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우리는 멋졌다!

겨울 밤에 소설 읽기

by 명랑한 햇빛

나는 욱! 하는 사람이다.


금요 심야 책방도 그래서 만들어졌고 2년이 다 되어 간다.


작은 꿈이 하나 있었다.

연애 소설만 읽는 독서모임을 만들고 싶은 욕망.

하도 오래 되어 이제 냄새가 날 지경이다.

하지만 거룩하고 경건할 것 같은 교회서는 좀 거시기 한 것 같다는 혼자 생각에

미루고 미루다. 날을 잡았다.

2025년 겨울 밤, 일요일 저녁 7시에 읽기 시작해서 11시까지 읽어내고 함께 나누며

12시를 넘겨보자는 1회성 독서 캠프 같은 거 였다.



평균 연령 60대? ㅎㅎ

남성도 한 분 계셨으나 자매라고 불러도 좋다셨다.

아무튼 10여명의 자매들이 모여 슴슴한 연애소설 맛, 양귀자의 <모순>을 함께 읽었다.


저녁은 간단한 컵라면과 밥 조금, 읽다가 졸리면 안되니까. 난 주최자로서 아로나민 골드와 비타민 폭탄, 집중 각성제와(처방아님)와 커피를 챙겼다.

물론 상큼한 귤과 간식도 조금씩.


처음엔 집중을 위해 40분정도 윤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혹은 누워서 읽기 시작했다.



준비해 간 낚시 의자는 엄청 편하다는 언니의 칭찬에 그자리에서 확 줘버렸다.

잔잔한 하얀 소음을 깔아주고 겨울밤을 독서로 물들이는 중년의 모습들은 매우 아름다워 눈물이 날 지경이었고 혼자서만 뿌듯했다.


11시에 한 테이블에 모여 이런저런 얘기로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꺼내 놓는다.

안진진으로 빙의 된 자매들의 이야기는 이어졌고 어떤 자매는 아버지와 관계를 털어 놓으며 치유가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문학 치유가 이런게 아닌가, 읽고 풀어내며 마음 속 찌꺼기도 빠져나오는 경이로운 경험.

안진진이 나영규를 선택한 이유를 다투어 얘기하며 지나온 시간들을 톺아보는 이,

스스로 위로하고 대견하다는 이, 그럼에도 여기까지 잘왔다고 생각하는 이.

김장우에게 가장 많은 위로가 쏟아졌다.

안진진의 엄마가 살아내는 방법을 이야기 할 때는 침이 튈 정도였다. 우린 그렇게 자기 생애 대해

프로였다.


KakaoTalk_20260119_173820040.jpg 얼마나 알흠다운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일회성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봄에 '봄 밤에 읽는 연애소설'을 다시 기획해달라고 한다. 아!!! 행복하다.




무슨 얘길 한거지? ㅎ










미소 ... 내가 선물한 거 같아 매우 행복!!







생은 흐른다. 초저녁 잠이 많아지고 새벽 잠이 없어지는 늙은 몸이 되어도 멈추지 않고 흐르는 생을 이제는 가만히 수직으로 쌓으려고 한다. 차곡차곡 가을 볏짚 쌓아 달에 닿기를 기도했던 아이의 기억을 고스란히 안고

기억의 골목길을 비틀거리더라도 우린 시간을 알흠답게 쌓아 그날을 추억할 것이다.

KakaoTalk_20260119_173808633_04.jpg 자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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