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할인으로, 200% 성과를 낼 수 있는가?
가격할인은 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자나 마케터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단어 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알고보면 가장 실행하기 어렵지만, 대충보면 그게 가장 쉬워 보이는 답이기 때문인데요.
할인은 당장 실행가능성이 높고, 단기적 효과도 분명해 보이는 착시 때문에 기업들은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브랜드는 가격 이외에 무언가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가치창출을 통해 고객들의 지불의사를 만들어내는 뚜렷한 방법을 모를 뿐더러, 더욱이 브랜드의 상징적.정서적 가치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일은 대게 상당한 시간의 전략적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브랜드는 그들의 신화가 담긴 철학과 이야기로 소통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원가우위 전략으로 승부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은 어쩔 수 없이 할인이라는 전략을 선택 당하고, 그들이 차별화를 선택하지 못한 댓가로 선택당한 가격경쟁을 통해 비즈니스가 무너질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가격으로 승부하는 전략은 장기적으로 최저가를 지속할 수 있는 규모와 충분한 인프라를 갖춘, 해당 분야에 오직 1등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저가는 오직 하나 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1등, 2등이 명확하게 나누어질 수 밖에 없는 경쟁이 될 수 밖에 없겠죠? 따라서 기능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생산할 수 없을 정도로 상품과 서비스가 상향평준화된 오늘의 시대는 가격의 차이가 아닌 의미의 차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가성비라는 개념은 단순히 가격이 저렴 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한 상품과 서비스가가 상징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에 비해 가격이 낮다는 정도로 해석하는게 좋겠네요.
만약 여러분들 중에 낮은 가격을 차별점으로 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면, 그리고 낮은 가격이 시장 진입전략이 아닌 전체 사업전략이라면 이쯤에서 그만둘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실행하거나 지속하기 어려운 비즈니스일 확률이 높습니다.
가격을 혁신하는 것은 가치를 혁신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어려운 일입니다. (물론 가능할 수 있다면 가장 파급력이 있는 수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낮은 가격을 차별점, 혹은 촉진의 수단으로 쉽게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직관의 오류에 있습니다.
예를들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10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코트가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누군가 낮은 가격을 무기로 시장에서 경쟁하려고 합니다. 이 코트를 20% 할인해서 판매하면 크지는 않겠지만 약간의 가격 경쟁력은 생길 수 있겠네요? 그럼 20%가 할인된 8만원에 판매했을 경우를 가정하고 지금부터 간단한 계산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0만원에 판매되는 이 코트의 도매가, 혹은 생산원가를 대략 5만원 정도로 잡아보겠습니다. 간단하게 여기에서 광고, 인건비 등 운영에 필요한 비용(고정비, 변동비)을 1만원이라고 하겠습니다. 원래대로면 6만원이 원가인 코트를 10만원에 판매 했으니 4만원의 수익이 발생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20%를 할인한 8만원에 상품을 판매하면 수익은 2만원이 됩니다.
할인을 하지 않았을 경우 :
판매가 10만원 - 원가 6만원 = 수익 4만원
20% 할인 했을 경우 :
판매가 8만원 - 원가 6만원 = 수익 2만원
20%의 할인으로 수익은 반토막 나버렸네요. 20%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수익성의 50%를 희생했습니다. 혹시 처음에 생각했던 20% 할인이 수익성 50%를 깎아먹는 의사결정이라는 것을 인지 하셨는지요.
표면적으로는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20%의 할인이지만 실제로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를 할인할 셈인가요? 맞습니다. 4만원의 수익이 발생되어야 할 상품에서 2만원의 수익을 실현한 결과로 볼 때,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무려 50%의 할인을 한 것이나 다름없는 결과가 되었습니다.
다른 관점으로 살펴 볼까요? 만약 한달에 1000개씩 판매되는 코트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이 코트를 20% 할인판매 한다면, 할인 이전과 동일한 수익을 내려면 몇 개를 판매해야 할까요? 답은 기존 판매량의 2배인 한달에 2000개를 판매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여기에 판매량 증가에 따른 변동비 상승은 덤입니다
한번 더 해보겠습니다. 할인율을 지금까지 설명한 20%에서 30%로 높인다면 결과는 더 충격적 입니다.
