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모임이 있어 고터에 갔다. 만남 후 고터 지하상가에 볼 거 있나 가봤더니 그곳에 대한민국 사람이 다 모였나 싶다. 볼거리가 본디 많은 것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분명 있었다. 짐작건대 장마가 일단락되고 쨍한 햇볕이 젖은 세상을 말리고 있을 때 그곳은 전체가 아주 시원해서 사람들은 피서도 할 겸 또 다른 피서를 가려고 준비도 할 요량으로 그토록 많은 인파가 고터 지하상가를 메우고 있었나 보다.
한참을 쏘다니다 보니까 우린 사람구경을 하고 있었는지 아니면 탐색 중이었는지 몸이 좀 가벼워질 때쯤 구매욕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일행 중에는 흰 바지도 사고 샌들도 사고 여름 준비를 단단히 하는 이도 있었다. 발바닥이 좀 고단해지자, 신발끈을 헐렁하게 하고 눈에 띄는 반바지를 두 개 샀다. 나 입으려고 산 것이었는데 집에 와 손빨래 후 과자처럼 마른 반바지를 입어봤더니 개운하고 뽀송한 게 너무 좋아 그만 아들 집들이 갔다가 만난 작은 올케에게 주고 말았다.
오늘 친구가 휴가라고 불러내는데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 반바지 생각이 나자마자, 즉시 고터가 가고 싶어졌다. 좋아하는 지인에게 혹 이러이러한 반바지 사러 가는데 필요하시냐고 물었더니 두 개 사다 달란다. 지금 만나러 가는 친구들도 하나씩 주고 하려면 예닐곱 개는 사야겠다.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블랙으로 다양한 색상에 품질까지 좋아 사고 싶은 생각이 마구 생긴다.
고터로 가는 9호선 전철 안은 어깨 속까지 얼얼하다. 이열치열이라지만 더운 여름에는 아무래도 에어컨 있는 장소를 더 찾게 되는 것 같다. 시장이 오늘 휴일이 아니길 바라고 옷걸이에 잘 걸린 반바지 파는 가게를 꼭 찾아냈으면 좋겠다. 내가 산 반바지 입고 여름을 잘 지낼 친구들의 모습을 떠올리자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고터 도착~~~~~!!!