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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강민호 Jul 10. 2019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드

브랜드의 시작, 그 믿음의 출발은 선의로 할 것

“나에게는 달리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나는 사람들이 매일 밖에 나가 몇 마일씩 달리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내가 파는 신발이 달리기에 더없이 좋은 신발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내 말을 듣고 나의 믿음에 공감했다. 믿음, 무엇보다도 믿음이 중요했다.” -필 나이트(나이키 창업자)



  길을 걷다보면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편의점입니다. 편의점 브랜드는 동네마다 한 블록에 하나 정도는 꼭 보일 정도로 일상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통계청에 의하면 2018년 우리나라에 전체 편의점 매장은 약 40,000점포에 달한다고 합니다. 이보다 조금 더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브랜드는 커피 브랜드입니다. 우리나라의 전체 커피 브랜드 매장의 수는 약 57,000개로, 편의점보다 많은 매장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리를 조금만 다녀보면 이런 수치가 금방 몸으로 체감될 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브랜드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그런데 편의점, 카페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매장(?)을 가진 브랜드가 있습니다. 혹시 무엇인지 상상이 가시나요?

  편의점, 카페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는 브랜드……

  답은 바로 종교단체입니다. 우리나라의 종교단체는 약 73,000개, 그중에서도 특히 기독교 관련 단체가 거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여기서는 단순히 수치로 비교를 했지만, 우리의 삶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편의점이나 카페는 단순히 점포 수만 많을 뿐이지, 종교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비하면 상대도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그 질문을 받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이 없었지만 막상 질문을 받고 나니 답이 어렵지 않게 떠올랐습니다.



“예수, 그리고 십자가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에, 먼저 저는 특정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동시에 어떠한 종교에 대해서도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음을 밝혀둡니다. 단지 종교를 브랜드에 대입한 관점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플, 아마존, 삼성, 구글…… 쟁쟁한 글로벌 브랜드들이 있지만 이들의 브랜드 경쟁력이 예수와 십자가라는 브랜드에 절반이나 미칠 수 있을까요? 기독교라는 브랜드는 이미 그 시작점에서부터 사람들의 강력한 믿음을 근간으로 합니다. 기독교는 단순한 종교와 믿음의 영역을 넘어 실질적으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이데올로기로, 전 세계 76억 명 중 33%에 해당하는 약 24억 명이 실제로 기독교 신자라는 점이 그 영향력을 짐작케 합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고대, 중세, 르네상스에 이르는 거의 모든 건축, 미술, 음악, 문학 등의 장르가 종교를 모티브로 창조되고 디자인되었다는 사실은 놀랍지도 않습니다. 현대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가 없는 역사는 그것이 좋은 쪽이든 그렇지 않은 쪽이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종교에 대한 믿음은 예술을 발전시키고 사람들을 하나의 신념과 사상으로 묶어 사회와 역사의 발전에 이바지했습니다. 그런 반면 이 믿음은 본래 가지고 있는 선한의도와 달리 과학과 대립하고 전쟁에 대한 명분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희생되는 원치않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종교의 순기능에 대한 반대급부는 종교 자체에 대한 문제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순수한 믿음을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악용한 일부 특정한 이익집단의 잘못이라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입니다. 믿음의 근거가 되는 내용들을 편의에 맞춰 편집하고 왜곡하여 대중들을 속이고, 종교와 신념, 순교 등의 성스러운 이름으로 선의를 벗어난 일들을 저지르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브랜드들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을까요? 아무리 특정 브랜드가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대변한다 해도 목숨은커녕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면서까지 굳이 브랜드를 고집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와 명분, 다시 말해 신념과 믿음이 그 정도에 미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교에는 어떠한 박해 속에서도 자신들의 믿음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순교자들이 있습니다. 종교와 브랜드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브랜드의 본질적인 속성이 약속과 믿음에 대한 기대를 근거로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양심과 믿음을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종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브랜드로 치면 바로 예수라는 리더와 십자가라는 심벌입니다. 예수, 십자가라는 브랜드의 핵심가치는 굉장히 명확합니다. 믿음, 소망,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그리고 말씀에 따르는 삶을 위한 지침서인 성경은 어떻습니까? 성경보다 많이 팔린 책이 있나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중에는 해리 포터, 연금술사, 반지의 제왕, 다빈치 코드 등이 있지만, 2위에서 10위까지의 판매량을 다 합해도 성경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어떤가요? 지금까지 십자가보다 성공한 브랜드 심벌을 단 하나라도 꼽아볼 수 있을까요?


  브랜드 관점에서 봤을 때 예수, 십자가, 그리고 성경이 나타내고 있는 기독교라는 브랜드는 역사상 가장 완벽에 가까운 브랜드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브랜드 관점에서 종교를 이야기를 했습니다. 종교와 역사에 대한 깊은 논의는 좀 더 폭넓고 깊은 식견과 통찰을 가진 학자 분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종교와 역사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요한 건 종교가 가지고 있는 믿음과 은유의 속성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브랜드에 대한 통찰입니다.


  예수, 그리고 십자가.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이들 브랜드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몇 가지 힌트가 될 만한 것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브랜드에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약속과 믿음의 근거를 상징하는 다양한 상징들이 필요합니다. 물리적 증거(physical evidence)가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듯 브랜드가 지향하는 가장 궁극적인 종착지는 바로 사람들에게 마치 인격처럼 존재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브랜드 말입니다.


