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철학은 대체적으로 A/B 테스트와 같은 대립적 시각의 구조적 접근방식으로 사유합니다. 하지만 동양철학은 A와 B사이의 컨텍스트, 요즘 말로하면 썸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서양철학은 참과 거짓에 대한 판별, 그리고 하늘과 땅, 흑과 백, 너와 나를 기준으로 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동양의 철학은 그들 사이의 관계성에 초점을 맞춥니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상황을 고민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는 사유방식이 동양철학인 셈인데요.
철저하게 서양의 학문인 경영학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과 소비자, 산업의 환경이 합리적으로 이해 가능한 세계라는 기본적인 전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세계는 결코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며, 심지어 감정적이고 본능적인 존재에 가깝습니다.
미국식 경영학은 이를 세부적으로 분해하고 쪼개어 구조론적인 관점에서 해부하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사랑에 빠진 남녀를 두고 사랑에 빠진 이유를 분석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표본을 가지고 커플들의 키, 나이, 몸무게 등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입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 남녀가 사랑에 빠질 확률을 계산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 이유를 요소별로 설명하려는 것이죠.
물론 위와 같은 접근방식은 표면적인 현상을 검증하는데 유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상의 내면에 응집한 정서적인 동기와 특수성이 배제되어 모든 현상을 획일화 시킵니다. 이런 이유로 서양철학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학에는 컨텍스트적인 요소가 결여될 수 밖에 없는데요. 소위 말하는 경험에서 발현되는 늬앙스와 촉과 같은 무형의 감각들을 받아 들이기에 서양의 경영학적 요소는 엄격하고 딱딱하며 융통성이 없다는 느낌이 듭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썸과 같이 대상간의 정의를 명확하게 확증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경영학은 학문적으로도 독립적인 실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경영학은 과학과 합리성을 바탕으로한 일종의 경영학적 담론을 형성하려고합니다.
자연스레 과학적 타당성과 인과관계가 명확한 팩트에 초점을 맞추고 특정한 프레이밍과 몇가지 유형으로 재단합니다. 동시에 연결고리를 증명할 수 없는 형이상학적인 요소들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버립니다.
경영.마케팅.브랜드에 관한 통찰력의 본질적인 리소스는 인문학입니다. 경영의 답을 찾고자 아무리 노력해도 실체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면, 이는 고객의 문제, 즉 인간의 문제를 인문학이 아닌 인문학의 그림자인 경영학을 통해서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업이 차별화를 원한다면서, 동일화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유형과 패턴으로 프레이밍 되어있는 경영학이라는 세계에서 프레임을 벗어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현장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동일한 매트릭스에 의미없는 숫자와 글자를 채워넣는 일로 시간을 때우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동일화라는 안전펜스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차별화를 고민하는 것입니다."
이런 유형과 패턴을 통한 정답이 마음 속에 이미 정해져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반드시 '당신'이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누가 그 자리에 있더라도 똑같은 공식의 똑같은 모범답안으로 빈칸을 채워나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그 자리, 반드시 '당신'이여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면 단지 정해져 있는 빈칸에 뻔한 숫자와 글자를 기계적으로 채워넣고 있는 일을 하고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존재의 본질이란 무엇일까요?
‘어떤 것을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그것이게 만드는 것’
토마스아퀴나스의 말입니다
차별화는 조직의 아무개가 아닌, 한사람의 인간에서 시작됩니다. 스스로의 생각이 일정한 틀안에 갖혀있다면, 틀에 박힌 결과물이 나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먼저 자신의 이름에 담긴 본래의 의미를 되찾는 것이 차별화를 위한 본질적인 해답이 될 것입니다.
-마케터 강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