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좋아한다면 부차트 가든으로

- 빅토리아

by Annie


부차트 가든(Buchart Garden)에 가려고 교통편을 물으니, 아침 9시 이전에 왕복 5달러면 가는 버스가 딱 한 대 있을 뿐이라고 했다. 투어 버스는 많은데 조금 비쌀 거라고 해서 내일 가야지 하고, 돌아볼만한 곳을 알아보고는 길을 나섰다.


다리를 건너서 해안을 따라 걷다 보니 햇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선선하고 아주 평화로웠다. 파란 하늘에 솜사탕을 풀어놓은 듯 한 구름이 너무 예뻤다.


한국에서는 언제 이런 구름을 보았던가 싶다. 5월 초, 스페인에서 돌아왔을 때 마주했던, 극심한 미세먼지로 대낮인데도 어둑하던 한국의 봄 하늘은 충격이었다. 그 상황은 그 후로도 열흘 정도 지속되어 내 가슴을 답답하게 했었다.


너른 발코니마다 꽃장식과 소파들이 나와 있는 해안가 호화주택들이 한눈에도 너무 좋아 보였다. 그러나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좋을까? 빅토리아는 은퇴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과연 한 할아버지가 그 주택가 앞 벤치에 나와 앉아있는데,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나이 드는 것의 허망함과 쓸모없음, 기쁨 없음, 활기 없음, 희망 없음 등이 그냥 한 몸에 느껴졌다.


나도 노후에는 저 할아버지처럼 저렇게 혼자서 짧은 하루, 혹은 긴 하루를 붙들고 앉아 보내게 될까? 그래도 그 짧거나 긴 하루의 햇빛을 감사히 즐기고 있을까?

그러나 벤프에서 마주쳤던, 무리 지어 자전거를 타던 그 활기찬 노년들도 있지 않던가? 다가올 노년도 결국은 자기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시 다리를 건너 여행자 안내소에 물어보니, 부차트 가든은 입장료 35달러 포함해서 왕복 60달러라고 했다. 차비로 25달러를 쓰는 셈이다.

안 갈아타고 안 기다리고 하는데 20달러를 더 쓰는 셈이어서 티켓을 구입했다.


부차트 가든은 정원의 차원이 달랐다. 규모로 친다면 순천만 정원이 더 컸지만, 꽃에 관한 한 이곳은 동화풍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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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정원처럼 다른 나라의 정원들도 몇 개 있었는데, 그중에서는 일본 정원이 단연 돋보였다.

그곳에서 마주친 10살이 채 안 된 오누이는 가장 좋아하는 정원이라며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오르막과 내리막, 연못, 징검다리, 빨간색의 깜찍한 미니 아치 다리, 특이한 나무들이 아기자기하면서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세계 곳곳에서 이렇게 비중이 크고 뚜렷한 자기 색을 내는 일본 문화의 흔적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과 속상함이 교차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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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 넘게 그곳을 돌다 쉬다, 앉아서 글을 쓰다 하며 한껏 즐겼다. 눈도 즐거웠지만 꽃향기도 너무 좋았다. 밤까지 머물면 야경도 볼 수 있다는데, 그때까지 기다리진 못하겠고 6시 차를 타고 돌아왔다.


페어몬트 임프레스 호텔 앞에 내리니, 아! 이곳은 정말 환하게 빛나는 빅토리아의 심장이다. 모차르트의 음악이 떠오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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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활짝 열린 호텔의 길고 넓은 잔디정원, 그 앞에 펼쳐진 항구,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그 앞을 지나가는 예쁜 마차들, 거리 곳곳을 밝히는 색색의 꽃들, 밝음과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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