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저 천장에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야 했는지 알게 된다면 그 누구도 놀라운 천재의 작품이라 부르기 어려울 것이다.” _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새해가 되면 누구나 새로운 마음으로 몇 가지 다짐을 합니다. 금연을 한다거나, 다이어트를 한다거나, 공부나 시험을 통과한다는 등의 약속을 하는 것은 새해를 맞이하는 통과의례 중 하나인 것이죠. 우리는 매년 다짐을 합니다. 다만 작년이나 재작년에 다짐했던 내용이 올해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왜 사람들은 똑같은 다짐을 반복적으로 하는 것일까요?
일단 작년에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도 동일한 다짐을 다시 한 번 하게 됩니다. 그런데 올해 했던 새해의 다짐은 대개 얼마 못 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고, 연말이 되면 그 실수의 패턴을 반복합니다. 이런 식으로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 이제 새해의 약속과 다짐은 연말이 되면 공식적으로 남발할 수 있는 요식행위로 자리잡습니다.
혹시 여러분들은 올해 다짐했던 자신과의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계신가요? 우리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런 모습은 사실 좋은 의도에서 시작합니다. 새해에 하는 다짐은 지금보다 조금 더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것 입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성장하고 싶은 욕구의 반영입니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새해에 하는 다짐의 지속성이 낮은 이유, 그리고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기분을 일으키는 환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다짐을 하는 동기 자체가 새해라는 외재적 환경과 명분이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스스로 만들어낸 내재적인 동기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성과 실천의 명분이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한 기분을 일으키는 외부 변수인 새해라는 시간적 이벤트와 멀어질수록 동기는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일들이 단지 새해의 다짐에만 국한되는 일이라면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나도 수많은 순간을 일시적인 기분 다. 기분은 굉장히 불안정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분은 시간에 따라 달라집니다. 함께 있는 사람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합니다. 어느 때는 제법 긴 시간동안 괜찮다가 또 다른 날은 뚜렷한 이유 없이 갑자기 안 좋아지기도 하는 것이 기분입니다.
기분이라는 감정의 상태는 언제나 경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인 기분을 통제하지 못해 실수를 하거나 후회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기분 때문에 웃고 울었던 기억은 누구나 한번쯤을 경험해본 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분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감정이라는 형태로 시시각각 변하는 성질의 것입니다. 사실 이를 제대로 통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아마 세상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것이 좋은 기분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력해서 할 수 있다면 가지고 싶은 능력 중에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기분과 쉽게 혼동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열정’입니다. 대부분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또는 순간적으로 벅차오르는 감정을 열정이라고 착각합니다. 주위에서 우리가 무심코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면 열정보다는 좋은 기분을 잘 유지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열정과 기분은 완전히 다른 형태의 기질입니다. 기분에는 데드라인이 존재합니다. 기분을 일으키는 이벤트는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멀어질수록 약화됩니다. 반면에 열정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특정한 이벤트와 명분에 상관없이 꾸준히 작동되는 행동이며 따라서 열정은 소멸되는 데드라인이 없습니다.
흔히 “열정이 식어간다”라는 표현을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지만 사실 열정은 식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열정이란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것처럼 뜨겁거나 차가운 것이 아니며, 따라서 온도가 내려가거나 올라갈 수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열정은 그 상태 그대로 꾸준히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열정이 식어가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열정이 아닙니다. 그냥 기분이 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열정이라고 생각했던 그 기분은 생각보다 꽤 오래갔다는 사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입니다.
기분은 열정의 필요조건입니다. 따라서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열정을 갖는 것’은 각각 따로 나누어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만 기분이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정의하고, 나아가 기분과 열정의 경계에 놓인 체험이 열정의 경험으로 격상되는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습니다. 1999년에 코넬대학교 사회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과 당시 대학원생이던 저스틴 크루거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수립합니다.
“능력이 낮을수록 자신의 실제 실력보다 자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반대로 능력이 뛰어날수록 자신을 실제 실력보다 과소평가할 것이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45명의 학부생들에게 논리적 사고에 관한 시험을 치르게 한 뒤, 자신의 예상하는 성적과 순위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실시합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과 순위를 실제보다 높게 예상했고, 성적이 높은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과 순위를 실제보다 낮게 평가했습니다.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는 이 실험의 결과를 “능력이 없는 사람의 착오는 자신에 대한 오해에 기인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의 착오는 다른 사람이 더 잘할 것이라는 오해에 기인한다”는 결론으로 정리합니다.
실제로 주변에 있는 사람, 특히 남성들에게 자신의 운전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하면 십중팔구는 보통 이상이라고 대답합니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빈도로 착각에 빠집니다. 그리고 그 착각은 기분에 의해 발생됩니다. 물론 착각이 일으키는 좋은 기분이 자신의 무지에서 온다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간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일을 하다보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긍정적인 태도는 좋지만, 자칫 순간적인 기분으로 섣불리 대답했다가 그 일을 책임지지 못한다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일을 할 때는 항상 기분을 경계하고 신중하게 답해야 합니다. 무지하면 지나치게 용감한 감정이 솟아오릅니다. 그리고 이 감정을 열정으로 해석할 때 오해가 생깁니다.
열정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빈도, 강도, 기간’입니다.
만약 운동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분명 일주일 중 여러 번, 많은 시간을 운동하는 데 할애할 것입니다. 이것이 빈도입니다. 두 번째는 강도입니다. 운동에 열정적인 사람은 운동의 강도를 자신의 한계까지 몰아붙입니다. 운동에 열정을 가진 사람은 결코 자신이 쉽게 할 수 있을 정도의 무게와 강도를 유지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기간입니다. 운동에 열정을 가진 사람은 오랜 기간 동안 빈도와 강도를 유지하는 사람입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그에게 운동은 열정이라고 할 것도 없이 빈도, 강도, 기간이 자동적으로 유지되는 습관인 것입니다.
기분과 열정을 혼동하는 사람이 당장 내일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힘든 부류라면, 열정의 조건을 갖춘 사람은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따라서 열정적인 사람은 신뢰할 만한 사람입니다. 제아무리 일정기간 지속되는 기분으로 하루에 10시간씩 한 달 동안 운동을 해봐야, 하루에 1시간씩 평생을 하는 사람을 절대 따라갈 수 없습니다.
빈도, 강도, 기간의 조건을 갖춘 열정이 만들어내는 습관은 곧 실력이 됩니다. 따라서 어떤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실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소위 SNS의 인플루언서들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열정적인 사람들입니다. 시도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유튜브, SNS 등에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올리는 것은 막연한 기분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들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단순한 전문성만으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들이 빈도, 강도, 기간이라는 열정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았다면 아무리 뛰어난 전문성을 갖춘 사람일지라도 그 자리까지 오르지 못했을 것입니다.
우리들의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단기간에 용솟음치는 기분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 정도는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값싼 생활소비재 정도의 흔한 것들입니다. 브랜드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생산하려면, 막연한 기분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열정이 필요합니다.
열정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 그래서 열정적인 사람은 결코 주변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데 열정이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이렇게 쉽게 소비되는 가벼운 단어가 되어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저기 열정적인 사람들은 넘쳐나지만 자신의 열정에 책임을 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누군가 가지고 있는 열정이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사람들은 “열정은 좋은 거니까 어떻게 소비하든 괜찮아”라는 식의 답변으로 얼버무립니다. 열정이라는 단어가 단지 조금 달아오른 기분 정도의 의미로 사용된다면, 우리는 진정한 열정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단어로 경의를 표해야 할까요?
<유튜브 바로가기>
_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