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했을 때, 수저통과 조리도구통을 하나로 합쳐서 썼다. 밥을 먹으려고 숟가락을 꺼낼 때마다 칼날을 피해 조심조심 손을 넣어야 했다.
손끝이 스칠 때마다 괜히 아찔했고, 가끔은 작은 상처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매번 '조심하면 되지' 하며 버텼다.
그러다 대청소를 하며 쓰임이 없던 통을 하나 발견하곤 바로 수저는 수저대로, 조리도구는 조리도구대로 분리해 놓았다. 그날 저녁, 밥을 먹으려 숟가락을 꺼낼 때 나는 깨달았다. 아무것도 아닌 줄 알았던 그 작은 불편함이, 생각보다 나를 하루에 세 번씩이나 긴장시키고 있었구나.
통 하나를 더 둔 것만으로 하루가 몇 배는 자연스러워졌다. 숟가락을 꺼낼 때도, 요리를 할 때도, 신경 쓸 일이 줄어드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일은, 때로 이렇게 소소하고 조용하게 찾아온다. 괜찮다며 무시하기보다는 조금의 시간을 들여 해결해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