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식 아니고 단식
교회 은퇴하신 목사님께서 해마다 여름과 겨울 단식원을 운영하신 다는 것을 알면서도
애써 외면할 때마다 나의 변비를 때려잡을 건 단식으로 몸을 다시 만드는 방법이 가장 좋다고
잔소리?를 하셨는데 드디어 말씀이 귀에 들리기 시작했다.
5일! 견딜 수 있을까. 나의 몸은 커피와 과자로 단단해진 맷집을 자랑하는데 이런 것들을 끊고
공복을 유지하며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함께 하면 할 수 있다는 말이 그렇게 유혹적일 수가 없었다.
약간의 교인할인까지!! 매우 매력적인 유혹이라 어쩔 수 없이 넘어갔다.
주일 예배를 드리고 목사님 댁, 상주시 회북면으로 들어갔다. 3일 후에 도망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사방이 깜깜했고 너무 시골이라 가로등도 없는데 괜히 도망가다가 기운 없어 사고라도 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 때문에 도망가지도 못했다. 단식원이 산골에 있는 것은 응당마땅 고도리다.
저녁을 먹지 않은 저녁은 얼마나 밍밍한 맛이고 싱거운지. 처음 보는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하고 퇴소하는 날이 가장 맑은 정신이었다.
나와 친구는 가장 젊다고 2층 방을 배정받았다.
프라이빗하고 따로 떨어져 있어 좋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고 바로 후회했다.
계단을 기어서 올라가고 내려올 때는 다리에 온갖 통증을 느끼며 내려와야만 해서 나중엔 아무 방에나 들어가 픽픽 쓰러졌다.
부부도 각방을 썼고 여성방과 남성방으로만 나뉘었다.
부부는 두 커플이 오셨는데 남편 분들이 입이 댓 발 나왔다.
목사님은 똥손이신가?
아님 의도적으로 본인만 선명하게 나오게 한 걸까.
모두 평화로운 얼굴이지만 배가 고파
꾸르륵 여기저기서 화음을 내며 산책을 강행했다.
사담계곡을 걷고 공림사 천년이 넘은 나무를 더듬어 안아 주고 돌아왔다.
하루의 패턴은 이렇다. 6시 50분에 일어나 생명평화 100배 절로 운동을 시작한다.
(단식을 마친 지금까지도 계속 아침에 일어나 절 운동을 하고 있다. 나처럼 정적이고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다. 너~~ 무 좋다)
스트레칭과 간단한 요가 동작까지 마치고 나면 8시 30분, 이제 전 날에 타놓은 천일염 소금물로 관장을 한다.
1.5리터의 소금물을 20분 안에 마셔야 한다.
너무 신기했다. 마셨는데 소변이 아닌 항문으로 나오다니.
5일 내내 아침마다 했는데 점점 익숙해졌고 소금물을 마시기 위해 목말라도 참았다. 그래야 꿀떡 잘 넘어가니까. 그나마.
ㅎ 단식하는 동안 위와 장에 들어있던 거의 모든 것이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오전엔 강의, 점심에 솔잎 효소 한 컵 먹고 나면 무조건 산책이다. 셋째 날 산책은 너무 힘들어 모두 법주사를 돌고 있을 때 혼자 토껴서 찻집에 앉아 있었다. 레몬차를 시켰지만 이상하게 안 넘어간다. 반이나 남겼다. 그러자 사모님이 아깝다며 벌컥벌컥!
3일 반동안 계속된 두통은 정말 참기 어려웠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약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빈속에 약을 털어 넣을 정도로 속이 건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섯째 날, 그날은 병오년 붉은말의 해가 시작하는 첫날이다.
신기하게도 참으니 참아졌고 새해가 되면서는 두통이 사라졌다. 이제는 안다. 두통이 와도 참으면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것을.
몸무게가 얼마나 빠졌는지 궁금했다. 친구는 단식하는 중엔 오히려 살이 쪘고 퇴소할 때는 500그램 빠져 있었고 난 400그램 빠져 있었다. 보식은 보통 단식 기간의 세배 즉, 15일의 보식 기간이 주어지는데 이때 빠진다. 속이 비어 있으니 미음부터 시작해서 묽은 죽, 누룽지 등으로 점점 넓혀간다. 그래도 난 대략 3킬로가 전부다.
하지만 몸이 가벼워지고 변비도 점점 개선되어 간다. (이제 보식을 마친 지 3일 지나고 있다)
집에 돌아와서 보식기간 동안 먹은 게 별로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소금물 관장을 했다. 입소하고 소금물 관장을 할 때는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았는데 천일염으로 된 소금물 관장이 그나마 가장 몸에 덜 해로운 걸 알아서 약을 먹지 않고 소금물 관장으로 변을 보았다. 지금은 괜찮다.
시간이 지나며 나는 다시 커피를 마시고 과자를 찾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리셋의 시간이 지난날, 막 다루었던 나의 몸과 화해하고 다시 가벼운 몸을 만들어 온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고 싶다.
해마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그건 또 그때 가봐야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