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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나 Oct 19. 2019

다시 사랑한다면

관계의 마지막에는  악다구니를 쓰며 못된 말을 뱉어내곤 했다. 당장에 느끼는 헤어짐의 슬픔을 미움으로 덮지 않고는 견딜  없을  같았던 나는 최대한 쉬운 이별을 원했다. 그땐 당장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없었다. 사랑을 했다면 그만큼의 아픔은 감당할 준비를 했어야 했지만 이별을 똑바로 마주하기엔  너무 비겁했다.


시간이 지나고 흙탕물을 휘휘 저어버린 듯 요동치던 감정의 잔여물들이 가라앉을 때. 그 때 즈음에는 여지없이 후회를 하곤 한다. 마지막 장면들을, 내뱉었던 말들을 떠올리면 온 몸에 피가 빠르게 돌고 얼굴이 붉어진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가시 돋힌 말들로 할퀴어대지는 말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연애의 끝이 늘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어 또 한 번 두려워진다. 하지만 좋았던 일들도 나빴던 일들도 이제는 가끔 열어보며 '그랬지' 하는 힘 없는 추억이 되는 걸 보면 인간이 임의대로 분류하고 이름지어 놓은 사랑이라는 감정, 생각보다 별 거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미움도 금세 그리움이 되어 버렸으니 이제 다시 용기 내어 사랑을 하자. 천천히 와서 오래 머무를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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