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집,고집,소신,신념(다른 이유)

끌리는 사람.

by 장기표

겉으로 보기에 매우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쉽게 흔들리지 않고, 상황에 따라 표정이나 태도가 크게 변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그들을 ‘완벽한 사람’이라고 착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면, 그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완벽함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들의 중심에는 ‘신념’이 있다. 그리고 바로 그 신념이, 그들을 단단하게 보이게 만든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기준이 언제나 분명하거나 일관된 것은 아니다. 상황에 따라 바뀌기도 하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택의 순간마다 고민하고, 때로는 후회하며, 때로는 스스로를 의심한다. 그러나 신념이 있는 사람들은 다르다. 그들은 선택의 순간에서 비교적 분명한 방향을 가지고 있다. 그 방향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어온 내면의 기준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여기서 ‘신념’이 무엇인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신념이라고 하면 고집이나 아집과 혼동되기 쉽다.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태도,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완고함을 신념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단지 닫힌 태도일 뿐이다. 진정한 신념은 고집이 아니라 ‘소신’에 가깝다. 하지만 소신과 신념 또한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다.


소신은 어떤 일에 대한 자신의 믿음이 굳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충분한 고민과 경험을 통해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내면의 확신이다. 그러나 신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신념은 단순한 생각이나 믿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힘을 포함한다. 다시 말해, 신념은 가치와 의지, 그리고 실천이 결합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정직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소신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신념이 된다.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소신일 수 있지만, 실제로 불편한 상황에서도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그것은 신념으로 확장된다. 결국 신념은 머릿속에 머무는 개념이 아니라, 삶 속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선택의 방식이다.


그래서 신념이 있는 사람들은 단단해 보인다. 그들은 상황에 따라 쉽게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융통성이 없거나 고집이 센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이나 흔들림에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 그들의 단단함은 닫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중심이 분명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다.


또한 신념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진다. 그들은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쉽게 남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기 때문에, 그 결과 또한 스스로 감당하려 한다. 이러한 태도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준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상황이 바뀌어도 기준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게 된다. 그리고 그 신뢰가 곧 매력으로 이어진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단순히 그 사람이 뛰어나거나 완벽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하더라도 자신의 기준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더 큰 매력을 느낀다. 그 모습은 우리에게 일종의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겠구나’, ‘이 사람은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지키는 사람이구나’라는 믿음은 관계를 깊게 만든다.


하지만 신념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나는 이렇게 살겠다’라고 선언한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자신을 돌아보고, 수많은 선택의 순간에서 고민하며, 때로는 실패를 겪으면서 조금씩 다져지는 것이다. 어떤 가치는 지켜보려 했지만 지키지 못하기도 하고, 어떤 선택은 후회로 남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점점 더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게 된다.


또한 신념은 고정된 것이 아니다. 사람은 성장하고, 환경은 변한다. 따라서 신념 역시 끊임없이 점검되고 수정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가 지금의 나에게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대로 이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가치가 어느 순간 삶의 중심이 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신념과 아집을 구분할 수 있다. 아집은 변화를 거부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고수하지만, 그 근거를 돌아보지 않는다. 반면 신념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점검한다. 자신의 기준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한지 질문한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을 지닌다. 그렇기에 신념은 단단하면서도 동시에 열려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신념이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삶 속에서 실천하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거창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매일의 작은 선택 속에서 드러나는 태도일 수도 있고, 아무도 보지 않는 순간에 내리는 결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작은 반복들이 쌓여, 한 사람의 삶을 만들어간다.


우리는 때때로 단단해 보이는 사람들을 부러워한다. 흔들리지 않는 태도, 분명한 기준, 그리고 자신감 있는 선택이 멋지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의 단단함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미 각자의 방식으로 신념을 만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것을 아직 명확하게 인식하지 못했을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하고 있고, 그 선택들은 하나의 방향을 만들어간다. 그 방향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라는 사람의 기준이 된다.


완벽해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삶 속에서 실천하려 노력하고 있는지다. 신념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것이다.


단단해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완벽해지려고 하기보다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가치를 위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조금씩 쌓아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단단해진다.


그리고 그 단단함은 결국, 누군가에게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매력으로 다가가게 될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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