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의 생각지 못했던 장점

별볼일 없는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5분

by 키만큰

2020년 2월이었나,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마스크를 쓰기 시작한 때가. 그로부터 어느덧 3년이 지났다. 아무리 미세먼지 농도나 감기가 심해도 마스크 써볼 생각조차 안 했던 나는 처음 마스크 의무 소식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었다. 하지만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마스크 3년차가 되니 마스크 박사가 되었다(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대다수가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안경을 쓰기에 마스크를 어떻게 쓰면 김이 서리지 않는지와 같은 팁부터 마스크의 종류, 보관 방법 등등 새로운 생활 팁들을 배울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실내 마스크 의무 조치가 권고로 바뀌었다. 이때만을 기다렸다는듯, 변경 조치 시행일이 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다니기 시작했다. 나도 그간의 답답함에 마스크를 벗고 업무를 하고, 마스크를 벗고 헬스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마스크를 쓴 시간이 더 많았다. 물론 굳이 안 써도 되었지만, 약 1년 전 깨달은 마스크의 생각지도 못했던 장점 때문이다.



한 1년 전, 중요한 미팅이 있었던 때였다. 상대방은 나에게 중요한 고객과 같은 사람이었다. 업무적으로도 중요하고 오랜 기간 동안 관계를 이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너무나도 자기 애착이 강하여 자기 자랑으로 시작해 자기 자랑으로 끝나는 이야기를 한 번 시작하면 거진 30분은 이어간다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차마 이야기에 집중이 안 되었던 나는, 눈은 그를 응시했지만 마스크 안의 입은 힘 없이 쩍 벌리고 있었다. 끄덕이는 고개는 뇌가 아니라 혀가 조종했다. 벌려진 입으로 인해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혀의 움직임에 따라서 때로는 좌우로, 때로는 상하로 고개를 끄덕였다.


"혀가 왼쪽으로 쳐지면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혀가 건조한 듯해서 입 안으로 들어가면 고개를 다시 들고. 어어 지금은 고개를 끄덕여야 할 타이밍이지."

미팅이 끝난 후 커피잔을 보니 커피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그제서야 상대에게 마스크와 눈웃음 속에 가려진, 허허실실거리고 있는 입과 입김에 따라 막대풍선처럼 흔들리고 있는 혀를 들키지 않기 위해 커피 한 입도 마시지 않았음을 알았다.



이런 마스크의 장점 덕분에 최근에는 일부러 마스크를 쓰려고 하는 때가 종종 있다. 전날 늦게 자서 유난히 졸린 월요일 오전의 회의 시간에, 지루한 미팅 때 간간이 작은 하품을 하고 싶을 때, 나의 툭 튀어나온 입술과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입을 가리고 싶을 때 등등 수많은 상황에서 마스크 하나로 내 표정을 포장해왔다.



이제 곧 마스크 권고 조치도 해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 나 역시 볼 한쪽에 난 뾰루지를 쳐다보면 빨리 권고 조치도 해제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가득하다. 하지만 그때가 되어도 내 주머니에는 항상 마스크가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코로나에 걸려 심하게 몸져누웠었다는 변명과 함께 마스크를 쓸 때가 종종 있을 것 같다.


하관의 피부가 더 안 좋아질 수 있겠지만 어찌하겠는가. 하루 종일 함박 미소를 띄우기 위해 볼과 턱에 힘을 꽉 줘서 자글자글 주름이 생기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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