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기대를 내려놓기)

by 장기표

나는 화를 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순간부터 화라는 감정이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행동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물론 여전히 순간의 감정을 완전히 다스리는 것은 어렵다. 나도 여전히 화를 내고, 그리고 곧바로 후회한다. 그 반복 속에서 점점 깨닫게 된다. 이 감정은 나를 위한 것도, 타인을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이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졌고, 특히 데일 카네기의 책들을 꾸준히 읽고 있다. 그 속에서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메시지가 있다. 걱정과 함께 가장 불필요한 감정이 바로 ‘화’라는 것이다. 예전에는 그저 감각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화내봤자 뭐하나’라는 막연한 생각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왜 화가 무의미한지, 왜 그것이 결국 나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인지 논리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로 이해하니 마음도 조금씩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제서야 비로소 받아들여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현재’라는 시간은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다. 결국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지금뿐이다. 그렇다면 이 소중한 시간을 화로 채운다는 것은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화를 내는 순간, 그 시간은 고스란히 사라진다. 아무런 이득도 남기지 않은 채, 오히려 마음의 찌꺼기만 남긴다.


생각해보면 화라는 감정은 대부분 ‘기대’에서 비롯된다. 나는 이만큼 했는데, 상대는 왜 그렇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까지 배려했는데, 왜 돌아오는 것은 이것뿐일까. 이런 생각들이 쌓이면서 서서히 분노로 변한다. 하지만 그 기대 자체가 문제였다. 나는 그것을 ‘나눔’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보이지 않는 대가를 바라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마음속 어딘가에서 보상을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나눔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무언가를 했다면, 그 행위 자체로 이미 충분한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 순간 나는 나의 선택을 한 것이고, 그 선택에 만족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나는 오랫동안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겉으로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실망하고, 화를 냈다.

이제는 조금씩 알 것 같다. 기대를 내려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자유로운 일인지.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일도 줄어든다. 실망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화도 줄어든다. 결국 내 감정은 타인이 아니라, 나 자신의 태도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현재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훨씬 더 짧고, 동시에 유일하다. 아무리 오래 산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지금’이라는 순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시간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삶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만약 그 소중한 시간을 화와 불만으로 채운다면, 그것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각,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들, 지금 내가 숨 쉬고 있는 이 순간. 이 모든 것은 오직 현재에만 존재한다.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다시 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순간을 가능한 한 좋은 감정으로 채우는 것이 맞지 않을까. 행복으로도 부족한 시간에, 굳이 부정적인 감정을 채워 넣을 이유가 있을까.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단순한 생각에 도달한다. ‘굳이 안 좋은 것을 채울 필요가 있을까?’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 하나만으로도 많은 선택들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화를 낼 것인가, 그냥 넘길 것인가. 불평을 할 것인가, 받아들일 것인가. 그 선택의 순간마다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요즘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글을 쓴다는 것은 결국 현재의 나를 기록하는 일이다. 내가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은지를 솔직하게 마주하는 과정이다. 글을 쓰다 보면 머릿속에 흩어져 있던 생각들이 하나로 정리된다. 그리고 그 정리된 문장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나 자신을 이해하게 된다.


어쩌면 글쓰기는 나에게 또 다른 형태의 ‘현재에 머무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감정에 집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필요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가라앉는다.


이런 사실들을 하나씩 깨달아갈수록, 나는 점점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전에는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이제는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있다는 것,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조금씩 알게 된다.


아직 완벽하게 화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감정에 휘둘릴 때도 많고, 후회하는 순간도 반복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이라도 더 나아지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예전보다 덜 화를 내고, 더 빨리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변화의 시작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해서 연습할 것이다. 화를 줄이고, 기대를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계속해서 깨닫고,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가벼워질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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