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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아름다움, 페루의 티티카카

- 푸노의 우로스 섬, 따낄레 섬,

by Annie



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길, 두 나라의 국경지대에는 바다같이 넓고 푸른 티티카카(Titicaca) 호수가 있다. 페루 쪽 호수는 푸노에 있고 볼리비아 쪽 호수는 코파카바나에 있다. 푸노의 티티카카는 두 개의 섬, 우로스(Uros) 섬과 따낄레 (Taquile) 섬 투어를 통해 돌아볼 수 있었다.


우로스 섬은 갈대 줄기로 만든 인공 섬이어서 살기에는 상당히 부적합한 곳이라고 한다. 호수 위에는 이런 작은 인공 섬들이 여러 개 떠있는데, 말이 섬이지 그 크기는 50평 아파트 정도만이나 할까? 섬을 형성하고 있는 갈대 잎이 습해지면 그 위에 다시 새 갈대 잎으로 덮는 방식이라, 그 위에 살며 20-30년 걷다 보면 관절이 안 좋아진다고 한다.


겨울에는 얼음이 끼고 춥지만, 태양열로는 전등만 겨우 쓸 수 있어서 난방이 전혀 안 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도 위험한 곳이다. 그곳에서는 수영을 배우기도 어렵고, 섬이 작은 데다 가장자리에 울타리도 없어서 물에 빠져 죽는 아이들이 많다고 한다. 관광 수익으로 연명하지만, 그것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그들 삶의 조건인 것 같았다.


그 섬에서 10 솔을 주고 다시 작은 보트로 갈아타면, 아이들이 노래를 불러서 돈을 조금씩 받는다. 가난한 사람들은 좀처럼 자신들이 처한 그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힘든 것 같다. 그러나 그 안에도 모든 희로애락은 있는 법이니, 외부인의 눈으로 전부를 판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그 작은 곳이 온 세계인 양 살아가고, 젊은 아내와 남편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기르고 부모를 부양하며 늙어간다. 그런데 손주까지 둔 아낙들의 얼굴이 왜 그렇게 젊어 보일까 궁금했다. 실제 나이가 어려서 결혼하고 그 아이들도 어려서 결혼한 걸까, 아니면 원래들 동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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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로스 섬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더 들어가는 깔리떼 섬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물론 그곳도 관광객들이 매일 들르기는 하지만, 섬은 그 관광객들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듯이 한가로운 모습이다.


이 섬에 없는 것, 또는 허용되지 않는 것 네 가지는 도둑질, 강도질, 이혼, 거짓말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남녀가 결혼하기 전에, 먼저 10달을 함께 살아보고 나서 결혼을 결정한다고 한다. 전통과 현대가 시대를 건너뛰어 통하고 있는, 매우 드물면서 실용적인 경우인 것 같다. 그렇게 결혼하고 나면 그들에게 이혼이란 없다고 한다.


결혼 축하연이 열리는 열흘 동안 신랑은 웃지 않으며, 심각하고 경건하기까지 한 얼굴을 유지해야 한다. 결혼을 그만큼 인생의 중대사로서 신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결혼할 때 여자는 십수 년 간 기른 머리를 잘라 신랑에게 준다. 신랑은 그 머리와 실로 엮은 허리띠를 하고 다닌다. 일할 때 허리를 많이 써야 하는데, 남편에게 이 허리띠는 튼튼한 복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남편은 아내에게 색색의 천이 10여 겹으로 된 아름다운 드레스를 선물한다.


우리가 들러서 점심도 먹은 한 집의 마당에 몇몇 마을 주민들이 성장을 하고 나와, 잠시 댄스 공연을 했다. 터키에서 온 여자가 그들과 함께 춤을 추자, 나도 바로 따라 나가 그들과 함께 했다. 나머지 사람들도 하나씩 그 댄스 행렬에 참여하더니, 어느새 모두들 한데 어우러져 춤을 추고 있었다.

고산지대여서 조금 움직였는데도 숨이 찼다. 그러나 신나고 즐거운 순간이었다. 함께 참여하는 마당에서는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 함께 했을 때의 기분은 그냥 바라만 보는 것보다 1,000퍼센트 이상 좋아진다. 진짜 그렇다.


아늑한 식당에서 너무 맛깔스러웠던 생선요리와 창문 너머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한 배를 탄 이들과 함께 식사하며 나누었던 대화도 모두 근사했다. 내려오는 길에도 한 이틀 머물면 좋겠다는 생각에 떠나고 싶지 않았다. 여기서는 호수가 푸른 게 아니라, 이상하게 호수 넘어 산들이 파랗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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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CF1534.jpg 마당 한쪽에서 실로 천을 짜고 있는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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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서 돌아와 룸메이트랑 얘기하는데 그녀는 그곳에서 민박을 했었다고, 호텔이나 숙박업소는 없지만 일반 가정집에 머물 수 있다고 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사실 여행은 힐끗 보고, 사진 찍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그렇게 여유롭게 머물며 그곳을 한껏 느껴보아야 하는 것일 텐데.


이상하게도 오늘 함께 배를 탄 그룹은 모두 중 노년층이었다. 아마도 120 솔이라는 다소 비싼 옵션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주민들의 거주지를 들여다보고, 그곳에서 근사한 식사도 하고, 배의 탑승 시간도 다른 옵션보다 3시간 더 짧았나 보다. 나름 좋았다.

투어 버스나 그룹을 선택하면 평균 연령의 상승으로 활기는 떨어질지 모르나, 전체 일정의 퀄리티는 높아진다. 잠깐 크루즈 선을 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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