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캐나다로

by Annie


올봄 내가 스페인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때, 친구들 모임이 있었다. 그들 중 미리엄이 3년 동안의 한국 생활을 접고, 올여름에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녀는 지금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이름이 친구, 그리고 미스티다. 그녀에게는 가족 같은 존재들이다.


그들을 캐나다로 데려가야 하는데, 그녀 혼자서는 데리고 갈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우리 그룹 멤버들에게 제안을 했다. 자기와 함께 이 아이들을 데리고 캐나다에 가줄 친구에게, 한국에서 캐나다까지의 왕복 비행기 티켓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너무나도 솔깃한 제안이었지만, 모두들 직장에 매인 몸이라 안타까워했다. 막 퇴직해서 자유로운 나에게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내가 너라면 무조건 간다. 여름의 밴쿠버라니!” 다나가 말했다.


그때의 내게 캐나다는 잘 모르는 나라였고, 여행지로 그다지 끌리는 곳도 아니었다. 그리고 친구 간에 금전적인 보상이 오간다는 게 한국인의 정서상 조금 거북스럽기도 해서, 전혀 마음이 동하지 않았었다.

나중에 듣기로, 미리엄과 여수에서 친하게 지내던 로라가 자원을 했다고 한다. 그녀도 캐나다인이고 미리엄과는 각별한 사이니까 잘 된 일이었다.


그런데 스페인 여행을 다녀왔더니, 그사이 로라의 결혼이 결정되어 그녀가 동행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다시 모두들 나를 쳐다보았다.

“생각해볼게.”

그리고 집에 돌아와 밴쿠버를 검색해보았다. 밴쿠버는 의외로 가볼 만한 곳이었다. 더구나 여름의 밴쿠버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관광객들이 넘쳐난다고 했다. 연중 비가 내리고 추운 곳이지만 딱 여름 한 철, 그것도 내가 가있는 동안이 가장 선선하면서도 따뜻해서 인기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여름은 무덥고 습한 한국의 여름을 피해 한 달 정도 여행할 만한 곳을 물색 중이었는데, 이건 거의 나를 위해 준비된 이벤트라고 봐야 한다. 다만 난 동물 친화적인 사람이 아니고, 특히 고양이에 대해서는 어릴 적 읽은 소설이나, 티브이 드라마에서 본 무서운 이미지가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것도 이겨낼 하나의 도전으로 삼으면 되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난 미리엄에게 카톡을 보냈다.


“미리엄, 너랑 네 고양이들이랑 캐나다에 함께 갈게.”


아침 9:50분에 인천공항 행 버스를 타야 해서 봄이가 터미널까지 데려다주었다. 늘 잠이 부족한 봄이지만 한사코 나를 데려다준다고 한다. 미리엄은 로라가 터미널까지 데려다준다고 했다.

9시 30분이 되었는데도 미리엄이 나타나지 않아 좀 긴장되었다. 그녀의 휴대폰은 어제 계약을 해지해서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단톡방으로 로라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잠시 후 눈앞에 갑자기 로라가 나타났다. 너무 반가워 벌떡 일어나 그녀를 포옹했다.


미리엄은 앤틱 풍의 니트 카디건에 밀집햍을 쓴 근사한 모습이었다. 우린 기념사진을 찍고 버스에 올랐다.

드디어 여행의 시작이다. 버스에 올라서 난 미리엄과 나, 고양이들이 4개의 좌석 표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새삼 미리엄에게 놀랐다.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난 우리 둘의 좌석 2개에 고양이들은 발밑에 두고 가는 줄 알았다. 도대체 이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가기 위해, 그녀는 얼마나 많은 비용과 수고를 치르고 있단 말인가?

'내게는 고양이가 그냥 고양이일 뿐이지만, 그녀에게는 그냥 고양이가 아니다. 가족이다.'

패러다임을 그렇게 전환시켜 봐도 나는 여전히 공감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단순히 미리엄이 치르는 돈의 액수로 그 가치를 측정하고 짐작할 수 있을 뿐.



IMG_8450.jpg 캐리지 안의 '친구'와 '미스티'



미스티와 친구는 버스에 타서부터 내내 '야옹'을 그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서 지난 2주 동안 애들을 차에 태우고 다니며 훈련을 시켰는데도 별 소용이 없었다. 출발할 때부터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고 있어서 미리엄과 나는 좌불안석이었다.

버스가 휴게소에 정차했을 때, 버스 기사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 이런 고양이들은 처음 보네요. 보통은 얌전한데... 나야 괜찮은데 승객들이 엄청 불평하는 통에 안 되겠어요. 화물칸에 실어야겠어요 ”


내 보기엔 두어 명의 승객들이 불평을 좀 했을 것 같고, 정작 못 견디는 것은 기사 자신인 것 같았다. 그러나 많은 승객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사의 마음이 불편해서는 안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미리엄도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였다.


