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y Feb 04. 2022

사차원이라도 괜찮아

언제나 내편을 가진 사람.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만의 수호천사(?) 같은 것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생각했다기보다는 그렇게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고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었다. 내가 수호천사를 느끼는 건 주로 잠자기 전이나 조금 힘든 일이 생길 때였는데,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있는 그 존재가 나에게 보호막을 치고 회복시켜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겨도 잠을 자고 일어나면 전부 회복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나를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 건 생각보다 든든한 일이었다.


수호천사의 기능은 이렇다.

마음이 안 좋은 날, 유난히 피곤한 날, 엉엉 울거나, 혼자라고 느껴지는 시간엔 무조건 옆에 있어준다. 그리고 내가 잠이 들면, 잠도 자지 않고 밤새 지친 마음을 뚝딱뚝딱 치료하고, 괜찮다고 위로해준다. 가장 믿음직한 나의 편이 되어주고, 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사람들이 다 몰라줘도, 내 마음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아준다. 뿌듯한 일을 생각해내면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고, 다 잘될 거라고 격려도 해준다. 이렇게 너그럽고 나에게만은 무한 사랑을 보내는 수호천사는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함께 태어나는 당연한 존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쩌다 나의 수호천사 얘기를 하면 친구들은 사차원이라며 특이하다고 했다. 그때부턴 나만 행운의 사람이라는 것을 은밀하게 즐겼다.



요즘에도 종종 수호천사를 호출한다. 내가 부르면 언제나, 어디서나 나타나 주는 든든한 수호천사의 존재는 다름 아닌 '나'였다는 걸 어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누구나 원한다면 나만의 수호천사를 만들 수 있다. 내가 가장 원하는 형태로 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을 해주는 존재.

없는 것보단 있는 쪽이 훨씬 든든하다.


오늘도 복잡했던 마음을 수호천사에게 맡기고 일찍 잠에 들어야겠다.

 

어쩌면.. 이렇게 생겼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