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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민호 Nov 21. 2017

경영, 의사결정의 예술

“경영은 의사결정의 예술이다.”


 이 말은 경영의 본질을 직접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는 문장입니다. 그렇다면 의사결정이란 무엇일까요? 또 예술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을 때 비로소 ‘경영은 의사결정의 예술이다’라는 말을 오롯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사결정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한정된 자원(경제적·시간적·인적자원 등)에 있습니다. 투입할 수 있는 한정된 자원으로 투입된 자원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경영학적 의사결정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경영학 교과서에 나올 법 한 정답입니다. 조금 더 나가볼까요? 만약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면 굳이 의사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을까요? 그저 모든 시장과 고객을 대상으로, 모든 상품과 서비스를 다루면 될 것입니다.


 실제로 자원이 무한하다면 이와 같은 전략은 가장 이상적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모든 자원들은 극히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통해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죠. 이러한 측면에서 경영학적 의사결정의 본질은 한정된 자원을 통해 최대의 효과와 효율을 내기 위해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서 선택이란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결정에서의 선택이 단순히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라면 어떤 경영자도 의사결정 문제 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이란 무언가를 추가하고 더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언가를 빼고 포기할 것을 정하는 일입니다.


 선택하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습니다. 잃는 것이 있다면 반드시 얻는 것도 있습니다. 이것을 트레이드오프(trade-off)라고 합니다. 의사결정의 기본은 바로 이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포기해야 할 것’을 결정 하는 일, 바로 이것이 의사결정의 본질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경영은 의사결정의 예술이다’라는 정의에서 ‘예술’이 가지고 있는 함축적인 의미를 경영과 마케팅의 관점에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에 작품과 상품이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작품과 상품을 구분합니다. 어떤 것은 작품, 어떤 것은 상품이라고 합니다. 작품과 상품의 기준은 예술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한 여부는 또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 일까요?




“무엇이 작품이고 무엇이 상품입니까?”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기술입니까?”


 사실 이 질문은 의사결정에 대한 질문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그리고 예술을 딱잘라 정의 내릴 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은 의사결정의 예술이라는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작품과 상품의 기준이 되는 예술과 기술에 대한 적절한 합의가 필요합니다. 작품과 상품을 구분하는 기준은 표면적으로 유통, 생산자, 희소성 등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창작의 동기와 생각의 원형은 어디에서부터 오는가.’ 이것은 작품과 상품을 구별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품은 구매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즉, ‘창작의 동기와 생각의 원형’을 외부의 기준에 따라 편집하고 기획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작품은 이와 다른 방식으로 창작됩니다. 작품의 창작 기준은 외부가 아닌 내부, 다시 말해 개인의 내면에 있습니다.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작품이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하기 보다는 자신의 작품이 스스로의 철학과 내면을 충실하게 담고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작품의 기준을 외부로 가져가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예술이 아닙니다. 작품의 세계는 ‘나’라는 존재를 중심으로 편집되고, 상품의 세계는 ‘고객’을 중심으로 편집됩니다. 작품과 상품, 예술과 기술은 이렇게 구분됩니다.


 마케팅은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존재합니다.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고객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고객지향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경영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에도 고객을 지향하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지요. 고객지향이라는 의미 역시 확실히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지향은 의사결정의 기준이 나의 내면에 존재할 때 비로소 성립합니다. 출발점이 명확해야 올바른 지향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의사결정의 기준이 단지 외부적 환경과 고객에게 달려있다면 이것은 고객지향이 아니라 고객편향입니다. 편향은 방향 없이 방법에 집중하고, 목적 없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과 같은 근시안을 의미합니다. 유행과 현상 속에 길을 우왕좌왕하게 되는 것이죠. 편향을 지향이라 착각하고 경영과 마케팅 의사결정 기준을 외부의 관점을 따라 수시로 이리저리 바꿔 적용한다면, 기업의 지속가능성 역시 중심을 잃고 말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고객지향은 고객을 쫓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나를 쫓게 만드는 것입니다. 고객들로 하여금 우리의 철학을 지향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마케팅은 내가 옳다고 믿는 생각과 철학이 담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포기해야 할 것들을 가르는 본질적인 기준은 타인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습니다. 나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 바로 이것이 핵심입니다.




세상의 모든 결정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존재합니다.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이란 없습니다. 특히 경영과 마케팅 의사결정에 있어 트레이드오프를 이해하는 것은 전략적 사고의 기본이 되는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블루오션 전략이나 혁신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과 논문에서 마이클 포터의 경쟁우위 전략에 대한 새로운 해석(한 가지 경쟁우위가 아닌 두 가지 이상의 경쟁우위 전략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을 접했다면 트레이드오프에 대해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도 결국 무언가를 포기하고 다른 무언가를 취하는 트레이드오프가 존재합니다. 표면적으로 트레이드오프 요소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입니다.


 트레이드오프를 뛰어넘는 전략은 하나입니다.

바로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 대신, 차별화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기본적 틀이 확고하게 잡혀있지 않으면 마케팅에 대한 모든 논의는 무의미합니다.


 경영이 추구해야 할 본질적인 미션, 그리고 마케팅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바로 지속가능성입니다. 기술은 계속 변하지만, 예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의사결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 있는 예술적 선택이 되려면 포기의 이면에 분명한 철학적 기준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철학적 기준이 지향해야 하는 지속가능성이라는 의사결정 방향이 흔들리지 않길 바랍니다.



* 출처_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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