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아름다운 빅토리아!

- 캐나다, 나나이모에서 빅토리아로

by Annie



다음날 아침, 호스텔 라운지에서 만난 샬롯과 나는 페리로 5분이면 도착하는 한 섬에 갔다. 오후에 빅토리아로 떠나기 전에 오전 시간을 이용해 떠난 것이다. 섬은 너무도 평화롭고 조용했다.

따뜻한 햇빛 아래 해안을 따라 걷다가 통나무 위에 앉아 가벼운 요가도 하고 그 위에 엎드려 한참 동안 휴식을 취했다. 통나무는 엎드린 내 몸이 그 나무의 둥그런 모양대로 착 붙어서 정말 편했다.

곳곳에 우리나라의 장승같은 토템들이 서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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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를 벗어나 숲길도 걸었다. 숲에서 발견한 호수는 작은 연잎들이 호수의 삼분의 일을 덮고 있었는데, 계속 무슨 소리가 났다. 마치 호수 전체가 하나의 외계 생물체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여행을 해도 늘 유명 관광지로만 다니던 내게 이 섬은 참 다른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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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은 캐나다라기보다는 옛날 원주민들이 아직도 살아가고 있을 것 같은,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섬마을 같았다.


걸으면서 나는 많은 얘기를 했다. 샬롯은 심성이 착하고 안정적인 걸이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짧은 섬 탐험을 마치고 돌아와 우린 작별 인사를 했다. 그녀는 참 좋은 동반자였다. 20대 걸들 세 명과 난 이곳에서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가졌다.


2시간의 버스 여행 끝에 빅토리아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바로 맞닥뜨린 화려한 빅토리아의 시가지를 따라가며 호스텔을 찾아 나섰다. 이번엔 구글맵이 좀 도움이 되었다. 가는 길은 훌륭한 호텔과 레스토랑이 즐비했다.


항구에 이르렀을 때 가장 화려한 풍경과 마주했다. 옆으로는 위풍당당한 특급 호텔들과 드넓게 펼쳐진 잔디정원이 도로와 맞닿아 있고, 멀리 맞은편에는 고풍스러운 비취색 건물이 넓게 펼쳐져 있었다. 그 건물이 무엇인가 물었더니 국회의사당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야경이 아름답다고 하던 그 건물이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수많은 요트와 페리들. 밝은 햇살 아래 꽃들이 만발하여 경쾌하기 이를 데 없는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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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쭉 해안을 따라가니 호스텔이 나왔다. 짐을 풀어놓고 거리로 나섰다. 산책 먼저 할까, 식사부터 할까? 식사 먼저 하고 야경을 보자. 해산물 식당에 가서 숙고 끝에 무슨 핫 팟인가 하는 요리와 화이트 와인 한 잔을 주문했다.

음식이 모두 비쌌다. 요리가 38달러, 와인 12달러, 팁 7달러. 이돈 내고 맛없으면 어떡하지?

드디어 음식이 나왔다. 비주얼만 봐도 ‘오, 좋아!’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접시까지도 따뜻했다. 긴 접시에 아스파라거스와 꼬마 당근의 색감도 조화로웠고, 접시 한쪽에 놓인 큰 보울 위에는 근사한 파이가 뚜껑처럼 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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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는 따뜻하고 바삭했다. 갓 구운 빵 같았다. 파이 아래 메인 요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푼으로 휘익 저어보니 고기 살들이 걸렸다. 한 입 떠먹어 보았다.

오 마이 갓! 천상의 맛이었다.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요리는 처음이었다. 국물 맛도 너무 좋았고 탱탱한 새우 살에, 대구, 송어 살도 너무 신선하고 훌륭했다. 랍스터 소스를 사용했다고 한다. 양도 많아서 다 먹기 힘들었지만 너무 맛있고 아까워서 다 먹었다. 5만 원의 식사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레스토랑 밖으로 나서니 어둑해지는 게 딱 야경 보기 좋은 시간이었다. 진주 목걸이 알처럼 건물 모양을 따라 점점이 불이 밝혀진 국회의사당은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항구의 바다 위로는 그 불빛이 대칭을 이루며 물결에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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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호텔과 정박해 있는 배와 건물들, 거리의 가로등, 그리고 바다에 비친 빛들이 뒤섞여 동화 속에 풍덩 빠져든 느낌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아! 아름다운 빅토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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