 수 없으니 한국을 통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그들은 보고타의 호스텔도 하나 추천해주었다.


운영은 외국인이 하는데 한국인 여행자들밖에 없다고 했다. 그곳에 가면 정보도 쉽게 얻고 편리할 것이다. 보고타에서 할 일과 호스텔 이름이 적힌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그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어쩌면 보고타의 그 호스텔에서 남미 여행을 위한 여러 가지 정보를 대략이나마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런 여행이 내게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 같아, 다른 루트를 알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외국에 나왔으면 외국 여행다워야지, 한국인들만 묵는 호스텔은 권장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대강의 정보는 길에서 마주친 한국인들에게 잠시 부탁해보는 것이 좋을 거라는.

그래도 이 아가씨들 덕분에 당장 급한 불은 끈 셈이어서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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