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파크를 자전거로 달리다

- 캐나다, 밴쿠버

by Annie


호스텔 조식 시간에 3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칠레에서 온 파블로, 독일에서 온 안젤라와 쥴리안이다. 여행을 하다 보니 나라 별로 사람들의 특성이 보인다. 독일 여행자들은 모두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사교적이어서 새로운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한다.

남미 여행자들(아르헨티나인 토마스, 칠레인 파블로)은 저돌적일 만큼 사교적이어서, 쉽게 친해지고 함께 어울리기 쉽다.


안젤라와 쥴리안은 이미 밴쿠버 체류 기간의 계획이 짜여 있었다. 쥴리안은 기타를 사고 중고차를 사서, 그 차로 아메리카 횡단 여행을 한단다. 스케일이 다르다. 안젤라는 오늘 그랜빌 아일랜드에 간다고 했다.

아직 계획이 없다는 파블로에게 스탠리 파크 자전거 투어를 제안했다. 그는 흔쾌히 응했다. 반나절에 25달러, 하루에 29달러.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호스텔 근처에서 자전거를 빌렸기 때문에, 따로 자전거 도로가 없는 도심의 도로를 차와 함께 달려야 했다.


파블로가 없었다면 혼자서는 엄두를 못 낼 모험이었다. 그는 자전거에 익숙해서, 내 자전거의 기어를 조정해주고, 체인이 풀렸을 때 고쳐 주기도 했다.

스탠리 파크 외곽을 감싸고 있는 해안을 따라 한 바퀴를 빙 도는 해안도로 일주였다. 중간에 모래사장이 보여 그곳에서 쉬며 사진도 찍고 해변에 앉아 쉬면서 많은 얘기들을 했다. 그곳은 자전거를 타고 온 사람들이 수영도 하며 쉬어가는 곳이었다.



스탠리해변.JPG



우리는 인사법에 대해서도 얘기했는데, 칠레에서는 프랑스처럼 볼 키스를 한다고 했다. 실제 키스가 아니라 볼끼리 마주 대는.

“한국에서는 어때?”

“한국 여성들은 허그는 물론, 비즈니스가 아니면 악수하는 것도 흔치 않아.”

“그럼 너한테도 조심해야겠구나.”


나는 책을 쓰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사진도 다시 해보고 싶다고. 지금 당장은 그것을 시작하거나 그것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할 거라고 했다. 그러자 그가 말했다.

“흔히들 언젠가는 할 거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되는 게 없는 것 같아. ‘언젠가는’이라는 말은 항상 ‘언젠가는’에 머물기 쉬워. 하고자 마음을 품었으면, 그 시작도 ‘지금 당장’ 이어야지.”


맞는 말이었다. 언제까지 시작을 미룰 수 없다. 그것은 지금이어야 한다. 그는 직업 군인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더 나은 환경에서 더 나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어, 그만두고 이곳 캐나다에 왔다고 했다.

이곳에서 6개월이든 1년이든 머물면서 우선 영어를 더 익힐 것이라고 했다. 어학원도 다니고 일도 하면서.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도 알아갈 것이라고.

가족들이나 지인들은 이런 그의 계획을 듣고서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자기 생각은 확고했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숲길을 통과하면서 쓰러진 나무 둥치에 앉아 쉴 때는 그가 조금 무섭기도 했다. 옆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조금 어색하기도 하고 불안했다. 그래서 서둘러 털고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섰다. 그렇게 4시간 넘는 자전거 투어를 마치고 호스텔로 돌아와 샤워한 후, 우린 점심을 건너뛴 채 바로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그는 ‘Hangry행그리(hungry so angry)’를 외치며, 미리 검색해 둔 ‘올드 스파게티 팩토리(Old Spagetii Factory’로 나를 안내했다.


그곳은 밴쿠버에서 방문해야 할 10곳에 드는 개스 타운(Gas Town)에 위치해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는 관광객들이 꼭 들러서 본다는 '증기 시계'를 보기도 했다.

식당 메뉴는 싼 가격에 샐러드, 빵, 파스타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티까지 풀코스였다. 팁 포함해 15달러씩 밖에 안 했다.


매우 흡족해서 8시쯤 돌아온 우리는 펍 크롤을 하기로 했고, 난 8시에 만나기로 한 안젤라를 로비에서 만났다. 그녀는 이미 피로에 지쳐 있다고 해서, 난 그냥 룸으로 돌아와 파블로의 연락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내가 그냥 안젤라와 함께 나간 줄 알고, 혼자서 펍 크롤에 참여했다. 나중에야 내가 안젤라와 나가지 않은 것을 알고 그가 내게 메시지를 보냈다.

‘데리러 갈게’, ‘지금 2층 무비 룸에 와 있어, 나와.’ 나는 그 메시지들을 아침에야 봤다.


포르투에서 펍 크롤을 안 해봤더라면 난 기를 쓰고 해보려고 했겠지만, 두 번까지는 그렇게 확 내키지는 않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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