할인을 하지 않았을 경우 :
판매가 10만원 - 원가 6만원 = 수익 4만원
20% 할인 했을 경우 :
판매가 8만원 - 원가 6만원 = 수익 2만원
30% 할인 했을 경우 :
판매가 7만원 - 원가 6만원 = 수익 1만원
코트를 기존의 판매가에서 30%를 할인 할 경우, 판매자 입장에서는 실제로 75% 할인과 다를 바 없습니다. 할인 이전과 동일한 수익을 발생 시키려면, 기존 판매량의 400%인 무려 4000개를 판매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조차 굉장히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입니다. 실제로 비용을 계산해보면 이보다 더 만만치 않은 결과를 확인하게 됩니다. 소위 앞으로 팔고 뒤로 밑진다는 표현이 이런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많은사람들이 이런 할인의 함정에 빠집니다. 심지어 현업에서 전략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조차 이런 직관의 오류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중요한 것은 이런 사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20% 할인으로 기존보다 판매량을 2배 늘릴 수 있다면, 또는 30% 할인으로 판매량을 4배 늘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이런 전략을 시도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의 할인이 200%의
판매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브랜드는 할인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 브랜드일
가능성이 큽니다.
정작 매출증대를 위해 할인이 필요한 브랜드는 고객이 할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뿐만 아니라 매출증대를 위해 수익을 희생시키는 경우도 일상 다반사 입니다.
다시말해, 할인의 효과는 할인할 필요가 없는 브랜드가 할인을 할 때 극대화 됩니다. 물론 이들에게 할인은 수많은 전략적 선택지 중 하나일 뿐 입니다.
반면에 할인이 유일한 돌파구인 브랜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그 정도의 낮은 가격을 실현하고 있는 경쟁사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시장에 진입 했거나, 이미 차지하고 시장점유율이 높거나, 처음부터 모든 비즈니스의 가치사슬이 할인이 아닌 애초부터 낮은 원가에 맞춰져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주장에 이런 반론이 가능할 수 있겠네요. 원가와 소비자 가격의 갭이 큰 브랜드나 명품의 가격거품 문제를 해결하면 경쟁해 볼만하지 않을까요?
제가 한번 더 질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타벅스를 주로 이용하는 고객은 다른 카페의 커피가 저렴 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스타벅스를 이용하고 있는 걸까요? 애플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더 저렴 하면서 속도가 빠른 다른 브랜드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있다는 사실을 몰라서 애플을 구매하는 걸까요? 몽블랑을 구매하는 고객이 가격이 몇 십배는 더 저렴한 필기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속아서 구매하는 걸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알면서도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겁니다.
커피 원두의 가격이 얼마인지, 일반적으로 볼펜의 가격은 어느정도인지, 심지어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어떤 부품들이 사용 되고 실제 제조원가는 얼마인지, 바로 검색만 하면 누구나 손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쉽사리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면 모를까, 사람들은 더이상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선의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낮은가격을 무기로 하는 원가우위는
이미 대부분의 산업에서 충분히 검증
되었을 정도로 불충분한 전략이며,
성공 가능성을 찾기 어려운 방향입니다.
원가우위가 가능하려면 가격이라는 표현양식 외에 반드시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의 의미를 담은 존재양식이 동반 되었을 때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 대한 전략은 그 무엇보다 시작점 부터 철저하게 낮은가격에 대한 확고한 원칙과 철학이 중요합니다.
월마트, 이케아, 샤오미 등 낮은 가격을 통해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들이 창업 첫 날 부터 모든 전략들을 철저하게 낮은가격에 맞추고 이를 위해 모든 역량을 낮은 가격이라는 한가지의 가치에 집중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낮은 가격, 할인은 단순한 기계적 전술이나 기법으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본질적인 전략의 문제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명제에 대한 창업자의 철학에서 시작되는 신념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세스고딘의 주장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저가 전략은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다.
할인에 끌려오는 고객은 충성심과 거리가 멀다.
그들을 잡기 위해서는 가격을 더 낮추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일하는 직원도 점점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고,
인건비는 계속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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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_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