  그런데 기독교라는 종교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의 속성을 살펴보면 위의 모든 요소들이 완벽하게 존재합니다. 사람의 온기를 품고 희생하는 예수라는 리더가 존재하고, 심지어 이 존재가 가지고 있는 스토리와 전달하는 메시지는 너무나도 분명하고 뚜렷합니다. 아무리 이 브랜드의 스토리를 모르는 사람도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죽은 후, 사흘 만에 다시 부활하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그 죽음은 일반적인 의미의 죽음이 아닙니다. 인간의 죄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피를 흘림으로써 대신 속죄하는 것으로, “너희 원수마저 사랑하라”는 초월적.이타적 사랑의 메시지를 통해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가치있는 희생인 것이죠.



  이런 이야기는 성경을 통해 전파됩니다. 성경은 인간이 왜 이 브랜드를 섬기고, 어떤 방식으로 이 브랜드가 주장하는 삶과 미션을 지향하고,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뚜렷한 스토리와 명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 텍스트만으로는 설득이 미흡한 믿음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한 정교한 브랜드 정책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교회라는 공간의 하드웨어와 성경이라는 이야기의 소프트웨어를 통해서 말이죠. 교회에는 성경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달해주는 목사라는 매력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믿음을 노래하고 성경의 이해를 돕기 위한 노래인 찬송가, 그리고 연주자들이 존재합니다.


  만약 일반적인 브랜드로 치자면 고객들은 연령별로 유아, 초등, 중등, 고등, 청년, 장년들로 세분화되어 나누어져 있고, 로열티 프로그램(예배)은 시간별, 일자별로, 고객의 등급 또한 다양하게 분류하여 브랜드의 참여를 극대화하는 정책들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정책들은 꽤나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이 브랜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팬입니다. 팬들은 자신의 필요만을 충족하면 그만인 고객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이들은 브랜드에 대한 자발적인 봉사와 헌신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브랜드의 팬들은 인적판매라고 하는 어렵고 통제하기 까다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수행합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하나, 바로 ‘믿음’입니다. 성경적 가치와 말씀에 따르는 삶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을 더 가치 있고 유익하게 가꾸어줄 것 이라는 믿음인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생생한 스토리, 있을 법한 역사가 담긴 성경, 너무나도 인간적이고 헌신적인 창업자, 글과 그림, 음악, 건축 등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새겨진 믿음의 흔적,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단순한 이미지로 설명하는 십자가, 흩어져 있는 브랜드 요소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교회라는 시스템.


  브랜드는 사람들의 믿음을 숙주로 성장합니다. 바꿔 말하면, 사람들에게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가치와 신념을 설득하지 못하면 브랜드는 실패합니다. 단순히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은 브랜드의 몫이 아니라, 세일즈의 몫입니다. 자신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가치와 신념이라는 철학을 근간으로 할 때 브랜드로서의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브랜드의 경영자들에게 필요한 덕목들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경영자에게 필요한 것은 스스로가 믿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능력’입니다. 무엇이든 혼자 믿으면 미신이라고 손가락질 받지만, 많은 사람들을 믿게 만들면 브랜드는 종교와 같은 힘을 발휘합니다.


위대한 브랜드 경영자는 ‘사상가’이며,

차라리 ‘목사’에 가깝습니다.


  지금 각자 생각하고 있는 브랜드의 경영자들을 떠올려볼까요? 그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가요?


그들은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믿음의 근거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믿음을 전염시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선택하는 브랜드에 대한 선호는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믿음,

믿음,

믿음입니다.


  따라서 브랜드의 창업자, 또는 경영자는 스스로의 브랜드에 대한 강력한 믿음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을 하나의 미션과 신념, 철학으로 꽁꽁 묶어 결합시켜야 합니다. 기업의 철학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제 굉장히 식상한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식상하다는 이유로 그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전략, 전술이 당장 효과를 나타내는 정량적 지표인 데 반해, 철학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믿음에 대한 효과는 다소 가볍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라고 많이 들어보셨죠? 위약효과라고도 하는 이 효과는, 의사가 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의사에 대한 환자의 믿음에 따라 실제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도 있습니다. 이는 실제 효과가 있는 진짜 약도 환자가 믿지 못하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현상입니다.


  플라시보 효과는 가짜 약이 환자의 긍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실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고, 노시보 효과는 진짜 약 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나 약효에 대한 부정적인 믿음으로 인해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플라시보와 노시보 효과는 단순히 약의 복용뿐만 아니라, 실제 외과적 수술에서도 같은 효과가 나타납니다. 누군가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나 관심이 실제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도 이런 맥락입니다.


  이처럼 믿음은 굉장히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힘이 가치 있게 사용되기 위해 중요한 점은 ‘선한 의도’입니다. 성과의 영역에서 표면적으로 고객들이 평가하는 요소는 당장 의미 있는 결과일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성과가 지속가능한 브랜드의 자산으로 축적되기 위한 전제는 선한 의도입니다. 선한 의도가 배제된 믿음의 최후는 광기입니다.


  2001년 9월 11일,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사건은 선의가 배제된 맹목적 믿음의 위험을 상징합니다. 인간에 대한 보편적 선의의 토대 위에 쌓이지 못한 믿음은 광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 역시 인간에 대한 보편적 선의가 전제되지 않은 광기로 인류의 역사를 혼란스럽게 어지럽힌 장본인입니다.


  믿음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크기는 생각보다 강력합니다.

브랜드, 그리고 믿음을 다루는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분명합니다.


  “브랜드의 시작, 그 믿음의 출발은 선의로 할 것.”



<유튜브 바로가기>

https://bit.ly/376DZa9



* 출처_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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