휴게소에서 우린 미스티와 친구를 비교적 넓은 장애인 화장실 칸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배변패드를 새로 갈고, 물도 먹이고, 애들을 좀 걷게 했다. 미리엄은 화장실 바닥에 옷이 끌리는 것도 개의치 않고 쪼그리고 앉아서 그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나는 내손에 고양이들의 오줌이 묻지 않을까, 내가 맨 숄더백이 화장실 바닥에 닿지 않을까, 내심 그런 것들에 신경 쓰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는 너무 다른 미리엄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미스티와 친구를 화물칸으로 옮기면서 덥지는 않을지 기사에게 물었더니, 안 덥다고 온도를 한 번 느껴보라고 했다. 다행히 덥지는 않았다. 차가 출발하자 한 남자 승객이 말했다.

"고양이들도 돈 냈으면 여기 타고 가야 되는 것 아닌가?"

그의 말은 어떤 대답도 없이 공중에서 사라져 버렸지만, 참 고마웠다.

지금 미리엄의 마음은 어떨까? 내 새끼가 울어댄다고 다른 칸에 격리되어가야 한다면 그 심정이 어떨까 싶으니, 마음이 울컥하여 눈물이 나왔다.


난 왜 좀 더 기사에게 정당하게 항의하지 못했을까? 고양이들을 화물칸에 실으면 두 좌석에 대한 요금도 반환하는 거냐며, 왜 미리엄과 고양이들 편이 되어 싸워주지 못했을까? 혼자 찌질하게 눈물이나 찔끔거리는 것이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었겠나 싶고, 직무유기를 했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


공항에 도착해서도 똑같이 화장실에 들러 고양이들에게 물과 먹이를 주었다. 비행기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들에게 진정제를 먹였다. 그러고 나서 고양이들을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 검역소에 들러, 건강진단서 확인 후 허가서를 받았다.


비행기 안에서는 우리 앞좌석 밑에 고양들을 캐리지 째 넣어두고 돌봤다. 캐리지 지퍼를 열면 안 된다는 규정이 있다. 고양이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비행기 안에 물의를 일으키면 안 되기 때문이다. 미리엄은 캐리지 지퍼를 조금 열고 허리를 구부려 고양이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자주 만져주었다.

고양이들은 조금씩 울기는 했지만, 그래도 비행기는 공간도 넓고 기본적인 소음이 있어서 그들의 울음소리가 그렇게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밴쿠버에 내려서 위니펙행 비행기로 갈아탔다. 내가 데리고 가야 하는 ‘친구’는 몹시 무거웠다. 어깨에 맨 큰 가방과 ‘친구’가 들어있는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탑승 게이트까지의 먼 길을 이동하느라, 무릎이 아팠다.

'캐나다행 비행기 값 벌려다 무릎 나가서 평생 고생하는 것 아니야? 사람이 흔쾌히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것이 어디까지일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걸었다.

미리엄은 많은 비용을 치르고도 적극적이지 못한 나의 도움에 대해 어떤 마음일까?


위니펙 공항으로 미리엄 친구가 마중을 나왔다. 톰슨까지 비행기를 한 번 더 타야 하지만 시간 상 위니펙에서 하룻밤 묵어야 한다. 호텔 방에 고양이들을 풀어놓으니 한참도 가만히 안 있고 침대 위로, 풀어놓은 캐리어 위로 정신없이 돌아다닌다.

고양이들이 밟고 다닐까 봐 난 캐리어를 열어두지 못했다. 화장실을 밟고 다닌 발로 침대에 오르고 하는 것도 내겐 받아들이기가 참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출발 전 몇 번의 연습 드라이브부터 하루 종일 고속버스와 두 대의 비행기를 갈아타며 고락을 함께 해온 처지라, 그래도 봐줄만했다. 침대에 올라온 미스티를 쓰다듬어 주는데 미리엄이 사진을 찍었다. 사진속에서의 나는 고양이를 아주 사랑하는 여자인 것처럼 보였다.



내 옆에 자리잡은 '미스티'



자려고 불을 끄고 누웠는데 미리엄은 금세 잠들어서 코를 골았다. 미리엄은 평소에도 코골이가 심해서, 우리 걸그룹이 함께 몽골 여행 갔을 때도 그녀 혼자 다른 방에서 자야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방에서, 그 소리가 갈수록 커져서 나는 잘 수가 없었다.


겨우 잠들었나 했는데 엄청난 굉음에 다시 잠이 깼다. 무슨 탱크 지나가는 소리가 났다. 대체 무슨 소리일까? 나중에 생각해보니 호텔 보일러 실이 바로 우리 방 옆이었던가 보다. 그런데 그 소리의 데시벨이 분명 탱크 지나가는 정도였다. 이래저래 뒤척이다 잠든 시간은 세 시간도 채 안 되는 것 같다.

내일은 미리엄의 집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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