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는 없고요, 제가 좋아하는 것들만 팔아요
작년 4월, 동생과 함께 작은 동네 카페를 열었다. 둘이서 힘을 모아 늙을 때까지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자고 해서 찾은 것이 카페였다. '장사가 잘 안 돼서 월세도 겨우 내면 어쩌지...' 걱정이 앞서 너무 작은 평수의 가게를 구했는지 매출은 의욕만큼 늘지 않는다. 공간도 작고, 하루에 오시는 손님 수도 한정적이다 보니 가게를 주로 머무는 건 동생이고 나는 가족의 안정적인 생계를 위해 하던 일을 계속 겸하고 있다.
작디작은 이 카페에는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하다. 짙은 우드톤의 가구, 초록초록한 식물들, 친구의 신혼집에서 들어보곤 탐이 났던 스피커, 한 번쯤 가져보고 싶었던 LP 플레이어. 카페를 열지 않았어도 언젠가는 집에 들여놓았을 물건들이다. 우리의 취향도 아낌없이 끼얹는다. 좋아하는 일러스트 작가의 그림을 여기저기 붙여두고, 즐겨 듣는 음악과 인상 깊게 봤던 책들도 함께 나눈다. 지난 연말에는 손님들에게 음악 추천을 받고 싶어 종이와 펜을 가져다 두었는데, 마음에 드는 노래와 가수들을 꽤 많이 알게 됐다. 우리의 취향이 담긴 이 공간에 비슷한 취향을 가진 이들이 모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금 속된 말로 '끼리끼리'
카페에서 제공하는 음료와 디저트도 그렇다. 오래전부터 즐겨 찾았던 로스터리 카페의 하우스 블렌드로 에스프레소 메뉴를 만들고, 필터커피는 직접 마셔본 뒤 맛있었거나 인상 깊었던 원두들로 라인업을 채운다. 일반 제누와즈보다는 더 폭신하고 부드러운 쉬폰 케이크가 좋아서 제철에 어울리는 쉬폰 산도와 롤케이크를 만들고 있고, 오픈 초기부터 꾸준히 인기 있는 바나나브레드도 집에서 종종 만들어 먹던 디저트다. 빵도 좋아하지만 아직 발효기까지 갖출 여유나 공간이 없어 마음에 드는 빵집의 치아바타를 구매해 식사 대용 샌드위치도 만들고 있다. 우리가 좋아하고 맛있게 먹는 것들을 같은 마음으로 즐겨 찾아주는 손님이 있다는 건 매우 큰 기쁨이다. 취향이 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깊은 안정감을 느낀다.
최근 들어 '두쫀쿠는 안 파냐'는 질문을 여기저기서 받는다. 두바이쫀득쿠키는 단골손님이 하나 선물로 주고 가셔서 맛을 본 적이 있는데 마시멜로우 피의 쫀득함과 카다이프 면의 바삭함이 어우러진 독특한 식감의 디저트였다. 손님 덕분에 유행하는 거 한번 먹어봤다는 생각에 그쳤는데, 주변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다 보니 '나도 이걸 팔았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카페에서 두쫀쿠를 팔고 있었다. 심지어 횟집, 반찬가게에서도 판다는 글이 우스갯소리처럼 SNS 상에 회자되고 있었다. 요즘처럼 한창 유행일 때 두쫀쿠를 팔면 키워드 검색도 잘 되고, 신규 손님도 늘어나니 매출을 위해서는 안 할 이유가 없는 메뉴다. 재료 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는 하나 그래도 다들 남는 게 있으니 파는 게 아닐까.
자영업자로서 잠시 위기감을 느끼긴 했지만 내가 두쫀쿠를 팔지 않는 이유는, 단순히 유행을 따라가지 않겠다는 청개구리 심보 때문은 아니다. 집 근처 편의점에 허니버터칩이 입고되길 기다려도 보고, 내 이름이 새겨진 칸초를 찾아내겠다고 온 동네를 뒤지기도 했다. 마라탕과 로제 떡볶이는 지금 먹어도 너무 맛있다. 하지만 두쫀쿠는 내 입맛에 맞는 메뉴는 아니었다. 맛있게 먹긴 했지만 계속 생각나고 또 먹고 싶은 맛은 아니랄까. 내가 좋아하지 않는 걸 내 공간에서 팔 수는 없다. 아직 우리 카페에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들이 많을 텐데, 새로운 손님들과의 첫 만남이 두쫀쿠로 기억되는 건 왠지 씁쓸한 일일 것만 같았다.
우리가 두쫀쿠를 만들었다고 해서 절찬리에 판매됐을 거란 보장은 없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늘 해오던 것에 집중했다. 이 선택이 정답인지 아닌지 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작년 카페 쇼에서 시음해 본 호지차에 푹 빠진 우리는 두쫀쿠를 만드는 대신 호지우유를 추가했고, 벌써 많이들 좋아해 주신다. 우리 딸기쉬폰케이크를 작년에 먹었던 것 중 최고로 꼽아준 손님도 있고, 평소 즐겨 먹던 우리 쿠키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돌리고 싶다며 단체 주문을 해 준 손님도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두쫀쿠 유행이 지나가도 우리를 좋아해 주는 이 사람들은 그대로 남아있을 거라고. 그러니 지금처럼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이렇게 생각하며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한 마음으로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